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는 높은 효율과 큰 출력밀도로 최근 각광받는 연료전지 타입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일본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의 잇단 수소연료전지차(FCEV) 상용화 선언에 따라 향후 가장 범용화 될 기술로도 손꼽인다.

국내 PEMFC 기술수준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으로 대부분 국산화가 이뤄졌다. 주택용 1kW급 연료전지를 대표하는 두산은 자체 스택(Stack)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구축한 현대자동차 역시 스택을 제조한다.

스택은 셀이 적층된 구조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의 핵심이다. 기능면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격에서도 전체 연료전지 가격구조의 60%를 차지한다. 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은 스택제조원가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스택제조기술 국산화가 이뤄진 것인가? 결코 아니다. 스택의 핵심부품 가운데 분리막은 해외 의존율이 100%다. 분리막은 전극 사이 수소이온을 전달하고 연료인 수소와 공기의 직접 혼합을 방지하는 격막 역할을 하는 전해질막이다.

최근 시노펙스는 에너기기술평가원이 실시한 ‘PEMFC용 불소계 전해질 막 국산화 개발’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앞서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하 코오롱FM)은 정부의 WPM과제로 탄화수소계 전해질 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연료전지 분리막 국산화 바람이 현실로 다가올지 관심이 클 수 밖에 없다.

■시노펙스 “국산화 바람, 반드시 이룬다”

지난 달 시노펙스는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모한 연료전지 분리막 개발 과제의 주관기관 선정을 알리고 국산화 의지를 내비쳤다.

시노펙스는 올해 초부터 분리막제조에 뛰어들었다. 불소계 수지인 ‘PTFE’ 소재를 개발한 국내 코멤텍과 손잡고 공동개발을 선언한 바 있다. 이때 시노펙스는 “세계 4번째로 PTFE 소재를 개발한 코멤텍과 사업협업을 강화해 분리막 국산화를 이뤄 내겠다”고 공언했다.

PTFE 소재는 미국 듀폰(Dupont)사가 상용화 한 ‘나피온(Nafion)’과 같은 불소계 수지로 현재 PEMFC의 80% 가량이 나피온을 사용하고 있다.

시노펙스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분리막 개발사업은 코멤텍,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단국대, 상명대 등이 참여한다. 3년간 46억원을 투입해 관련기술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다.

고분자전해질막은 화학구조에 따라 불소계와 탄화수소계 고분자로 구분된다. 또 막 내 첨가물의 존재여부로 이오노머막과 복합막 형태로 나뉜다. 이번에 시노펙스가 주관하는 개발과제는 이 가운데 ‘불소계 이오노머-PTFE 분리막’으로 규정된다. PTFE 계열의 이오노머소재가 사용되는 불소계 분리강화막인 셈이다.

시노펙스는 과제추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핵심소재인 이오노모와 PTFE 국산화는 물론 ‘Roll-to-Roll’공법을 적용한 분리막 대량생산 제조기술에 이르기까지 소재부터 양산기술 모두를 국산화하겠다는 의지다.

박병재 시노펙스 막여과기술센터장은 “연료전지 분리막시장은 현재 나피온이 점령하고 있지만 합성원료 사용과 복잡한 제조공정으로 생산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라며 “개발과제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나피온과 동일한 성능을 보이면서도 가격은 최대 50%가량 줄일 수 있어 시장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노펙스는 향후 분리막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부 방침을 굳혔다. 3월 코멤텍 사업제휴와 투자를 완료했다. 6월에는 이오노머 분산액 제조기술 이전계약을 단국대와 체결했다. 분리막에 대한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이번 에기평 기술개발 과제가 시노펙스의 바람을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 “탄화수소계 분리막도 주목해야”

시노펙스에 앞서 연료전지 분리막 개발에 도전한 기업이 코오롱이다. 코오롱FM은 지난 2010년 시작된 ‘WPM(World Premier Materials)’ 국책과제 중 하나인 ‘연료전지용 탄화수소계 강화복합막 개발’ 주관사로 선정됐다. 약 7년간 900억원이 투입되는 장기 대형과제다.

과제를 간단히 규정하면 현재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불소계 분리막을 대체하는 탄화수소계 분리막 기술개발로 이해된다. 탄화수소계 재질에 스펀지처럼 얇은 다공성 구조를 만들어 수분 통과 성능이 우수한 불소계와 동등한 제품을 개발하는 과제다.

탄화수소계는 불소계의 가장 큰 단점인 제조비용을 극복할 수 있다. 불소계 대비 약 1/10수준이다. 이온전도도가 나피온막보다 뛰어나 성능향상을 꾀할 수 있다. 상용화에 반드시 필요한 내구성 요건에서도 안정된 물리적구조를 띠고 있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적으로 개발을 완료해 상용화에 나설 경우 ‘세계 일등상품’ 대열에 바로 합류할 수 있다.

코오롱FM은 지난 2013년 4월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3년 여의 개발기간 동안 가능성은 확인했다. 현대차와 ‘연료전지 수분 제어용 멤브레인 시스템’ 개발을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장영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코오롱FM은 지지체, 이온전도체 등 탄화수소계 강화복합막용 핵심소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파일럿(Pilot) 설비를 구축해 이미 소량 매출도 발생시켰다.

이무석 코오롱중앙기술원 수석연구원은 “탄화수소계 분리막은 기존 불소계를 대체하는 신기술로 여전히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WPM 과제) 현재까지 성공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어 국산화와 상용화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남은 과제기간 중 사업단은 주택·건물용 스택에 개발된 막을 이용한 실증을 벌인다. 강화복합막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제조공정도 확보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연료전지 분리막 기술개발에 잇달아 나섰다. 수입에 의존하는 분리막의 국산화가 추진돼 연료전지 기술자립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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