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호 한국가스공사 경영연구소장
[투데이에너지] 제7차 전력수급계획이 6월8일 국회에 제출됐다. 6차와 비교하면 2029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2기가 추가 건설되고 석탄 화력발전소 4기 건설이 철회됐다. 정부는 이러한 전원 구성을 놓고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와 안정적 전력수급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가 건설된 이후에는 경제 급전의 원칙에 따라 가동되기 때문에 전원 구성과 실제 발전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경제성과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를 위해서는 천연가스 발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가스 복합화력의 일정 수준 가동이 보장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풍부한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천연가스발전이 크게 확대돼 왔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은 발전량 기준으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더불어 발전기 단위로 배출계수 상한선을 직접 규제하는 매우 강력한 환경규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석탄 화력발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발전으로 대체하고 강력한 환경규제를 도입함으로써 미국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럽은 미국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량의 비중이 2008년 26.2%에서 2013년 17%로 하락했으며 석탄발전은 2010년 20.1%에서 2013년에는 24.2%로 높아졌다. 이는 불경기와 신재생에 의한 화력발전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며 특히 배출권 가격의 폭락이 기여한 바가 크다. 즉 배출권 가격이 크게 하락함으로써 발전사업자들은 가스에서 석탄으로의 역방향 연료전환을 한 것이다.

한편 EU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갖고 신재생발전이 확대됐으나 유럽 주요국들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배출계수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신재생 보급정책의 철회 등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54기 모든 원전 가동을 중지하고 LNG발전 확대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원전을 LNG발전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원전 가동률이 70% 수준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5개월을 단위로 최소 2개월의 예방 정지를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나머지 기간을 최대 가동한다고 해도 원전 이용률은 87%가 된다.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원전 및 석탄화력이 계획대로 건설되고 과거와 같이 원전의 가동률이 90%를 상회하게 된다면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는 한동안 크게 감소했다가 서서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국제시장에서 LNG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국제 LNG시장 전체 거래량 중 80% 정도가 20년 내외의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있으며 석유와 달리 LNG 도입을 위해서는 5년 내외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발전부문에서 계획과 달리 수요가 크게 증가했거나 원전 가동 중지 등의 예상하지 못한 수급 변화가 발생했을 때 천연가스 발전이 이러한 충격을 감당해 왔다. 앞으로도 전력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수급 변동이 발생하면 대안은 천연가스발전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 관련 국가 계획은 효율적인 에너지믹스를 통해 안정적이며 경제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미국과 유럽의 경험에서 볼 수 있듯이 비용 효과적이며 친환경적 전력시장을 위해서는 천연가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또한 일본의 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천연가스발전이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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