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종료수순을 밟고 있는 지금 정치 쟁점화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와해 위기에 처해 있다. 자원외교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에너지공기업을 비롯한 자원개발업계 전반에는 침체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졌으며 이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장기적인 숙제로 남았다.

이에 따라 본지는 해외자원개발, 돌파구 없는가라는 주제로 자원개발 전문가들의 의견을 연재 인터뷰로 게재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해외자원개발사업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 사회부문 각 4가지분야에서의 개선책이 필요합니다

김대형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원외교 국정조사 기간 동안 언론에 자주 노출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그만큼 그는 업계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쓴 소리 또한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대형 박사는 최근 있었던 자원외교 국정조사 및 검찰 수사에 대해 이 정도로 크게 업계가 흔들렸는데 제대로 된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안타깝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박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라는 에너지분야를 정치적으로 바라본 것은 잘못된 시각이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어쨌거나 지금은 업계의 위축된 분위기를 일으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했다.

김대형 박사는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 사회부문 총 4분야로 나눠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다.

해외자원개발산업 재건과 육성 의지에 대한 정책 시그널을 줘야

김대형 박사는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무너진 해외자원개발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것이라 언급했다. 그는 현재 자원개발산업은 공기업, 민간기업, 대학, R&D 등 모든 플레이어들이 극도로 위축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원개발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버리지 않았으며 조만간 산업 재건과 육성을 도모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정조사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던 자주개발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석유 자주개발률이 8% 밖에 안 되는 나라는 정책 성과를 피드백 할 수 있는 수치적 목표가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해외자원개발과 같은 장기사업의 성과를 6개월 혹은 1년마다 평가하면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 강조했다.

그는 정부역할은 중장기목표 즉, 10년 혹은 20년 후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그려가는 것이라며 자주개발률 같은 목표는 유지하되 이를 단기목표로 적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 목표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 박사는 자원외교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김 박사는 이른바 자원외교문제들이 생긴 것은 자원개발을 정부 행사나 정치적 이벤트로 끌고 간 것도 원인의 하나라며 사업은 투자자, 기업이 제일 많이 고민하는 만큼 정부가 투자 의사결정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의 자원개발 방향은 전략적으로 우리가 어느 나라에 진출해야 되는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어야 하고 이는 그 나라의 장기적인 협력이나 우호관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예로 김 박사는 과거 프랑스, 영국 등 열강국가들이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보유국에게 했던 사례를 들었다. 자원개발 관련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공무원, 정치인 등 전문가들에게 경제개발경험을 공유케 하고 교육을 제공해 학위를 주거나 우리나라의 언어·문화 등을 익히게 해주는 것 등이다.

김 박사는 정부의 세 번째 역할로 엔지니어나 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 교육훈련, 기술이전과 같은 역량강화 지원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ICT산업이 상대적으로 발달돼 있어 정보 인프라 구축을 제공하는 등 정부가 지원협력사업 중심으로 이끌고 개별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는 기업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분업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민간이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자원개발 투자 시 의사결정 프로세스 투명해야

김대형 박사는 공기업이 개선해야 할 문제로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제도적 투명성 확보 자체적인 기술역량 및 질적 역량 강화 등 2가지를 언급했다.

김 박사는 안타깝게도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다 다르다라며 외부 컨설팅 기관에 맡겨야 할 경우와 공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할 경우에 대해 제도화된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부 컨설팅 기관에 의뢰해 참고할 때도 일부 기관의 경우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이런 원칙들을 투명하게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형 박사는 또 공기업의 자체적인 기술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매출액대비 R&D 투자비율이 1%가 안 된다라며 매출규모가 큰 20개 공기업 중 두 공기업은 R&D 투자비율이 최하위라고 꼬집었다.

이는 내부역량 강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정말로 좋은 광구에 투자하려면 내부역량 강화가 필수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매출액대비 R&D, 핵심역량 강화 투자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의무적으로 투자하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외국인 전문가를 데려와 전문 인력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인력구조나 사원채용이 너무 경직화돼 있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진짜 훌륭한 전문가를 채용하려면 인력채용시스템의 유연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민간기업, 자생적인 자원산업 생태계 구축 필요

자원개발사업이 진행되려면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그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 기술서비스를 지원해주는 기술서비스기업, 관련 설비에 투자하는 플랜트 관련 기업, 기술지원이 가능한 R&D 지원이 가능토록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생태계 구성이 너무나 취약하다.

특히 민간기업의 경우 금융기관 내 자원개발 기술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사업성 평가나 기술성 평가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담보에 의존하는 금융지원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금융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할 수 있는 기술인력들을 배양·유입해 금융지원시스템을 끌고 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기술서비스 기업이 취약하고 기업규모도 작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서비스기업 중심의 R&D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는 것. 결국 민간기업 역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체적인 기술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자원개발사업 추진 시 이와 관련된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다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자원개발 플랜트와 관련해 해양조선기업을 진출시키거나 우리나라 강점인 ICT, 국제적 규모인 철강 파이프라인사업을 어떻게 연계해 나갈 것인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자원개발 기술인력인 대학, 연구소, 공기업이 제한된 R&D 역량 안에서 입체적이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육성해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원개발, 국가산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사회적 분위기 확산시켜야

C&K 사건을 시작으로 2년 이상 자원개발 스캔들이 쟁점화 돼왔다.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는 것에 대해 김 박사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나라 자원개발 민간기업의 대부분은 상사의 형태를 갖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경우 자원개발 외에도 여러 가지 대상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자원개발사업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력구조에 대해서도 지적하면서 자원개발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전공기피현상도 발생되고 있다라며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연결되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김 박사는 무엇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가장 큰 문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자원개발, 자원안보산업이 국가산업,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체계적으로 연구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언론·NGO 등 사회적인 이해당사자 그룹들이 자원개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고 정확한 정보 전달과 인식을 심기 위한 꾸준한 접촉 등을 통해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이 구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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