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연료전지업계가 단기적인 정책시장에만 연연한다면 3~5년 후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3년간 국내 연료전지기술 연구개발 프로그램 기획자가 임기를 마치면서 한 말이다. 한마디로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위기를 거꾸로 세워보면 기회는 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수소기반의 지속가능한 기술로의 전환을 서두르라는 충고다.
 
이해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료전지 PD는 이달로 임기가 만료된다. 정확히 파견근무가 끝나고 원 일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 돌아간다.
 
3년간 한 분야를 들여다봤다. 보기만 했을까?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을 찾는 노력까지 덧붙였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의 자료를 훑고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이러한 그가 업계에 던진 말이기에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이 PD는 “연료전지가 국내시장에서만 머물 내수용 기술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당장 먹고사는 일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우선순위라도 정해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애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는 “글로벌 정책동향과 국내 정책의 분석·비교를 통해 연료전지 기술개발 방향을 정하고 우선순위 결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러한 장기적 접근없이 단기적 이익만을 쫓는다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강조하는 내용이 그제서야 연결됐다. 이 PD는 세미나, 포럼 등의 발표자리뿐만 아니라 사석에서도 ‘기후변화협약’을 유심히 살펴야 함을 반복해 언급했다. 향후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 등 일부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전세계 온실가스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분야는 이미 전쟁이 시작됐다. 친환경차를 생산하지 않고서는 차량 판매를 확대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말이 수긍된다.
 
이 PD는 “정책이 제시되기 이전에 준비해야 효과가 있다”라며 “연료전지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로 인식될 때 시장은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라도 그 시기를 대비해 연료전지시스템 고효율화와 내구성 향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연결선상에서 현재 화석연료의 고효율전환기술 노력이 수소기반 지속가능한 기술로 전환될 수 있도록 기술개발·사업화 전략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생각은 스스로의 반성에서 나왔다. 이러한 말로 표현했다. 이 PD는 “기술개발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연료전지 PD 임기가 끝나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술만 개발되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해 개발 기획에 전념했지만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제한적이었음을 아쉬워 한 것이다.
 
끝으로 업계의 소통노력도 당부했다.
 
그는 “연료전지기술 타입별, 시장별로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드리워져 있다”라며 “지금은 연료전지의 산업적 가능성을 알리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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