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전기차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버스시장에서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전기버스가 일반노선에 투입된다. 정부의 에너지신산업 확산 의지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구체화된 배터리리스사업은 승용차량을 포함해 버스도 포함됐다.

제주도는 올해까지 총 49대의 전기버스를 구입해 배터리리스사업과 연계한 시범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일반노선에 전기버스를 첫 투입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전기버스 운행계획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시와 김포시는 올해 각각 전기버스 28대, 30대를 구입해 일반노선에 투입한다. 부산시, 포항시도 전기버스 도입의지가 강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도시를 포함해 전기버스 도입을 검토하는 타지자체를 대상으로 버스사업자 영업이 본격화됐다는 전언이다. 시내버스만이 아니다. 관광버스용 전기버스 도입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전기버스시장이 점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중국업체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내보다 일찍 전기버스를 도입한 중국은 앞선 운행경험과 탄탄한 생산시설, 저렴한 버스가격을 무기로 국내 전기버스시장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편집자 주

◆발로 뛰는 위나동방코리아

국내 전기버스시장에 가장 의욕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은 위나동방코리아다. 이 회사는 중국 산동위능환보전원유한공사의 국내 지사로 리튬인산철 이차전지 판매법인이다. 배터리 셀, 팩, EMS와 ESS 등을 취급한다.

이 회사가 전기버스로 주목받는 이유는 인산철전지 외에도 상해기차의 버스, 승합차, 승용차, 물류차량 등 전기차종과 TGOOD법인의 전기충전시스템 독점판매권을 부여받았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에서 800대 가량 운행 중인 상해기차 전기버스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리튬인산철은 타 리튬계열 이차전지와 비교해 긴수명과 환경친화성, 안전성이 장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홍무 위나동방코리아 지사장은 “중국 전기버스 대부분은 리튬인산철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중국 선전 지역의 경우 전기버스가 전체 버스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배터리뿐만 아니라 운행시간, 충전시스템 등의 검증도 거친 셈”이라고 말했다.

위나동방코리아는 지난 3월 제주에서 개최된 전기자동차엑스포에 관광버스, 시내버스 등 전기버스 2개 모델을 들고 나왔다. 각 모델의 가격도 2억5,0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전기버스 가격 4억~5억원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

위나동방코리아의 사업모델은 완제품을 갖다 파는 중개무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배터리의 경우 중국에서 핵심소재를 들여와 국내 제조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셀과 팩을 국내에서 제조해 한국산 배터리를 만든다는 것.

이같은 계획은 지난해 말 충청남도와 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구체화되고 있다. 충남 내포신도시에 32만㎡ 부지를 대상으로 730억원을 투입해 이차전지 제조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또 최근에는 포항시가 개최한 투자설명회에 참여해 자동차 조립생산시설 투자를 조율하고 있다.

위나동방코리아는 정부가 에너지신산업으로 육성하는 제주도 배터리리스 시범사업 공모에도 참여했다. 무려 9개 국내법인과 컨소시엄을 꾸리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고배를 들었다.

그럼에도 이 회사는 최근 지자체 전기버스 영업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김포·포항시 등 올해 전기버스 보급 예산이 확정된 곳은 물론 부산·창원시와 같이 전기버스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지자체를 방문해 전기버스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장 지사장은 “배터리리스 시범사업에 탈락했지만 많은 지자체에서 전기버스 도입을 검토하는 등 시장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라며 “중국 시내버스 노선에 투입돼 이미 검증을 마친 상해기차 전기버스의 우수성을 국내 지자체 및 버스운수사업자를 대상으로 적극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위나동방코리아는 전기버스 알리기에 나서는 한편 국내 이차전지 및 전기버스 관련 중소기업도 잇달아 만나고 있어 주목된다. 배터리제조사, EMS·ESS 특화기업 등 이차전지 전문기업과 국내 버스제조 기업이 대상이다.

장 지사장은 “중국에서 들여온 제품을 국내에서 조립, 제조 시 최고 기술이 접목될 수 있도록 (국내 중소기업)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 중국전기버스가 국내 진출 시기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 중통버스, BYD, 상해기차의 전기차 모델(위부터)
◆새로운 강자 꿈꾸는 우진산전

중국 최초의 전기버스 제조. 중국 2대 버스 제조기업. 2,000대 이상 전기버스 판매. 이들 표현은 모두 중국 중통버스를 지칭한다. 중통버스는 반세기 이상된 업력을 지닌 전통있는 기업이다.

