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강은철 기자]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시험인증산업 육성계획’에 따르면 시험인증시장을 적극 육성할 경우 2017년까지 매년 12%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해 서비스시장이 6조원, 인하우스시장 포함 13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경쟁력을 확보하면 한 해 2,5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거대시장을 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과 새로운 분야 대두, 환경 및 생활안전에 대한 규제강화 추세로 성장성이 매우 밝은 분야가 바로 시험인증분야다.

이렇다보니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국가간 교역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한 다양한 요소 중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지만 시험인증분야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증폭되고 있다.

표준화와 인증은 국제간 교역에 있어 관세 못지않게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중요한 복병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과 교역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야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가 또는 지역간 상이한 인증의 벽을 넘어야 하는 최고의 과제를 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칠레와 FTA 협정을 체결한 이래 2012년 미국과 타결하면서 전체 교역량 중 FTA 체결국의 비중이 38%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중동권과 남미지역로 확대되면 90%까지 그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자연스럽게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내실을 꾀하기 위한 고민이 높아지게 됐다.

국가기술표준원 산하의 특수법인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원장 송재빈)은 지난 2010년 7월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과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통합, 출범해 건축·생활·환경·에너지분야 제품과 기술의 시험·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시험인증을 넘어 기술개발 선도와 해외 시험인증시장 진출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해외 현지 시험인증 인프라 구축하다

KCL은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시 쿠웨이트를 방문해 시험인증 모델 전수와 에너지효율 공동연구 등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쿠웨이트 KISR(Kuwait Institute for Scientific Research)과 건물에너지효율 성능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재료 R&D 및 건물에너지효율 성능평가 인프라 구축을 협력함으로써 건설재료, 건물에너지분야뿐만 아니라 패시브하우스, 제로에너지하우스기술 공동연구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사우디표준청(SASO)과 455만달러 규모로 체결한 건물에너지효율 평가인증을 위한 장비구축과 운영컨설팅 계약 성사 후 기반 구축과 기술 교육 등 후속 업무를 추진 중이다. 현재 사우디에 구축 중인 건물에너지효율 성능평가분야 이외에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제로에너지하우스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시험평가 기반 구축과 기술협력분야 등에 대한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KCL은 사우디를 신재생에너지 관련 국내 시험·인증시스템을 중동 지역에 수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동의 사막형 기후조건에 적합한 태양광 및 제로에너지하우스 소재부품 등 관련 기업의 R&D 협력을 위한 창구 역할도 수행할 계획이다.

■ 창조경제 실현 선도기관 도약

정부가 2025년을 제로에너지건물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에너지설계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물은 기후변화와 에너지고갈에 영향을 받지 않은 미래형 재생에너지기술 중 하나로 세계 각국에서 집중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현재 우리나라는 걸음마 단계로 에너지수요 및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해외 기술력에 맞서 조기에 독자적인 국산 신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KCL은 상용화를 위한 R&D를 적극 추진 중이다.

KCL은 지난 5월8일 충북혁신도시 내에 제로에너지건물 실현을 위한 진천 건물에너지기술센터를 준공했다. 건물기술센터는 에너지절감을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연구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제로에너지건물에서 중요한 냉난방 에너지사용량 최소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열회수환기설비, 냉난방 공조설비 등의 성능시험과 도시 건축물의 핵심적인 신재생에너지 생산수단인 BIPV에 대한 평가설비를 센터에 통합 구축했다.

특히 ‘제로에너지건물을 통한 창조경제 견인’을 목표로 기존 오창에 구축돼 있는 단열재, 창호 등의 패시브 측정장비를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냉난방 공조설비 평가장비 등을 진천 건물에너지기술센터에 통합, 구축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대내외 경쟁력을 갖췄다.

충북지역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분야의 시너지를 높인다는 목표 아래 충북테크노파크 태양광기술센터를 통해 지역 내 태양광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밀착형 기술지원 및 사업화, 창업교육,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성능평가 기술지원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KCL은 진천에 제로에너지하우스실증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에너지 패시브와 액티브 하우스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지역 특화 전략 산업의 중소·중견기업 성장을 위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프로그램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충북이 태양광 설비와 BEMS(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 기술, 에너지효율산업의 집중화 지역으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KCL은 건물에너지 효율등급 인증기관 지정을 추진 중이다. 기관 지정 및 에너지 관련 사업 확장을 통해 2020년까지 관련 분야 매출 1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경남 창조경제혁신센터와는 플랜트와 기계 중심의 종합시험연구기반 구축 사업도 벌이고 있다. 현재 창원시와 관련 시험인증 연구시설 구축을 위한 부지 임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 한·중 FTA, 신시장 개척 호재

지난 4월 중국 청도 현지에 독자 시험실(청도 커쉬얼 검측기술서비스) 개소식을 갖고 중국 내 소비제품 관련 인증서비스 업무에 들어갔다. KCL은 지난해 약 2,240m² 규모의 공간을 확보해 수출입 상품 시험검사기관 지정에 필요한 장비와 시스템, 현지 인력 채용 등 전문 시험실 설립을 준비해왔다.

한·중 FTA 체결과 중국 측의 시험인증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중국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며 지난해 말 중국 상무국으로부터 비준증서와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KCL 중국 청도 시험실은 시험인증분야에서 최단 기간 내 이뤄진 성과로 통상 3년 이상 걸리던 개방의 문을 1년 미만으로 당긴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것으로 한·중 FTA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실내 공기 질과 건물 안전 및 에너지 절감 등에 대해 중국 최대의 건설기술연구기관인 ‘중국건축과학연구원’과 협력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A업계의 관계자는 “제품 수출에 필수적인 해외 규격에 대해 해당국의 인증 절차와 기술규제 등이 항상 걸림돌이었다”라며 “KCL의 현지 시험소를 통해 해외인증 정보와 관련 인증획득 등 해외 진출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시험인증기관의 현지 시험소 설립을 반겼다.

▲ 중국 시험검사소.

■ 몽골 시험인프라 구축 ‘결실’

지난달 20일 몽골의 척트바야르 담딘(Tsogtbaatar Damdin) 신임 건설도시개발부 장관을 만나 몽골의 건설시험과 에너지부문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연수와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 연수, 시험소 구축 등의 사업 추진에 대한 협력을 강화키로 협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6월 몽골 건설도시개발부와 몽골의 건설분야 인프라 구축 및 제도 등 전반적인 사업에 대해 KOICA 협력사업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한 후 같은해 9월 몽골 국토부 및 에너지부 소속 기술 공무원 5명을 국내로 초청해 6개월간 장기연수를 실시했다.

이들 연수생들은 그간 몽골에서 활용하지 못했던 국내의 몽골 지원 시험장비에 대해 시험요원으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다하는 등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시험인증 기술에 대한 우수성을 전파해 기술연수에 대한 몽골 정부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고 있다.

KCL은 우리의 기술과 표준을 몽골 등 개도국에 보급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이제 실질적으로 단열재, 솔라 판넬 등 에너지 관련 국내기업의 수출 촉진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KCL은 향후 국내 정부부처 및 관련 시험장비 제조기업 등과 협력해 개도국에 시험인증 기술 수출을 성공적으로 전수함으로써 국가적 위상을 제고시키는 한편 국내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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