▲ 송재기 해외자원개발협회 상근부회장
[투데이에너지]  최근 상사맨의 애환을 실감나게 묘사한 ‘未生’이라는 드라마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미생은 바둑 용어로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도 아직 완전히 살아 있지 않은 미생의 상태라고 생각한다.

미생 상태인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은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다. 과거 투자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투자를 중단하거나 기존 사업을 내다 판다면 그간의 노력이 ‘손따라 두다 지고 마는’ 바둑판 모습이 될 것이다.
 
2014년 해외자원개발시장에서는 세계적인 고수들도 수읽기에 실패했다. 6월 중순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던 유가가 하반기에는 급락을 거듭했고 지난 1월5일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9.77달러까지 추락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업계는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 때 이상으로 위기의식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밖으로는 유가하락으로 인해 투자했던 광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안으로는 국정조사 실시로 인해 투자심리가 극히 위축되고 있다.

길게는 5월 초까지 계속될 국정조사로 인해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인식은 악화될 것이고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칫하면 우리 해외자원개발사업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자충수를 둘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저유가시기를 겪으면서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침체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자원가격이 급격히 상승됨에 따라 다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 우리기업들도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가장 큰 규모의 자원개발기업이 아직도 세계 석유가스기업 순위에서는 70위권에 머무를 정도로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침체기가 찾아온다면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빈국이기 때문에 해외자원개발은 국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필수 사업이다. 지금처럼 자원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단순히 에너지자원을 수입해도 괜찮겠지만 향후 언제라도 시장 상황이 바뀌어 자원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해야 한다.
현재 해외에서는 국제유가에 대해 비관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 석유 수요량은 감소될 전망이지만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감축시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공급량에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특히 현재 세계 석유시장에서는 미국·석유수출국기구(OPEC)·러시아간의 ‘치킨게임’과 같은 오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오일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 이전에 오일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러시아나 베네수엘라 등은 저유가로 인한 경기 둔화와 통화 가치 하락, 외환보유액 급감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가뜩이나 저성장에 시달리는 전세계는 디플레이션과 함께 더욱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에서도 지속적이고 일관된 해외자원개발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가일수할 수 있는 포석을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학계 등도 힘을 모아 자원개발기술 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R&D 투자나 교육 훈련 등에 적극 동참하고 저유가 및 국정조사 등으로 인해 움츠러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도록 합심해야 한다.

미생의 바둑알이 완전히 살게 되면 이를 ‘완생’이 된다고 한다. 2015년 을미년은 우리 해외자원개발이 대마 ‘완생’의 맥을 찾아 타개의 첫 수를 두는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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