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일러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시그널이 무엇보다 중용하다. 사진은 한 보일러 제조사의 생산라인.

[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국내 보일러시장은 연간 신규로 110만여대가 꾸준히 설치되고 있는 시장이다. 이미 국내 보일러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신규로 보일러를 설치하는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보일러기업들은 기존에 설치된 보일러의 교체고객들을 공략하는데 타깃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각 보일러 제조사들의 생산규모는 이미 국내 수요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수요량 해소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 보일러 제조업은 경기침체, 제조 대국 중국의 물량 공세, 엔저를 앞세운 일본 제조업체의 반격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책적 시그널, 시장도 변화한다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시장 불안정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에 유통되는 ‘보일러가격’이다. 아파트 신축에 공급되는 보일러가격은 20만원대에서 유통되고 있으며 교체시장에서 공급되는 가격은 40~50만원 정도다.

그마나 콘덴싱보일러가 공급되면서 시장가격은 올랐으나 여전히 보일러가격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전체 보일러시장규모는 4,500~5,5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수출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다. 80~100만원 수준으로 국내 가격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낮은 가격과 국내 내수량을 뛰어넘는 생산가능량을 보유한 국내 보일러업계는 ‘출혈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나마 해외시장 개척으로 ‘출혈’을 어느 정도 ‘지혈’하고 있었지만 수출시장이라는 것이 워낙 외적인 변수가 많은 만큼 불안정 요소도 존재하고 있다.   

보일러가격을 인상하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보일러가격이 수출가격정도만 오른다면 우리가 부러워하는 글로벌기업들의 보일러성능 수준까지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공격적인 기술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일러효율은 물론 보다 안전하고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치열한 시장에서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보일러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 현재의 제조시설 및 유통망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새로운 ErP를 통해 보일러시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보일러뿐만 아니라 히트펌프, 태양열, 환기 등과 하이브리드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해 전지구적인 핵심의제인 ‘지구온난화’를 해소하는데 기여코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보일러업계는 보일러가격이 인상될 수 있는 정책인 ‘저NOx보일러 보급사업’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었다.

기존 보일러대비 20여만원 더 비싼 보일러이지만 최근 대기오염 등 사회적인 문제해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NOx저감은 물론 고효율제품이다보니 에너지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보급사업의 명분도 충분해 보였다. 기존 보일러대비 비싼 제품가격을 정부와 지자체가 펀드형식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결국 보급사업대상에서 빠졌다. 보일러는 가정용 에너지사용요금 중 40~50%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물질인 CO₂발생량은 자동차와 맞먹는다. NOx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럽에서 보일러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ErP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주는 문제는 결국 정부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의무화’한다면 시장변화는 분명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 일정부분 이상의 보일러만 공급될 수 있도록 ‘정책적 시그널’만 준다면 관련업계는 자연스럽게 보다 고효율보일러 및 저NOx보일러, 하이브리드화된 제품 개발에 나서게 돼 국가적인 에너지절감 및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지구적인 문제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불평등한 ‘한중 FTA’, 새로운 과제 남아

보일러업계는 새로운 과제에 당면해 있다. 한중 FTA 체결을 앞두고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수출, 수입 관세간 불균형으로 인해 중국시장 진출에 어려움은 물론 이미 포화상태에 돌입한 국내 시장에서마저 중국산 제품과 경쟁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글로벌 제조사들의 제품이 무관세로 한국시장에 입성하게 되면 고효율 제품에서의 경쟁에서마저 우위를 빼앗길 위험성까지 있다는 점이다.

중국 보일러 시장규모는 130만대로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지만 급속한 성장세가 이어지며 2016년에는 180만대로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0년에는 500만대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전세계 보일러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온수기 역시 2014년 1,300만대 규모에서 2017년에는 5,0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타결된 한중 FTA가 발효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8%의 관세는 즉시 철폐되는 반면 국내산 보일러제품의 10% 수출 관세와 온수기의 35% 수출관세는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돼 결국 국내기업의 수출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경동나비엔의 경우 올해 준공하는 글로벌 생산기지인 서탄공장을 기반으로 콘덴싱 기술력을 활용한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중국 수출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지만 글로벌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 붙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중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으며 또 일부 기업은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어 결국 국내 제조경쟁력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한중 FTA를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정부차원의 또다른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보일러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업계 모두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맞이하게 된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의 제조경쟁력 확보를 돕는 현지 설비 투자 및 유통, 마케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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