이같은 기업이 지난 3월 제주도를 찾았다. 현지에서 직접 들여 온 전기버스와 함께 모습을 보였다. 전기차엑스포에 참가한 중통버스는 국내 전기버스시장을 정조준했다.

중통버스는 국내 공략을 위해 우진산전과 손을 잡았다. 우진산전은 철도·중전분야 국내 전문기업이다. 1974년 창립, 전동차 저항기부터 생산을 시작한 후 전동차, 전철, 모노레일 등 전동차종을 두루 섭력했다. 한마디로 전기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다.

이러한 두 기업이 국내 전기버스시장에 참여를 선언했다. 향후 가장 강력한 국내 전기버스 브랜드로서 성장 가능성 높은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중통버스의 전기버스는 188kWh급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탑재됐다. 한 번 충전으로 150㎞를 주행할 수 있다. 소음진동이 적고 승차감이 우수하다.

중통버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기버스 도입이 예정돼 있는 국내시장 진출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른 시장 점유도 중요하지만 안정된 정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수 우진산전 부사장은 “국내에 중국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각종 인증절차를 밟아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이 기간 중 국내에서 선호하는 타입의 버스 개선 사항과 배터리, 충전기 등 업그레이드 요건에 대한 충분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으로 유추하면 중통버스의 국내시장 참여시기는 하반기를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운수업체,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는 아직 나서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중통기전은 국내 전기버스시장의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 중 하나로 분류된다. 우진산전과의 국내 진출 밑그림이 완성될 경우 기술력과 업력은 업계 최고다.

◆언제 진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BYD

지난 2010년 전기차 첫 생산을 시작으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기업이 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가 지분 10%를 취득해 유명해진 BYD다.

BYD는 2010년 전기차 ‘E6’을 출시하면서 전기차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전기버스 ‘K9’과 함께 택시와 버스 등 영업용 차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등 35개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며 E6 3,500대, K9 1,500대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최근 폐막한 제주 전기차엑스포에 참가해 처음으로 국내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자사의 강점인 택시·버스용 전기차 판매의욕을 드러냈다.

특히 버스의 경우 유럽 판매 승인을 받아 글로벌 진출 빗장을 열었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영국에서 판매가 이뤄졌고 최근 일본에서도 K9 버스를 도입했다.

지난 3월 제주도에 방문한 류쉐량 BYD 아시아태평양총괄사장은 전기택시로 국내시장에 우선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파트너가 정해지면 빠른 시간 내 국내시장에 진입할 뜻을 비췄다.

전기버스는 아직 시장진출 계획이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럼에도 전기택시로 국내시장에 진출한 후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언제라도 전기버스 진출이 가능한 기업이 BYD다. 당장 영업을 본격화하고 진출선언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물론 가까운 일본 등 전기시장 선진국에 전기버스를 판매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이미 국내에 진입한 선롱버스도 전기버스시장 진입 1순위로 꼽히는 회사다. 선롱버스의 국내법인인 선롱버스코리아는 최근 준중형 버스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과 지난해 400대 가량의 버스를 판매한 선롱버스코리아는 올해 1,000대의 판매 목표를 내걸었다. 이미 1분기에 200여대를 팔았고 지난 4월 열렸던 서울모터쇼에서 100대를 사전판매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목표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선롱버스는 전기버스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국내시장 진입도 전망해 볼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롱버스코리아의 관계자는 “국내 전기버스시장이 열리면서 최근 선롱버스의 시장진출에 관심을 갖는 곳이 늘었다”라며 “아직 국내시장 진입과 관련해 어떠한 계획도 확정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버스시장이 확대되는 등 시장여건이 조성되면 자연스럽게 검토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제주도와 서울시, 김포시, 포항시 등이 올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전기버스를 본격 운행한다. 국내에서는 배터리교환·무선형 충전방식 등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을 선보이며 전기버스시장을 신산업창출로 연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일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중국기업은 버스운수사업자와 타지자체를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국내 전기버스시장의 변화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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