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한국가스공사뿐만 아니라 도시가스업계가 천연가스 판매 감소에 허덕이고 있다. 판매량 감소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시가스업계는 벙커-C유, LPG 등 타 연료와의 가격경쟁력 열위로 경쟁연료에 수요처를 뺏길 위기에 처해 있다. 수도권 광역열배관망 사업,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시설 폐열 공급 등 대외적인 악재도 현안으로 등장해 미래 지속성장에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국내 안정적인 가스수급을 위해선 한국가스공사 및 도시가스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천연가스는 청정연료로서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최적의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다. 위기에 빠진 국내 천연가스산업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편집자 주

■ 천연가스 판매 내리막길

한국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보면 판매물량은 전년대비 350만톤(△9.1%) 감소한 3,517만톤을 기록했다. 발전용은 원전, 석탄 기저발전의 증가와 안정화로 전년대비 209만톤(△10.9%) 감소한 1,699만톤, 도시가스용은 동절기 평균기온 상승 및 B-C유대비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전년대비 142만톤(△7.2%) 감소한 1,818만톤을 기록했다.

과거 천연가스 판매량은 2013년까지 도시가스용 5%, 발전용 10% 등 연평균 7%가 증가했지만 지난해는 사상 최대 천연가스 판매량 감소율을 보여 한국가스공사와 도시가스업계가 거의 패닉 상태였다.

올해 1/4분기도 심각한 상황이다. 

1/4분기 천연가스 판매량을 보면 발전용은 약 428만톤, 도시가스용은 약 642만톤 등 총 1,070만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7.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용도별로 보면 발전용은 약 14%, 도시가스용은 약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천연가스 판매량이 급감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기온이 작용했다. 올해 1~3월 평균기온도 예년보다 높았다. 동절기 1℃ 상승 시 천연가스 판매량은 월 20만톤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발전용은 원전, 석탄 등 기저발전이 증가하는 반면 LNG복합화력발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의 경우 가동을 하지 못한 LNG발전소가 10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14년 74%이던 기저발전이 올해는 83%, 2016년엔 88%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발전용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체 발전량의 26%를 차지하는 LNG 비중이 2022년경 7%대로 급락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도시가스용은 타 연료대비 가격경쟁력 열위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시가스업계는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B-C유, LPG대비 가격경쟁력 약화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B-C유로 전환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LPG로 연료전환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올해 들어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유가 하락으로 인한 LNG 도입가격 인하를 반영하면서 도시가스 도매요금이 1월 5.9%, 3월 10.1% 인하됐지만 산업체의 수요이탈 현상은 지속돼 왔다. 이에 따라 5월에 대폭의 도시가스 요금 인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연료에 도시가스 수요를 일순간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추가적으로 5월에 10.3% 인하돼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반응이다. B-C유, LPG 가격변화 추이를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두 경쟁연료 가격이 또 하락세로 간다면 도시가스 가격경쟁력은 제자리를 걷는 셈이기 때문이다. 즉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인 도매요금 인상으로 도시가스와 경쟁연료의 가격 격차가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2012년 17.4475원/MJ, 2013년 2월 19.4214원/MJ, 2013년 9월 19.5332원/MJ, 2014년 1월 20.7339원/MJ, 2014년 7월 20.5166원/MJ으로 계속 인상돼 왔다. 

올해 도시가스 요금이 1월, 3월, 5월 세 차례 연속 인하됐지만 경쟁연료와의 가격비교지수가 동등 수준에 이른 정도다. 도시가스업계 일각에서 5월 요금 인하폭이 100원/㎥ 이상은 돼야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인 이유가 바로 경쟁연료 가격 변동 상황이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가정용 도시가스 수요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가정용 수요가수는 2010년 1,118만가구에서 2012년 1,220만가구, 2013년 1,281만가구, 2014년 1,325가구로 매년 3.7~4.8% 증가했다. 하지만 도시가스 소비량은 2010년 95억9,600만㎥에서 2011년 95억7,200만㎥, 2012년 97억2,851만㎥, 2013년 95억7,032만㎥, 2014년은 88억7,700만㎥로 감소추세이다.

