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작업자 말고 설비의 안전불감증도 잡자”
[시평] “작업자 말고 설비의 안전불감증도 잡자”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5.0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투데이에너지] 정부의 안전 우선 정책 추진에 힘입어 사업장 현장에서의 작업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보호장구 착용, 안전작업 절차의 준수 등 위험작업 절차나 운영상의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작업자’ 즉 사람의 인적오류나 안전문화 개선에만 좀 치우쳐 있는 듯하다. 이제 더욱 공학적, 기술적 접근이 필요한 위험 설비와 주요 산업설비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절차나 운영상의 개선이 필요하다. ‘설비’에도 안전불감증이 있으므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산업설비의 설계시 안전기준의 적용, 제작시 검사절차의 준수, 운영 시 정비 및 사용 중 검사의 수행 각 단계 절차도 개선돼야 한다.

최근 안전관련 규제 대상이 아닌 민간기업의 산업설비에서 유사한 패턴의 안전사고가 반복해서 발생되는 이유도 이런 ‘설비’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며 설비 자체가 사유재산의 성격이므로 규제를 도입할 논리도 부족하다. 하지만 민간 발전, 철강, 반도체 설비 등은 국가의 주요 설비이므로 이들의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을 방관할 수도 없어서 민간의 자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설비의 안전관리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오랜 산업화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민간이 자발적으로 설비 안전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산업개발을 이끌어왔다.

사업자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해 객관적인 제3자 입장을 유지하는 민간검사기관에 의해 설비 안전관리를 수행하는 체계를 확립했다. 정부는 이들 검사기관의 지정과 검사의 정확성, 신뢰성을 관리하는 업무만 담당해 직접적인 규제를 최소화하면서 제도를 유지했다. 정부의 규제를 완화하지만 자율적 안전관리는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가 수립돼 시행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Notified Body(제3자 검사기관)는 설비 제조단계의 안전관리 검사를, Approved Body는 설비의 설치와 운영단계의 안전관리검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의 독립적 검사수행 권한은 철저히 보장된다.

하지만 이들은 검사 결과에 대한 임의 판단은 할 수 없고 공인된 유럽기준(EN code)을 적용해 결과를 판단해야 한다. 유럽기준은 유럽연합의 전문위원회에서 제정 및 개정을 수행한다.

미국도 유럽과 기본 골격은 유사하다. 미국의 설비 안전성 관리 기준은 ASME Code로 통일됐다. 설비 제조자는 주정부의 요구 또는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어차피 ASME Code에 따라 제조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증하는 ASME 스탬프를 필히 받아야 한다. 설비 운영자도 ASME Code 혹은 NBIC(National Board Inspection code)에 따라 사용전-사용중 검사를 해야 한다.

설비 제조검사 및 사용전·사용중 검사는 ASME에 의해 지정되는  AIA가 시행한다. AIA기관은 AI(공인검사원)와 AIS(공인검사원 관리자)를 고용해야 한다.

이와 달리 국내는 각각의 법령별로 정부산하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지정돼 있고 각각의 법령별로 안전관리검사를 시행하는 정부 산하기관을 명기, 해당 법령에 의한 안전관리만을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법규의 안전관리 체계를 통합 적용할 수 있는 독립적 제3자 검사기관이 존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민간이 지속적으로 안전관리 코드를 개정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기술기준 체계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산업설비의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3자 검사기관을 통해 안전관리의 객관성과 공정성, 전문성 등을 확보하고 상세 기술기준은 학회 등 민간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토록 문호를 개방해 정립·보완·발전 체계를 갖춰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