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일 방사선보건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에서 쉽게 내려 받기가 가능한 ‘체르노빌 레거시’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로 일반인이 받은 방사선영향은 소아갑상선암의 증가 이외에는 없다고 한다.

체르노빌 원전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에서도 경험했듯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적 방사성물질인 방사성요오드와 방사성세슘이 일반인들의 거주지역을 오염시킨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오염지역 거주민들은 방사성요오드로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갑상선에 심각한 수준의 피폭을 받았다.

거주민들이 받은 갑상선 피폭선량은 넓은 범위로 분포하고 있는데 이는 토양에 오염된 방사성요오드의 양과 우유의 섭취량이 거주민들의 피폭선량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거주민들이 받은 갑상선 피폭선량은 약 30mGy에서 수천mGy에 이른다. 최대 5만mGy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특히 심각한 피폭을 많이 받았는데 주된 이유는 오염된 목초를 먹은 젖소가 생산한 우유를 어린이들이 많이 섭취했기 때문이다.

어떤 결과가 어떤 행위를 통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려면 그 결과와 행위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보통 인과관계라고 한다. 즉 인과관계란 전자(前者)의 어떤 행위가 없었다면 후자(後者)의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를 말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오염지역 어린이들이 심각한 수준의 갑상선피폭을 받았다는 것은 ‘행위’로써 이로 인해 소아갑상선암이 증가했다는 것은 ‘결과’다. 이렇게 명백할 경우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방사선 관련이슈 중 원전 주변주민 갑상선암 발생이 원전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로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해당 주민이 원전주변 울타리 경계지역에 거주한다고 가정하고 아무리 최대한으로 많게 계산해도 20년 동안 누적해서 받은 선량은 0.1mSv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에 비행기로 한 번 왕복했을 때 받는 선량, 서울시민이 12일 동안 자연방사선에 노출되는 평균적인 양, 가슴 X-ray 두 번 촬영할 때 받는 선량과 비슷하다.  원전 주변주민이 받은 선량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미미해 ‘행위’의 조건이 성립되지 않으므로 갑상선암의 발생이 원전의 영향이라는 ‘결과’ 또한 당연히 성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갑상선암 발생률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갑상선 전문의간에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전문의들은 갑상선암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원인을 검진의 보편화와 진단기술의 발달에서 찾고 있다.

2002년 이후 국민건강보험 항목으로 편입돼 거의 모든 병원에서 건강검진 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갑상선암 발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전에는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서 찾아내던 갑상선암을 초음파 기기의 발전으로 매우 작은 암까지 진단할 수 있게 된 것도 갑상선암 발생률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원전 주변주민의 갑상선암 발생이 원전의 방사선 때문이라는 것은 인과관계가 전혀 성립되지 않으므로 그 원인을 검진의 보편화와 진단기술의 발달에서 찾아내는 것이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훨씬 더 과학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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