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제유가의 정치경제학
[시평] 국제유가의 정치경제학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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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
[투데이에너지]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자 아람코 이사회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석유장관의 방한은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11월27일 166차 OPEC 총회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 하락국면에서도 감산결정을 유보하자 국제 원유시장이 요동을 쳤다. 그 이후 약 5개월 정도가 흘렀다.

그동안 사우디의 쿼터 유지결정 배경을 두고 각종 가설이 국내외 언론에서 제기돼 왔다.

대별해보면 경제학 분석에 기반을 둔 설명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한 정치학적 설명이 있다.

경제학적 해석은 원유시장의 초과공급상태에서 OPEC이 감산을 하게 되면 가격은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수혜는 공급과잉을 초래한 비OPEC 국가들이 취하고 사우디는 시장만 잠식되는 결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치학적 해석은 사우디가 일부러 저유가를 초래해 정치·외교적 라이벌인 이란이나 시리아를 곤란에 빠뜨리고 더 나아가 미국이나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한 가격전쟁 전략일 수 있다는 견해다.

사우디가 의외의 결정을 한 속내는 과연 어느 쪽의 해석과 가까울까?

이같은 결정 직후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세계 원유시장은 궁극적으로 스스로 안정될 것(to stabilize itself eventually)”이라는 답변으로 언론의 질문공세에 대응했다.

OPEC의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유가 지지에 유효한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견해에 OPEC 산유국들이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나이미 장관의 발언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석유가격전쟁(Oil Price War)’이나 미국이 사우디를 시켜 러시아와 이란을 의도적으로 궁지에 몰고 있다는 음모론에 가까운 주장도 나왔었다.

러시아 경제의 악화 및 루블화 가치 폭락이나 이란과 결국 핵협상을 타결한 것 등이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사우디나 미국의 의도라기보다는 그 결과로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가격의 향후 변동추이다.

지금의 유가 폭락사태가 OPEC의 감산 유보결정으로 가속화된 면은 있다.

하지만 실제 하락추세는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됐다.

이란, 이라크사태 등 중동지역 지정학적 불안의 완화, 양적완화 종료 이후 달러화 강세, 미국 비전통원유 증산에 따른 시장의 초과공급 등 원유 가격하락을 유발할 요인들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위에서 거론한 요인들 중 지정학적 불안을 제외하면 다분히 구조적·장기적인 경향의 원인들로 유가하락 추세로 반전된 것이기에 그 효과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2003년 이후 시기를 에너지업계에서는 ‘신고유가’시기로 일컫고 있다. 이런 시기가 무려 10년 이상 지속됐다.

2014년 말을 기점으로 이 추세가 반전돼 우리나라와 같이 100% 원유수입국들이 다른 제조업 제품과 마찬가지로 원유를 원유생산비에 근접한 가격수준에서 수입해 쓸 수 있는 시기로 진입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현재의 생산기술 수준 및 국제 원유공급구조에서 보면 60달러/배럴이 대충 그 수준일 것이다. 이른바 국제유가의 리-밸런싱 혹은 뉴-노말이다.

사우디 석유장관 입장에서는 불편한 균형이라 할 것이고 그럴수록 그에게 한국은 중요한 고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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