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이주영 기자] 계속되는 저유가 현상으로 알뜰주유소의 차별화 전략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반짝 대두됐던 자립화 계획은 자영알뜰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수의 10%를 차지하지 못하는 점을 이유로 보류됐다. 등장 당시 꺾일 줄 모르던 기름값을 잠재운 알뜰주유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안심주유소 등장까지 더해 ‘알뜰효과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이의 타계책 중 하나로 제시된 알뜰주유소 화물복지카드 정책은 다양한 이권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석유공사의 알뜰 공급가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는 등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 편집자 주

“알뜰주유소가 다른 곳보다 30원정도 저렴하면 뭐합니까. 직영주유소 화물복지카드가 45원 할인하면 더 비싸지는 꼴인데요”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알뜰주유소의 화물복지카드 정책은 무용지물 혜택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알뜰주유소는 현재 우리카드의 화물복지카드 혜택을 지원받고 있으나 리터당 20원 할인에 불과하다. 월용량 2,000리터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마저도 기존 1,200리터에서 그나마 늘린 상황이다. 정유사 폴 주유소는 SK-신한, GS-국민, 현대-우리카드의 리터당 45원 할인혜택을 주고 있어 알뜰주유소대비 할인폭이 크다. 또한 용량제한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뜰주유소는 화물복지카드 혜택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소연한다. 알뜰주유소는 수도권대비 지방에 훨씬 더 많이 위치해 있어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른 바 ‘큰손’이라 할 수 있다.

알뜰주유소가 정유사 폴 주유소보다 리터당 10~30원 저렴하다한들 리터당 45원 혜택의 정유사 폴과 경쟁하면 이런 알뜰효과는 금방 상쇄되고 만다. 또한 화물복지카드의 20원 할인혜택까지 더해 30~50원 할인혜택을 제공해도 2,000리터를 초과할 경우 이 마저도 제공이 불가능하다. 화물운전자가 월평균 6,000리터 정도를 주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왜 알뜰주유소업계가 화물복지카드에 목소리를 높이는 지 짐작이 간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화물복지카드 혜택 즉, 용량제한과 할인금액 확대, 신규카드사 도입 등 문제를 가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왔다.

◆ 화물복지카드 도입, 오리무중?

화물복지카드의 도입여부가 오리무중인 이유는 업무소관이 국토교통부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국토부에 화물복지카드 건에 대해 검토여부를 꾸준히 요청해 왔으나 알뜰주유소의 주무부처가 아닌 국토부 입장에서는 화물복지카드 혜택을 늘릴 경우 기존 카드사의 반발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필요성을 느끼지만 주무부처가 아닌 산업부와 주무부처지만 껄끄러운 사안이라 판단한 국토부는 ‘화물복지카드’ 사안을 서로 미뤄왔고 화물복지카드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하던 알뜰주유소협회는 산업부에 더욱 강하게 협조요청을 구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28일 열린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기획재정부는 석유제품시장의 가격경쟁력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해 알뜰주유소의 운영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하면서 화물복지카드를 둘러싼 업계의 요구는 점점 무르익게 됐다.

지난 2월 기재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산업부, 국토부, 우리카드, 국민카드, 신한카드 등 카드사 관계자,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들은 ‘알뜰주유소 화물복지카드 혜택 확대’를 의논하기 위한 자리를 가졌다.

국토부는 그 동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바꿔 “알뜰주유소 화물복지카드 혜택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기존 카드사들이 현재 알뜰주유소의 화물복지카드 혜택을 지원하는 신규카드사 진입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초 기존 카드사들이 화물복지카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투자한 초기투자금은 100억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신규 카드사를 진입시킬 경우 이미 투입된 초기투자금에 대한 부담여부 문제가 애매해지기 때문.

초기투자비를 ‘이미 지나간 과거’로 치부하기엔 신규카드사의 무임승차를 용납할 수 없고 일정비율의 투자금 부담을 지우기엔 형평성 논란이 생기기 쉽다. 한번 할인혜택을 얻게 되면 그에 따른 수익창출도 엄청나서 카드사 입장에서는 여간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화물복지카드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협회는 지난 3월24일 정기총회를 통해 “알뜰주유소의 화물복지카드 정책확대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쉽게 입장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 알뜰 공급가 둘러싼 갈등, 언제까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알뜰주유소협회는 석유공사와 공급가 협상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계약서상 제4조(주유소의 의무)의 ‘판매량의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라며 “석유공사 물량이 아닌 전자상거래 물량과 전라도 같은 저유시설·저장시설이 없는 지역은 의무구매물량 조항에서 제외해 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석유사업법에 혼합판매가 허용돼 정유사 폴 주유소도 다른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을 수 있으며 정유사와 주유소간 정한 약정물량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위약금 없이 자사 제휴카드 중단 처분이 전부”라며 “석사법에도 허용된 약정물량 위반에 대해 위약금을 물리겠다는 석유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법을 스스로 어기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석유공사의 허술한 알뜰주유소 시설물 관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정유사는 통상 2년에 한 번씩 자사 폴 주유소 시설물 관리를 하는 반면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초창기에만 1회성 도색을 한 것이 전부이고 추후 관리가 없었다”라며 “이는 석유공사의 위약사항으로 공사의 책임은 회피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  

또 다른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석유공사는 공사로부터 50% 의무물량을 구매하라고 알뜰업계에 요구하고 있고 이를 75%까지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저렴하지도 않는 기름을 억지로 구매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라며 “안그래도 운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공급가로 기름을 구매하는 것은 사업자들에게 영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알뜰주유소, 근본적 타계책 필요하다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알뜰주유소 진입에 따른 경쟁주유소의 가격반응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안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알뜰주유소를 현재보다 더 많이 보급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 담보를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알뜰주유소 정책이 기름값만 잡고 종료하는 단기 정책이 아니라면 보다 안정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알뜰주유소의 화물복지카드는 그 정책 개선의 일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알뜰주유소가 화물복지카드 확대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알뜰주유소시장의 침체성 때문이다. 알뜰주유소는 배럴당 100달러선을 유지했던 고유가 시절 정유사를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던 석유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최근 석유공사와의 공급가 공방, 안심주유소 등장 등 예상치 못한 석유시장 변화에 따라 알뜰주유소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뜰주유소가 지금과 같은 침체기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자칫 업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뜰주유소가 화물복지카드, 공급가 문제, 혼합판매 등 전면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면서 산업부를 비롯한 석유공사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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