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채꽃 농장

[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따뜻한 봄이 오는 3~4월이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유채꽃 풍경이 떠오른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며 노랗게 펼쳐진 유채꽃밭의 모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이렇게 봄의 전령사로 익숙한 유채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이제는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채, 본지가 그 현장을 다녀왔다. /편집자 주

“좁은 땅에 재배면적 확보가 쉽지 않지만 수입의존도가 높은 바이오디젤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영화 연구사가 첫 만남에서 밝힌 포부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무안군 어느 조용한 마을, 이곳에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가 있다.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으로 경관용 유채, 거대억새, 해바라기 등을 이용해 바이오에너지를 생산, 연구하는 곳이다.

폐식용유, 동물성 폐유 등을 활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은 ‘친환경’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유채꽃을 활용한다니 자칫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궁금했다.

이영화 연구사는 “식용작물인 유채를 활용해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점에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유휴 농경지를 활용해 유채꿀, 유채유 등을 만든 후 폐자원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어떤 에너지원보다 자원순환에 기여하는 바가 높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경관용 유채 경작규모는 비공식적으로 제주나 일부 농가 등이 재배하고 있고 공식적으로는 3,000ha에 이른다. 좁은 국토 면적에 재배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경관용 유채 재배지만 해외에서는 대규모 밭재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협소한 국토면적으로 인해 재배할 밭이 넉넉지 않아 논재배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것도 겨울철에 유휴 농경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지 않다. 재배면적이 크고 기간이 길면 그만큼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 연구사는 “가을에 파종해 이듬해 봄에 수확하는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이모작, 삼모작에 맞는 품종을 만들어야 하고 맞춤형 재배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며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기술과 가격이 안정화돼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같은 따뜻한 지역이나 캐나다 같이 면적이 큰 나라는 대량재배, 대량수확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갈길이 멀다는 것.

이영화 연구사는 “농기계인 트랙터 하나가 바이오에너지를 사용하면 그에 따른 배출가스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라며 “재배량과 수확량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점차 늘려가면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바이오디젤 추출설비

국내 연간 바이오디젤 공급량은 2013년 기준 42만톤이다. 이는 국내산 원료(폐식용유 등)가 16만톤(38%), 팜유·대두유 등 수입산 원료가 26만톤(62%)으로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의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이유로 국내 유휴 농경지를 활용해 경관용 유채 재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현재 전북, 전남, 경남 지역 등의 농경지 약 25만ha가 이모작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재배면적에서 ha당 1.5톤의 유채종자가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총 38만톤 생산이 추정된다.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는 경관용 유채의 자원순환적 재활용과 현장에 적용가능한 실효적 수단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 ‘유채 자원순환 연구협의체’를 추진했다. 국내산 유채기름과 유채박의 활용과 부가가치 제고가 절실하다는 데 공감해 대단위의 경관용 유채 자원순환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부산물 이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겨울철 유휴지를 이용한 경관용 유채 재배면적도 2012년 2,588ha, 2013년 2,496ha, 2014년 2,898ha 등 매년 소폭 증가하고 있다. 또한 △농업여건에 적합한 이모작체계 및 대규모 단지 조성 △ 유채자원모델 현장적용 및 실효성 평가 △ 유채 부산물의 부가가치 제고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채 자원순환 모델은 현장 적용에 애로사항이 많다. 우선 유채 자원순환을 통한 경쟁력과 농가소득이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이영화 연구사는 “유채재배 손익분기점과 적정 시장가격 산정, 소비자 기호에 맞는 유채 식용유제품 생산, 홍보 등 판로개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바이오디젤발전기로 양수기(좌)와 선풍기(우)를 가동하는 모습.