가정에서 난방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절약 노력과 전기 등의 난방기 사용 증가, 지역난방 잠식, 전기레인지로의 전환 등이 가정용 수요 감소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가스공사는 판매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도시가스사들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 미래성장도 불안한 ‘도시가스업계’

한국가스공사는 도시가스업계보다 형편이 낫다. 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에서 조금씩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사업 수익 증가 등으로 연결재무제표 기준 사당 최대 당기순이익(4,472억원)을 시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의 순이익과 미얀마사업 본격 생산에 따른 순이익이 각각 1,143억원, 462억원 증가했고 예멘 LNG 지분투자사업 순이익이 519억원 증가한 것이 반영됐다. 경비 절감 및 인건비 반납 등 경영 효율화 노력으로 1,253억원의 예산 절감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 시현에 일조했다.

세계 최초의 신종교환증권(HEB) 3,086억원 발행, 효율적인 매각계획을 통한 LNG 캐나다 지분 조기 매각, 경영효율화 등으로 1조5,700억원의 부채도 감축했다.    

도시가스업계가 미래 지속성장을 위해 에너지연관산업(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원치가 않다.

대표적인 예로 지역난방 잠식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된 집단에너지사업(CES사업)은 이익을 내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적자를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도시가스사의 CES사업 손익현황(누적순손익)을 보면 삼천리는 188억6,800만원, 대성에너지 105억500만원, 중부도시가스 94억4,800만원, 충남도시가스는 64억6,9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사업도 일부 도시가스사를 제외하곤 전무하다.

특히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힘든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 도시가스업계의 큰 고민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도권 광역열배관망 사업이 있다.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 왔던 이 사업은 결국 올해부터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도시가스사들은 수도권 광역열배관망이 구축되면 수도권 내 도시가스공급시설 약 1,734㎞가 사장돼 배관투자 손실액은 5,150억원, 매출손실액은 연간 3,471억원(20년간 6조9,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또 등장한 악재는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시설의 폐열 공급이다.

환경부는 청정연료 사용지역 내 산업용 열병합발전시설(석탄 사용)의 폐열(잉여열)을 지역냉난방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마친 상태다.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산업용 열병합발전시설이 발전폐열을 지역냉난방용으로 공급하고자 할 경우에는 과거 폐열발생량·연료사용량 범위 내에서 환경부 장관이 승인하는 건에 한해 청정연료 사용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가스업계는 이 방안이 시행되면 환경오염 증가는 물론 기존 도시가스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폐열량이나 연료사용량 범위 내 승인 시에도 공단 가동률 증가로 인한 열수요 증가 시에는 열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공급이 부족하면 인근 주민들의 동절기 난방 중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결국 추가적으로 열을 생산할 수밖에 없어 석탄사용 증가라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기존 도시가스 배관망 설치지역의 중복투자로 인한 분쟁이 확대되고 요금전가 및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신수요 창출 전략 시급

