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정부는 회계기준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지역난방 열요금에 대해 공정성을 기하고 앞으로 열요금 산정 관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열요금 개정안을 고시할 것을 밝힌 바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와의 최종 면담을 마침에 따라 열요금 개정안 고시는 또 다시 해를 넘겼다.
당초 산업부는 지난해 3월말까지 업계로부터 회계자료를 받아 4월 한달간 검증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총괄원가제 마련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와 이로 인한 업계에 미칠 파장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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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은 총괄원가상한제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와 집단에너지업계 양측 모두 총괄원가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여 고시에 대해서는 양측의 마찰이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난방 열요금에 대해 사업자별 총괄원가를 산정, 각 열병합발전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요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2013년부터 시작돼 연구용역을 마쳤으나 사업자들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또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당초 정부는 늦어도 지난해 3월에는 각 사업자별로 총괄원가제를 신고받아 4월 검토 후 6월 열요금 조정기에는 이를 반영해 시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작도 하지 못한 채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사업자들은 그동안 누적돼 온 연료비 인상분을 적용하지 못해 적자전환에 맞닥드리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 규모이자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조차 지금 이대로 열요금을 인상하지 못한다면 올해 상반기 이후 1,0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자면 총괄원가상한제가 도입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총괄원가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도시가스요금처럼 지방자치단체로 열요금 결정권을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지역난방사업자의 경우 시설용량에 따라 사업자별 LNG 도입가격이 다르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바처럼 국민 수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지역난방 열요금을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지역 내에서 만큼은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가 입주하고자 하는 지역의 난방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연료비에 대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의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열요금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앞으로 이 같은 부분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열요금 개정안, 빈수레로 전락

올해 집단에너지분야는 열판매량 감소와 전력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열병합발전소 가동률 저하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원가보다 낮은 열요금과 함께 SMP(전력계통한계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거의 모든 회사가 적자로 전환되는 등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열요금 고시개정을 통해 원가에 대한 체계를 확고히 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열요금 인상요인도 외면한 채 매달려 왔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한 해를 마무리 하게 됐다. 결국은 열요금 개정안이 빈수레에 불과했다는 것을 입증함 셈이다.

지난 2013년부터 열요금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회의를 소집하며 늦어도 2014년 3월에는 기준을 마련, 시범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업계는 열요금 제도개선을 위한 고시개정을 둘러싸고 사안마다 부딪혔다. 산업부가 제시한 개정안은 요금조정 시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율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에너지사업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도 비춰진다. 정부가 제시한 총괄원가제의 기본 취지는 각 사업자별로 다른 원가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분석해 보고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요금을 조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서 조항이 문제로 제기됐던 부분이다. 정부는 다만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를 기준으로 삼을 것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종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업자별로 열병합발전소의 규모나 사업환경이 다 제각각인 상황에서 총괄원가제는 제대로 적용만 된다면 금상첨화다.

또한 정부는 자율적으로 소비자와 계약을 통해 열요금을 정하는 산업단지 열병합사업자까지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도 밝힘에 따라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사업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원가보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산업단지 사업자들 역시 정부가 관리하겠다는 의지 아니냐는 것이었다.
산업부는 끝내 규제개선이 최우선 정부과제로 떠오르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은 어렵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고시개정을 포기, ‘집단에너지 열요금 고시개정안’은 요란했던 빈수레로 남겨졌다.

다만 산업부는 열요금 제도개선안이 백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자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자율협약을 맺어 추진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된 열요금 검증은 에관공이 검증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열요금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전력산업과 달리 집단에너지사업은 사업시작부터 운영 과정 모두 경쟁구도에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열병합발전 규모에 따라 연료를 구입하는 비용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100MW급을 기준으로 주 연료인 LNG를 도매로 사용하느냐 소매로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그 첫 번째 이유다. 100MW 미만 사업자의 경우 도시가스사로부터 발전용 LNG를 구매해 사용토록 돼 있다. 도시가스사의 판매요금은 지역마다 각각 다르게 적용되고는 있지만 대부분이 가정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MW 이상의 사업자들은 도매사업자인 한국가스공사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음으로써 원가부분에서 비교적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력거래소로부터 급전지시를 받는 횟수 역시 규모가 큰 사업자들이 우선되다 보니 전력판매로 상쇄할 수 있는 부분들도 소규모사업자들은 제외되기 일쑤다.

정부는 급전지시 기준을 효율이 좋은 발전소로 규정하고 있으나 100MW 미만의 사업자들은 집단에너지사업 도입 초기부터 지어진 설비로 최근에는 대부분이 200MW 이상으로 지어지고 있어 사실상 100MW 미만의 사업자들은 SMP(전력계통한계가격)를 받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괄원가제를 통해 정부가 가격시스템을 일원화하겠다는 의지는 관련 산업을 선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퇴보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 향방은

2015년에는 산업부가 총괄원가제에 대한 이슈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산업부는 이와 관련 에관공에 실무협의를 통해 조정하라며 이관했지만 결국 에관공에 이에 대한 자료를 내놓지 못하면서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또한 에관공은 분산형전원으로 집단에너지실을 신설했었으나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올해부터는 기존대로 집단에너지실을 팀으로 다시 강등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양원창 산업부 에너지관리과장이 새로 부임해 오면서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양 과장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에게 놓인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부는 ‘민·관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집단에너지업계에 놓인 현안들 논의해 나가기로 하면서 큰 진전을 보였다. 먼저 열요금 동결로 인한 사업자들의 경영난과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입지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사업을 위해 산업부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올해 집단에너지사업의 입지를 굳히는 대전환을 맞이할 수 있을지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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