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모 도시가스 배관 제조업체는 해마다 공급물량이 감소하는데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제품가격조건도 악화되면서 140여명의 직원이 지금은 90여명으로 줄었다.

배관 제조업에 미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자발적으로 퇴사한 경우가 많지만 일부 인력 구조조정도 있었다.

LNG·도시가스분야 중소 제조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도시가스 수요 감소 및 건설경기 침체로 제품 공급물량이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규제와 수요처의 제품단가 인하 요구 등으로 경쟁력 확보는커녕 생존의 갈림길에 서있다.

■ 제품가격 현실화 절실

무엇보다 적정한 제품가격 유지가 시급하다는 것이 제조업체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PE가스관의 경우 원재료 구입이 제한적이고 특수한 생산성과 물성을 갖고 있다 보니 비싸게 원료를 구입해야 하지만 제품가격에 적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업체 간 과당경쟁과 덤핑 수주도 적정한 제품가격 형성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제품 수요처인 건설사와 도시가스회사들이 제조업체들의 저가수주를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제조사의 관계자는 “유가인상 시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에 제품가격에도 원재료  인상요인이 반영돼야 하는데 수요처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해줘도 미미하게 인상해주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유가하락 시에는 인하요인을 거의 반영해 제품가격을 인하함으로써 제품가격 인상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처들이 제조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객관성 있게 제품가격을 협의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시장에 새로 진입한 후발주자들이 저가 견적을 제시해 과실을 따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타 경쟁업체에 악영향을 준다”라며 “후발주자들이 수요처에 저가 견적을 내밀면 수요처는 다른 업체들한테도 저가 견적이 가능하지 않느냐며 가격 인하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스관 제품은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적정한 제품가격 형성을 통해 고품질의 제품공급과 신기술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요처들의 관심과 동반성장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해외수출 애로점은

제품(PE이음관·밸브) 수출 시 해외 업체들이 품질검증을 위한 공인시험성적서를 요구한다. 공인시험성적서 발급을 위해선 제품에 대한 시험 및 검사를 해야 하는 데 이에 걸맞은 장비와 시스템이 필요하다. 제조업체가 이러한 장비와 시스템을 구비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국내에선 일부 대학교 연구실이나 건설환경시험연구원 정도만 공인성적서 발급업무를 하고 있지만 건설환경시험연구원의 경우 비용이 비싸 제조업체들의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가 해외수출 가스용품에 대한 공인시험성적서 발급업무를 수행해줬으면 하는 의견이 많다.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가스안전공사는 해외수출 기업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제조업체들도 어려움을 해소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가스용품 업체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한 간담회도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불필요한 규제, 경쟁력 저하시켜

불필요한 규제는 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2011년 디지털 및 원격식 가스미터, 산업용 가스미터는 정적 자기장 시험을 받도록 가스미터 기술기준이 개정돼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수도계량기에서 자석으로 조작하는 일이 발생해 가스계량기에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시험이 추가됐다.

이로 인해 제품 테스트가 까다로워지고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제품에 차폐기를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도 따르고 있다. 정적 자기장 시험이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도시가스회사들이 엄격하게 계량기를 관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인 OIML 기준에도 없는 규정”이라며 “수도계량기에서 조작사례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규정을 만들어 애로사항이 되고 있어 가스계량기의 정적 자기장 시험이 폐지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충전설비업계는 CNG 충전소 설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제조사의 관계자는 “예를 들어 택시차고지는 대부분 도심지에 소규모로 있는데 이들 부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용도지역 안에서의 건축제한에 의거 상당수 충전소 건설이 불가능하다”라며 “CNG택시 등 CNG차량의 충전 인프라 확대의 장애 요인인 각종 규제들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국산 기자재·법정관리 기업의 서러움     

해외업체의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판로 확보가 힘든 점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가스공사는 미국 셰일가스 운송용 신규 LNG선 6척을 발주한 바 있다. 국내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다양한 초저온밸브 및 압축기 등이 신규 LNG선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일부 해운선사들이 신뢰성을 문제 삼아 적용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정관리 기업의 회생을 가로막는 사례도 있다. 

A제조사의 계열사인 B사는 가격담합으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B사의 수요처인 C사는 B사를 포함한 납품업체들의 가격담합으로 비싸게 제품을 구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B사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데 이어 가압류를 걸었다. 이로 인해 은행권도 B사의 대출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A, B사는 유동성 위기에 빠져 부도가 나 법정관리 중이다.

관련 업계에선 C사가 과징금 처벌을 받는 B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가압류까지 걸어 유동성 위기에 빠뜨리게 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의견이 많다.    

법정관리 중인 A사는 부도가 나기 전까지 D사에 안정적으로 납품해온 기업이었다. A사는 올해 초 D사의 신규 사업에 대한 납품을 위해 경쟁입찰 참가를 시도했다. 하지만 D사의 입찰기준(재무 건전성 점수 강화)에 막혀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처럼 기업회생절차인 법정관리 기업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나사식 가단 주철제 관 이음쇠를 수입해 국내 공장 KS제품인 것처럼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허위 표시해 국내에 저가로 판매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어 정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관련기관의 엄격한 지도감독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중소협력사와 동반성장 

한국가스공사는 중소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국내외 전시회 동반성장관 운영, 기술개발 협력과제 수행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정부의 동반성장 평가에서 ‘양호’ 등급을 획득했다.

한 중소협력사 대표는 “가스공사의 중소협력사 동반성장 사업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성과물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해외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KOTRA와 국내 에너지공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하나로 묶어 관련 기술개발제품 마케팅에 활용한다면 중소협력사들의 해외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른 중소협력사의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국내외 전시회에서 동반성장관을 운영해 중소협력사들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라며 “앞으로도 중소협력사들의 전시회 참가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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