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위섭 해외자원개발 융자심의회 위원장.
[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해외자원개발사업은 10~20년이 걸리는 장기사업으로 종료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 회수율과 성공률을 논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와 함께 최근 ‘눈먼 돈’이란 오해를 사고 있는 성공불융자논란이 뜨겁다.

해외자원개발협회는 24일 세종시에서 해외자원개발 융자심의회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심의위원들이 국내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탐사사업 진출을 심의하는 63차 석유개발사업 융자심의분과위원회를 개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위원들의 표정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날 만난 배위섭 융자심의회 위원장의 표정 역시 조금은 경직돼 있었다. 그는 인터뷰 요청을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결국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배위섭 위원장은 마치 성공불융자가 탐사사업에 소요되는 비용 전액을 융자해주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성공불융자 비율은 20~30%며 기업이 대부분의 자본을 들여 자기사업을 하는 것인데 ‘눈먼 돈’이라니 당치도 않다고 일축했다.

배 위원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성공불융자 지원사업의 회수율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회수율이 너무 낮다고 하는데 완전 종료된 사업을 가지고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논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인데 무조건 실패로 몰아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말까지 석유의 성공불융자 실적은 지원사업이 총 194개사업(275,900만달러)이며 이 중 성공·실패 결정사업은 95개사업이다. 95개사업에서 성공사업은 16, 나머지 79개사업이 실패로 성공률은 17%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적인 석유탐사사업의 성공률이 20%를 넘지 않는다는 통계와 비교했을 때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치다.

그러나 단순히 17%라는 수치만을 가지고 자원개발사업 전체를 무분별한 실패로 몰아간다고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 위원장은 자원개발은 사업기간이 10~20년인 대규모 사업이다 보니 사업초기에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고 회수도 안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민간기업이 70~80%를 투자하고 성공률이 낮은데 리스크를 낮춰주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지 사업에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투자 유치나 유인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으며 경쟁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성공불융자와 관련 대기업 위주의 지원 논란에 대해 본래 자본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대형 원유개발사업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가 드물며 한국석유공사나 SK이노베이션조차도 대부분 비운영권자로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컨소시엄 구성 시 약한 기업을 파트너로 삼기엔 위험부담이 있다라며 소기업 위주의 자원개발사업을 운영하려면 그에 걸맞는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원개발사업의 성공률이 20% 미만이다 보니 투자사업 중 8~9개는 실패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3~4번의 실패를 연달아 겪을 경우 이를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마주코통상의 경우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초기에 운 좋게 성공해 그때 거둬들인 자본금으로 계속 투자가 가능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배 위원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유회사들이 유전개발을 함께 하고 있어 자기 유전과 정유공장에서 생산, 정유를 비롯해 마케팅까지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도 쉽고 큰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유회사는 발달된 반면 유전을 보유하지는 않는다.

SK는 기술력이 좋기 때문에 석유를 수입해 정유한 다음 다시 팔지만 비용은 많이 든다. 이 때문에 우리 유전의 확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배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대우인터내셔널은 실제로 성공해 큰 수익을 거둔 경험이 있으나 성공불융자라는 용어에서 오는 이미지가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탐사지원기금과 같은 용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질자원연구원의 통계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유전 매장량 확보와 성공불융자 투자액이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에 사업이 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배 위원장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돈으로 에너지를 다 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안보 측면과 경제논리로 생각하더라도 자원개발은 계속돼야 하며 성공불융자 제도는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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