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기 경동도시가스 사장
최근 대부분의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된 문제 중 하나가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로 생각된다. 최근 우리 기업들 사이에는 ‘고객만족’에서‘고객감동’, 심지어 ‘고객황홀’이라는 표어를 내세우며 나름대로 고객만족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고객만족경영은 기업의 최종 목적을 고객만족에 두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기업의 고객에 대한 인식의 변화과정을 살펴보면 오늘날 고객만족경영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1970년대 기업은 고객이 동질의 단일 욕구를 가지고 기업이 공급하는 제품을 수동적으로 구매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매스마케팅(mass marketing)을 펼쳤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은 고객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경쟁기업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고객만족이라는 보편적이고 획일적 마케팅으로는 다양화되고 개성화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임을 인식하고 고객과 관련된 내·외부 자료를 이용해 고객집단별로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는 데이터베이스마케팅(Data Base Marketing)이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고객과 기업이 일대일 맞춤식 서비스를 주고 받는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로 발전하게 됐다. 그러므로 오늘날 고객만족경영은 효율적인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다.

고객관계관리는 기업의 모든 구성원과 고객에게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선호도를 형성, 고객유지율과 경영성과 모두를 향상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에 진정한 가치를 주는 고객에 대해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고객이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하여 일생 동안 창출해주는 평생가치(life time value)를 극대화한다는 개념이다.

국내의 한 경제연구원에서 고객관계관리가 필요한 산업 또는 기업을 고객의 평생가치, 고객접촉방법, 고객접촉빈도라는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한 바 있다. 먼저 고객 1인당 평생가치가 큰 기업일수록 고객관계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평생가치란 한 사람이 죽을 때 까지 자사의 상품만을 구매한다고 했을 때의 매출액 또는 이익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불고기집을 경영하는 30세의 김경동이라는 사람이 매월 10만원의 도시가스 요금을 납부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이 59세까지 이 불고기집을 한다면 우리 도시가스사는 이 사람으로부터 약 3,600만원의 매출(평생가치)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을 추천해 우리 도시가스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 김경동씨에 대한 평생가치는 더욱 클 것이다.

두 번째는 고객과의 직접적인 채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고객관계관리의 적용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직접적인 채널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관리활동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고객과 접촉빈도가 잦은 기업일수록 고객관계관리를 적용하면 유효한 성과를 낼 수 있다. 접촉빈도가 잦다는 것은 고객데이터의 갱신이 유리하며 고객의 패턴을 정형화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도시가스 업계는 지역별로 독점적 위치에서 비교적 안정된 경영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 따라서 고객만족에 대한 중요성이 다른 산업에 비해서는 낮았다. 그러나 가스산업구조개편, 대체 에너지원의 도전 등 경영환경 변화는 도시가스산업의 경쟁을 심화시키고 고객의 선택적 재량권을 확대시켜 결국 고객이 주도하는 시장으로의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현재 도시가스 업계에서는 원스톱(One Stop) 서비스, 고객지원센터, CTI콜센터, 홍보관, 인터넷지로서비스, 인터넷 생활정보 서비스 등의 다양한 고객만족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고객만족경영 활동 보다 한차원 더 높은 단계인 고객관계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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