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시기별 목표지향적 수소연료전지 로드맵이 발표됐다. 세단형 수소연료전지차 출시 한 달만에 1,500대가 계약됐다. 이를 확인시키듯 2015년 수소충전소 100개소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판매 5년만에 에너팜(ENE-FARM,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 통합브랜드)이 10만대를 돌파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연료전지산업 현황이다. 수소이용의 첨병역할을 하는 연료전지산업이 활기를 띠는 형국이나 이를 바라보는 우리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움추려 모습을 찾기 어렵던 과거 몇 년 전과는 달리 규모있는 성장을 이뤄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시장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정부와 업계의 눈높이를 맞춰 같은 방향의 연속된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1. 연료전지산업 동향
2. 연료전지 보급 및 정책
3. 일본 연료전지시장
4.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5. 발전용 연료전지
6. 수소연료전지차
7. 국내 KEY 플레이어
8. 글로벌 KEY 플레이어
9. 연료전지 R&D 현장
10.백업전원용 연료전지
11.분산형전원 연료전지
12.재생에너지와의 결합
13.연료전지 표준화
14.연료전지PD에게 듣는다
15.활성화 방안
 
 
수소연료전지차, 초기 시장 주도권 경쟁 점화
 
 
일본, 도요타 ‘미라이’ 출시로 ‘수소사회’ 진입 선언
 
한국, FCEV 보급 활성화 위한 선제적 고민 필요한 때
 
 
일본 열도가 들썩였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출시 한 달만에 1,500대가 팔렸다. 도요타의 당초 2015년 판매목표였던 400대를 훌쩍 넘어선 숫자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연간 700대 수준의 양산규모를 늘리기로 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200억엔을 투자해 올해까지 연간 2,000대 규모로 생산라인을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FCEV 판매가 시작되면서 ‘수소사회’ 진입을 위한 서막이 올랐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5일 도요타는 FCEV ‘미라이(未來)’ 1호차를 아베 일본총리에 전달했다. 아베총리는 전달된 미라이를 직접 운전해 관저 앞 광장을 한바퀴 돌며 “수소시대가 마침내 시작하고 있다”고 말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일본은 미라이 시판이 세계 최초임을 강조한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체계를 구축한 현대차 FCEV ‘투싼ix’는 염두에도 없다. 일본이 자신있게 ‘세계 최초’를 강조할 수 있는 배경에는 민간을 대상으로 판매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의 경우 현대차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 미국 등에서는 리스(Lease) 형태로만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어찌되었던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첫 양산한 FCEV의 시장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일본 정부도 총리를 선두로 수소사회 진입을 선언하며 구체화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현대차, FCEV 주도권 뺏기나
지난해 12월15일 도요타는 미라이 시판에 돌입했다. 그리고 한 달만인 1월15일 1호차를 아베총리에 인도하며 대대적인 ‘시장 띄우기’에 나섰다.
 
▲ 도요타 FCEV 미라이.
앞서 놀라운 소식도 미국에서 날아왔다.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개최된 ‘CES 2015’에서 도요타는 5,680개에 이르는 FCEV 특허를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연료전지 스택과 고압수소탱크, 연료전지시스템제어 등 FCEV 핵심 기술이 포함됐다.
 
도요타의 특허개방 선언으로 시장은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시장 참여자를 늘려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서부터 자사의 FCEV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이끌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등 특허개방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도요타의 의중이 무엇이든 간에 순식간에 FCEV시장의 키(Key)가 도요타로 넘어선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일약 FCEV분야 글로벌 리더로 부상했다.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FCEV 양산라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자동차제조를 시작하면서 ‘패스트팔로우(Fast Follow)’의 고정된 평가를 벗어나 시장을 이끄는 첫 선도자로서 지위를 얻었다는 점에서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타이틀도 일본에 빼앗길 처지에 놓인 것이다.
 
국내 FCEV관련 실상을 들여다보면 참담하다. 양산라인을 가장 먼저 구축하고 생산에 나섰지만 시장의 유기적인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시장 참여자를 통해서 FCEV 활성화를 위한 제도정비, 인프라 지원 필요성이 간혹 주장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지원의지를 확인할 길이 막막하다.
 
반면 일본은 전략적 공세가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정부가 ‘수소사회 실현’을 목표로 전략적 로드맵을 발표하고 FCEV 인프라인 수소충전소는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춰 도요타는 총리까지 내세워 ‘미라이’ 판촉에 열을 올리고 시판 1개월만에 1,500대 주문에 힘입어 양산라인 증설 투자계획까지 발표되고 있다.
 
■ 현대차 FCEV 완성도는
사실 현대차는 완성차업체 가운데서도 뒤늦게 FCEV 기술개발에 뛰어 들었다. 현대차는 1998년 개발에 착수해 2001년 첫 FCEV ‘산타페’를 선보였다. 이후 2004년 1세대 투싼과 스포티지 FCEV를 잇달아 개발해 그해 미국 연료전지시범사업 시행사로 선정된 후 32대를 시범운행한 바 있다.
 
이 시기가 실증에 나선 기간이라고 본다면 2006년 FCEV의 핵심인 스택(Stack) 국산화가 이뤄진 이후 기간이 본격적인 성장에 돌입한 시기다. 같은 해 국내에서 승용차 30대, 버스 4대를 투입해 실증이 진행됐고 2007년 2세대 FCEV 투싼과 스포티지로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2013년 3월 세계 최초로 양산라인을 갖춘 FCEV 투싼ix는 3세대형으로 불린다. 100kW급 연료전지스택과 100kW급 구동모터, 24kW급 고전압 배터리가 장착됐다. 수소저장탱크도 700기압(bar) 탱크 2기가 탑재돼 1회 풀(Full) 충전 시 약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h에 도달하는 제로백은 12.5초, 최고속도는 160㎞/h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추게 됐다.
 
