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논란) 연료전지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의 수혜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기초연료로 화석연료인 LNG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메탄성분에서 수소를 추출 후 공기 중 산소와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로 인해 화석에너지 고갈에 대비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명분으로 지원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배치된다는 논리다.

#(현황) 상반기 국내 연료전지 허가건수(3MW 이상)가 1건에 그쳤다. 예정된 사업조차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로 주목받던 평택발전사업도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광주, 부산, 대구 등지에서 계획된 발전사업 역시 주주간 이견, 자금확보 등의 이유로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업계 주름골이 깊어지고 있다.
 
발전용연료전지뿐인가? 정부의 융·복합사업 추진의지가 강해 기대를 모았던 연료전지·재생에너지 연계사업도 모두 탈락되는 수모를 겪었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는 양산 후 지난달까지 273대 판매에 그쳤다. 올해까지 1,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당초 목표와 비교할 때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명분) 업계 관계자는 모일때마다 ‘콘트롤 타워(Control tower)’ 부재를 안타까워 한다. 주택·건물·발전·수송용 연료전지 등 분야별 구분이 없다. 동병상련이다. 긴 호흡을 갖고 만들어진 육성·발전 로드맵을 통해 분야별 실행계획을 구체화 할 동력이 없음을 한탄하는 목소리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업계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뚜렷히, 자주 언급되고 있어 주목된다. 연료전지를 지원해야 할 구체적인 명분과 논리를 갖추자는 것. 특히 올해말 예정된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를 맞아 향후 온실가스 감축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기술로서 연료전지를 부각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연료전지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끼였다. 주택용연료전지와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보급예산이 줄었다. 그나마 설치의무화시장 내 연료전지 단위 에너지생산량 및 보정계수(6.5)가 지난해 발표돼 건물용연료전지의 보급확대가 기대된다. 그러나 업계가 요구하는 공급인증서(REC) 발급 요청에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발전용연료전지도 위기감이 드리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라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전세계 가장 큰 성장을 이루며 주목받고 있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사업수익의 근간을 이루는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하락하면서 사업에 당장 빨간불이 켜졌다.
 
미래도 걱정이다. RPS 계획은 2024년까지 의무량만 정해져 있다. 이후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정책제시가 없다면 2018년 이후 RPS 이행사업자의 투자가 줄거나 회피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갈팡질팡, 맴돌기만 할 것인가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반복되는 얘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1만대 이론’과 ‘콘트롤타워’다.
 
1만대 이론은 이렇다. 연료전지 보급·확산을 가로막는 걸림돌 가운데 지적받는 것이 시스템 가격이다. 현재 일본 가정용연료전지의 경우 대당 200만엔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10만대 보급도 달성했다. 내년부터는 보급시장에서 민간 자율시장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가정용연료전지 가격은 대당 4,000만원에 이른다. 출력용량을 감안해도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가격차이는 결국 보급 대수다.
 
국내 가정용연료전지는 지난해말 기준 약 1,500대 보급에 그치고 있다. 일본은 대략 100배 많은 보급수치를 보이고 있다. 보급대수 차이가 시스템가격 경쟁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1만대를 보급할 수 있는 기회만 갖게 된다면 시스템가격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공언한다. 가정용·건물용 할 것 없이 이구동성이다.
 
FCEV 보급속도도 가격과 민감하다. 충전소 등의 인프라 구축이 FCEV 보급을 위한 해결과제로 거론되지만 자동차 가격도 대중의 기대와는 멀다. 최근 도요타 ‘미라이’가 6,000만원대 FCEV를 내 놓으면서 현대차도 기존 1억5,000만원의 투싼 FCEV 가격을 8,00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은 상징적인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원가개념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현재 기술로는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만이 경쟁력있는 가격대 실현이 가능하며 그 기준이 되는 숫자가 ‘1만대’다.
 
회자되는 또 한가지가 ‘콘트롤타워’다. 연료전지는 신에너지로 초기시장을 맞고 있다. 정부정책과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원정책이 들쑥날쑥하다 보니 볼멘 소리가 나온다. 연료전지 정책을 아우르는 강력한 ‘콘트롤타워’ 부재가 아쉬운거다.
 
업계의 관계자는 “가까운 일본을 보더라도 연료전지 중장기 로드맵을 구성하고 제도, 법률, 기술, 시장 등에서 시기별 목표를 설정해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라며 “반면 우리는 로드맵은 고사하고 주관부처가 어디인지도 모를만큼 정책이 분산돼 있고 연속적이지 못하다”고 토로한다.
 
■명분·논리 개발해 나서야
정부의 문제이고 정책부재와 부족한 지원만을 탓할 수는 없다. 연료전지와 관련된 산·학·연 모두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콘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논리를 개발하고 목소리를 모으고 힘을 실어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꾸준히 제기되는 주장에 시선이 간다. 이달을 끝으로 국내 연료전지 연구개발 PD(Program Director)에서 물러나는 이해원 박사의 주장이다.
 
이 PD는 최근 세미나 등에서 여러차례 같은 주장을 펼친다.
 
그는 “온실가스 감축이 에너지정책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며 “연료전지가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에 효과적인 기술임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시해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예정된 ‘21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를 두고 하는 얘기다. 실제 IEA 등 국제기구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 자명해 이번 총회 결과가 미칠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PD의 ‘온실가스 대비 전략’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마침 연료전지가 온실가스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기후변화대응 기술로서 연료전지를 포함한 6대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까지 4,3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수준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연료전지는 발전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제 때가 됐다. 연료전지의 패러다임시프트(paradigm shift; 인식 대전환)가 필요한 시기다. 각개격파식 정책변화 요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부에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모아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정책지원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명분과 논리를 갖춰 당위성을 인정받는 노력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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