한국가스공사와 도시가스업계는 천연가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지만 제도개선도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냉방 및 산업용 수요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도입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종량별요금제 등 다양한 판매촉진형 요금제도 검토할 방침이다. 환경비용 등 사회적비용을 고려한 에너지세제 개편을 유도하고 기타 미공급사업 등 불요불급한 시설계획의 재검토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천연가스 신규수요 발굴 및 기반조성을 위해 연료전지 수요개발을 위한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LNG벙커링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시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항만 LNG 야드트렉터, 혼소 전세버스 연료전환사업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이용기기 제조업체와 공동연구 및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한 수요촉진형 실용적 가스이용기기 연구개발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도시가스업계도 한국가스공사, 가스이용기기 제조업체 등과 신규수요 창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도시가스협회는 마케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 2014년에는 마케팅팀을 신설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와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지난해 가스기기 보급 확대를 위한 업무제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도시가스사들은 가스기기 제조회사들과 협약을 맺고 가스냉방, 가스빨래건조기 등 가스이용기기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스냉방은 전력피크수요를 완화하는 동시에 천연가스의 수급에도 긍정적이어서 국가에너지 시책에서 적극적인 장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스·축냉식 냉방 적용 대상을 모든 냉방설비를 설치한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법안의 재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자가열병합발전과 연료전지의 경우 소비자가 설비 설치·운영 시 경제적인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자가열병합과 연료전지용 요금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산형 전원시스템인 도시가스기반 자가열병합발전 보급 확대를 위해선 자가열병합발전 설치 의무화, 초기투자비 지원제도 및 발전지원금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가열병합발전이 집단에너지와 동일하게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음에도 자가열병합발전용 LNG에만 안전관리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자가열병합발전용 LNG에 부과하는 안전관리부담금 면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난방 고시지역 내에는 타 열원의 설치가 금지돼 있는 집단에너지사업법의 규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수송용 수요 확대를 위해선 주유소 등과의 CNG충전소 병행 설치 등의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의견이다.

택지개발지구에 설치하는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설치비용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도시가스사업법상 공급의무와 함께 설치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담토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주택법을 근거로 민간사업자인 도시가스사업자에게만 설치비용을 전부 부담하게 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도시가스사업법상 가스사용자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도시가스 간선시설 전용 분담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LH 등 택지개발사업자의 반대로 현재 국무조정실의 중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소외지역)에 대한 도시가스 보급 확대, 노후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공급확대,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선 적정수준의 공급비용이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업계는 공급비용 중 투자보수액 조정이라도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도시가스 소매요금 구조에서 도시가스사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비용(총괄원가+투자보수액) 중 총괄원가(인건비, 판매관리비 등)가 주를 이루지만 사실상 회사의 이익에 가까운 것은 투자보수액이다.

투자보수액은 요금기저와 적정투자보수율을 곱해 산정한다. 적정투자보수율은 다시 자기자본투자보수율(ROE)과 타인자본투자보수율로 구분되는 데 ROE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업계에 따르면 ROE의 구성요소 중 무위험이자율은 정기예금 이자율을 따르는데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 정기예금 이율이 내려가는 추세다.

또 무위험이자율 이외의 부분은 공급비용 산정기준에 따라 고정돼 있고 위험계수(베타 값; 주가 유동성)는 전기·가스업종을 적용하다보니 ROE가 5% 이상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의 부채 증가가 도시가스사의 ROE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ROE의 위험계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도시가스업계의 의견이다.

도시가스업계는 또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매요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발전용의 경우 수요 회복 및 국가적인 에너지믹스 차원에서 원전, 석탄 등 기저발전에 편중하지 않고 LNG발전 비중을 적정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제7차 전력수급계획부터 불확실한 기저발전설비 확대를 유보하고 분산형 전원을 반영하는 등 LNG발전의 이용률을 높이고 제12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수립 시 국가 에너지믹스 변화 등을 고려해 수급전망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국내 가스수요 정체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한국가스연맹이 개최한 회원사 조찬간담회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산업과장은 국내 가스수요 정체기 대응전략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 △신시장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LNG벙커링, 연료전지 등) △핵심경쟁력 위주로 해외시장 진출 △고객만족경영(IT 인프라를 활용한 양방향 스마트 미터링 등) △연료전환 대응 등을 제시했다.

■ 정신무장도 새롭게

도시가스업계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도시가스업계가 안일하게 영업방식을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큰 시련 없이 성장기를 보내다보니 지금 같은 어려운 상황을 맞이해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외부의 목소리다.

하루 빨리 패닉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신무장을 새로 다져야할 것이다. 도시가스업계의 시련은 시작됐다. 앞으로 시련을 극복하는 일만 남았다. 시련과 아픔 뒤에 성공의 열매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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