해외에서는 유채생산이 밭 재배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면적 확보 등의 이유로 논재배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성 저하’ 해결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만큼 토양 조건별 적정 파종량, 파종방법, 파종두둑넓이 등 문제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또한 100~200ha 내외 대규모 유채재배에 있어 수확, 운반, 건조, 보관 시설 구축과 규모에 맞는 착유설비 구축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유채기름과 유채박의 대량 소비처 발굴도 지자체 협력을 통해 지역소비를 권장하거나 생협, 학교, 관공서 등 공급처를 모색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는 올해 유채의 자원순환 활용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과 에너지자립기반 조성을 위해 실효성 평가 등 시험연구사업을 연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채꽃(경관, 양봉), 유채기름(학교 급식), 유채박(유기질비료), 폐식용유 수거 후 BD생산(디젤 트랙터 연료, 농업용 발전기) 등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기존 화학비료와 농기계 디젤유 등을 대체해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경우 탄소배출권 혜택도 주어진다.

또한 연구협의체는 유채를 이용한 건강한 먹거리 제공과 홍보도 겸할 계획이다. 유채 기름은 발연점이 높아 다양한 요리체험이 가능한 간편하면서도 고급화된 요리법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 유채는 에너지 생산, 경관, 양봉, 폐기물 재활용 등 가상의 순환모델 설정이 가능해졌다. 유럽 등지에서 발달한 에너지자립마을, 일본의 자원순환시스템, 우리나라의 저탄소 녹색마을 등도 이와 상통하는 개념이다.

이같이 유채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활용방안의 필요성은 확인됐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영화 연구사는 “국내 유채 연구인력과 시설이 미비한 만큼 보완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라며 “국가연구기관의 품종개발 및 보급, 대학과 지자체의 사회·경제·문화 등을 담당하는 실용적인 종합 연구체계는 물론 시민의식의 성숙, 지자체의 역량 신장을 고려한 제3세대형 정책과 투자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를 위해 유채를 활용한 연구 외에도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바이오에너지협회 또한 국내 바이오디젤 국산화율 증대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는 7월31일부터 도입되는 RFS제도를 통해 자동차용 경유 내 바이오디젤 의무혼합율이 기존 2%에서 2.5%로 상향조정된다.

이에 대해 바이오에너지협회 측은 “이산화탄소 발생 감축을 통한 대기환경 개선 효과로 보다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대기환경 개선과 에너지자립도 제고 등 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선순환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해외 E자립 사례 살펴보기

■ 오스트리아 무레크(Mureck)

세계 최초 에너지 자립마을로 알려진 무레크 마을은 주민 참여와 온전한 자원순환이 성공의 핵심요인이다.

유채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돼지사료로 쓰고 분뇨는 발전에 이용하며 남은 액비는 비료로 이용하는 구조다.

곡물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농사인 유채 재배로 전환했고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농기계에 사용한 것이 시초다. 1989년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SEEG 플랜트 회사를 지역주민 570명이 함께 투자해 만들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폐목재를 이용한 열병합 발전소와 축산 분뇨로 전기를 생산하는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에너지 자립률이 170%에 달하고 주민 1인당 1,500유로의 에너지 지출비용을 자체 해결했으며 45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뒀다. 생산된 바이오디젤은 인근 그라츠시의 버스 연료로 이용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바이오디젤 100%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 일본 ‘유채꽃 프로젝트’

수질오염 해결을 위한 천연비누 운동에서 발전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지역 자율의 자원순환형 사회 만들기에 적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유채를 수확해 식용유를 만들어 가정과 학교급식에 이용하고 유박은 비료로, 폐식용유는 비누나 바이오디젤로 재활용하는 체계를 갖췄다.

1998년 사가현 아이토우정에서 시작한 유채꽃프로젝트는 기존 폐식용유를 재활용하는 천연비누사업이 보다 발전된 형태다. 유채꽃 프로젝트를 통해 양봉, 관광, 초·중등학교 환경교육 등 지역 내에서 보다 확대된 자원순환 사이클로 발전된 모델이다.

프로젝트 성공의 첫 번째 열쇠는 주민 참여의 폐식용유 회수에 있으며 이를 위해 마을마다 회수 거점을 설치하고 주민을 교육시켰다. 두 번째는 지역의 크기에 적합한 비누제조 미니플랜트 ‘자이페’와 바이오디젤 미니플랜트 ‘엘프’를 개발해 활용한 점이다.

재활용된 것을 지역에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품질 확보, 비과세 제도를 통한 가격유도, 기술협력 등의 과제를 지속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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