성능면에서는 도요타 미라이와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기술성과 편의성면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는 현대차 FCEV 투싼ix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을 ‘2015 10대 최고 엔진’으로 선정했다. FCEV로는 세계 최초의 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워즈오토의 10대 엔진상은 자동차 엔진 부문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다.
 
워즈오토는 “최고 기술력의 파워트레인이 탑재된 투싼 FCEV는 전세계 친환경차 기술수준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중요한 모델”이라며 “무공해, 긴 주행거리, 짧은 충전시간의 세박자를 모두 갖춘 차”라고 극찬했다.
 
반면 도요타의 미라이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워즈오토는 “미라이는 투싼ix에 비해 소음이 심하고 트렁크 공간도 협소해 불편하다”라며 “SUV를 기반으로 하지 않고 세단형으로 출시한 것은 미스테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FCEV 양산체계를 구축한 현대차 기술력의 원동력은 강력한 오너 리더십과 끈끈한 협력사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상용화시점이 불명확하고 성공가능성이 낮은 프로젝트에 지속적인 선투자로 미래시장을 준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현대차는 오너의 강력한 개발의지로 16년 이상 꾸준히 FCEV 기술개발에 매진해 왔다. 이러한 결과로 타 완성차업체에 비해 늦게 FCEV 개발에 나섰음에도 현재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또 하나 기술력의 핵심은 협력사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현대차는 약 200여개에 달하는 FCEV 협력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협력사와 함께 FCEV분야 핵심부품의 95%가량을 국산화했다. 이러한 성과는 협력사가 현대차를 믿고 10년 이상 기술개발에 나선 결과다.
 
결국 세계 최고의 FCEV 기술력은 오너의 강력한 개발 의지와 완성차-부품사간 신뢰관계가 만들어 낸 합작품인 셈이다.
 
▲ 현대자동차 FCEV 투싼ix.
■ 국내 FCEV산업 움직임
정부는 지난해 9월 개발제한구역 내 수소충전소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FCEV 보급을 위해서는 산업 인프라인 충전소 구축이 절실하지만 각종 규제로 충전소 부지 마련이 어렵다는 업계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그럼에도 국내 충전인프라 확대는 요원한 실정이다. 정부의 충전소 구축 계획도 신뢰하기 힘든 구호에 가깝다.
 
수소충전소 구축계획이 담긴 정부발표는 지난 2010년 환경부의 ‘그린카 발전 로드맵’이 유일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5년 43개소, 2020년 168개소의 수소충전소 구축계획이 담겨있다. 그러나 2015년 1월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모두 15개소에 그친다. 이 가운데 4곳은 이미 철거되거나 운영이 종료됐다. 더구나 700기압(bar) 투싼ix를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는 2~3개소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소충전소 현황이 열악하지만 향후 계획을 들여다보면 더욱 우울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충청남도가 1곳을 발주해 올해 중 충남 내포에 충전소 1개소가 추가로 구축될 예정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구축계획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정부 예산안을 봐도 추가로 건설될 수소충전소는 전무하다. 올해 FCEV관련 정부 예산은 19억8,000만원으로 FCEV 대당 6,000만원, 총 33대를 지원하는 정도다.
 
업계에서는 FCEV 보급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시설인 수소충전소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가장 먼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요구된다. FCEV는 정부의 시범보급사업으로 지정돼 있어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가 FCEV를 구입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FCEV 가격이 1억원 이상으로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지자체 위주의 보급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시범보급사업을 통해 보급이 늘어나고 또 제조사의 기술개발에 따라 차량 가격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차량가격 인하를 위해 선행적으로 보급사업을 추진 중이라는 설명이다.
 
FCEV 보급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소충전소 투자를 검토하는 민간자본이 있을리 없다. 수소충전소 구축 역시 정부의 시범보급사업에서 선정된 지자체만을 대상으로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는 실정이다. 민간에서 충전소 건설을 계획한다면 부지부터 구축까지 정부 지원없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그린벨트를 풀어 수소충전소 설립을 허가토록 한 정부의 규제개혁안이 실시돼도 민간투자는 요원한 셈이다.
 
일본의 경우 수소충전소 1개소당 2억8,000만엔을 상한으로 구축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 FCEV는 200만엔의 정부보조금이 지원되고 도쿄의 경우 100만엔의 지자체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정책으로 일본은 이와타니산업, JX에너지 등 민간에서 수소충전소 건설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며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2015년이 FCEV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요타가 FCEV 시장경쟁에 불을 지폈고 혼다, 다임러, BMW 등 다른 완성차업체도 FCEV 컨셉카를 선보이며 2016년, 2017년 시판을 예고했다.
 
시장 예측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일본 후지경제는 오는 2025년 글로벌 FCEV 시장 규모가 3조엔에 이를 것이라 예고했다. 더욱 낙관적인 전망도 내놨다. 시장조사업체인 네비건트리서치는 2030년 글로벌 FCEV 연간 판매량이 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이면 멀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보급시기를 저울질하며 시장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경쟁자는 시장을 만들고 있다. 향후 그 열매의 향방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는 명확하다. ‘퍼스트무버’의 위상을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활성화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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