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종료된 지금 정치 쟁점화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와해 위기에 처해 있다. 자원외교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나 에너지공기업을 비롯한 자원개발업계 전반에는 침체적인 분위기가 널리 퍼졌으며 이는 업계가 해결해야 할 장기적인 숙제로 남았다.

이에 따라 본지는 ‘해외자원개발, 돌파구 없는가’라는 주제로 자원개발 전문가들의 의견을 연재 인터뷰로 게재하고자 한다. / 편집자주

“향후 해외자원개발을 잘 해나가기 위해서는 실력과 경험을 갖춘 국내 외부전문가들을 적극 육성·활용해야 합니다”

도이회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추진 시 현지에 있는 해외 자문사나 전문가가 아닌 국내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사이면서 자원개발 관계자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벌써 업계와의 인연이 16년이 된 자원개발 전문가다. 1999년 한국석유공사의 페루 8광구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게 되면서 자원개발업계와 자연스레 연결됐다. 페루 출장 당시 자원개발에 매력을 느낀 그는 이후 2004년 해외자원개발법 개정 TFT에 참여해 우리나라에 해외자원개발펀드를 만드는데 관여했으며 패키지형 자원개발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근에는 국정조사 기간보고 전 예비조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도이회 상무는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개발을 진행하는데 급하게 서둘렀던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자원개발 자체가 상당히 기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는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를 짧은 시간 내 지나치게 규모를 키웠다”라며 “업계 일부 사람들은 투자가 많아지고 규모가 커져 좋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도 너무 급격하게 키워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도 상무는 “국정조사 예비조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석유공사나 광물자원공사는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사업들을 한 것”이라며 “인력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만 가지고 규모를 키웠던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도이회 상무 역시 자원개발업계에는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강조했다.

도 상무는 “해외자원개발협회가 추진하는 자원개발특성화대학사업에서 이제 겨우 첫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는데 그 인력들이 업계에 진출하기도 전 너무 많은 걸 급하게 진행하다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더 안타까운 건 주로 금융기관에서 자원개발과 관련해 있던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도이회 상무는 회계사로서 국정조사기간동안 공기업의 ‘디폴트’ 논란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자원은 유가와 환율, 매장량이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변화에 따른 손실에 대해 디폴트나 마이너스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그런 변수를 제거한 후에도 문제되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그는 공기업을 포함한 국내기업들이 자원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국내 자문사를 보다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 상무는 “하베스트를 인수할 당시 캐나다의 딜로이트라는 회계법인을 이용했는데 이는 캐나다 자산을 캐나다 회계법인에 맡겨 평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그는 자원개발사업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사업을 포함한 연관 사업을 함께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자문사들이 보는 시각과 우리가 보는 시각은 분명히 다르다”라며 “국내 자본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사업인 만큼 투자에 대한 가격산정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리스크를 대비하는 의사결정을 이룬다면 훨씬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도이회 상무는 일본의 사례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언급하면서 이제는 우리도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JOGMEC은 2004년 일본이 석유·천연가스 공급 및 확보를 담당하는 석유공단 기능과 비철금속광물자원의 공급·확보를 담당하는 금속광업사업단의 기능을 통합한 자원개발 전문 독립행정기관이다.

도 상무가 이같은 언급을 한 이유는 최근 에너지공기업들이 공기업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 공기업은 민간기업이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은 공기업 스스로가 자원개발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자원확보 역시 공사의 역할은 맞지만 그 외에 민간기업이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공사 내 전문가들을 활용해 도와야 한다고 그는 충고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총대를 메고 앞장서던 공기업의 역할이 희미해진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도이회 상무는 최근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등 자원개발을 향한 조사와 수사 등에도 유감을 나타냈다.

하베스트는 인수 당시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나왔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감사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결국 감사원은 최근 자원개발 관련 감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정책방향이나 공기업들을 어떻게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냐를 고민한 결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이에 대한 연구용역을 요청한 상태다.

도이회 상무는 “자원개발 관련 조사와 평가가 이제는 정리되고 매듭을 지어야 하는 단계”라며 “예산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데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라면 제대로 파악해서 과감히 투자하고 그게 아니라면 매각이나 최악의 경우 포기를 해서라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사원보다는 외부전문가 시각으로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