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상우 기자] 최근 잇따른 밀폐공간에 남아있는 잔류가스의 의한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울산 한화케미칼 사고와 17일에 일어난 여수 조선소 폭발사고는 밀폐공간에 남아있던 폭발성이 있는 잔류가스가 용접작업 중 튄 불꽃과 반응을 일으켜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고가 일어난 한화케미칼 탱크 지붕은 산산조각이 났다.

또한 중독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6월2일에는 안산의 한 도장공장에서 탱크내부를 청소하던 근로자 2명이 남아있던 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 또한 4월30일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서는 배기덕트 내부를 점검하던 근로자 3명이 질소에 중독돼 사망하는 중독사고도 발생했다.

이밖에도 1월 경기도 파주시 LG디스플레이 공장 질소누출사고로 근로자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와 같이 밀폐공간에 남아있는 잔류가스에 의한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며 대책은 없는지 살펴봤다.

▲ 지난 4월30일 발생한 하이닉스 사고현장

◆작업 전 밀페공간 점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 일어난 사고들은 작업 전에 내부에 남아있는 잔류가스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했다.

울산 한화사고와 여수 조선소 사고는 작업 전 잔류가스가 남아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업하다 일어났다. 만약 작업 전 잔류가스를 확인하고 이를 방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면 폭발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는 말이다.

특히 두 사고의 현장은 폭발가능성이 높은 가스를 방출해야 하는 물질들이 있었다. 한화사고는 화학물질을 희석하고 나온 폐수가, 여수사고는 페인트 작업 때 사용했던 시너의 유증기가 있었다.

이들은 충분히 폭발성이 있는 물질들이기 때문에 사전점검 및 환기를 하는 등 작업 전 안전조치가 먼저 이뤄졌어야 하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이 작업을 진행해 안타까운 희생을 만든 것이다.

또한 SK하이닉스 사고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 사고 당시 배기 스크러버 진입 전 산소농도 측정을 하지 않았으며 현장에 산소농도 측정 수치를 기록하도록 한 문서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하청간 안전관리시스템 협력강화해야

이처럼 밀폐공간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원·하청간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청은 비용을 줄인다는 이유로 안전관리까지 하청업체에게 떠넘기고 정부 점검 시 안전관리에 문제가 없다고 면피하기 위해 안전관리제도에 부합할 수 있는 관련 문서작성만 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안전관리까지 감당해야 하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사업수주를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하기 때문에 가스측정기와 같은 안전점검장비를 마련하고 근로자의 안전교육을 진행하는데 소홀해지고 투자는 미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안전관리가 소홀해져서 결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울산 한화사고의 경우 한화케미칼 측이 작업 전 10분에 걸쳐 가스안전점검만 하고 이 점검을 20대 아르바이트생 등 숨진 4명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안전관리감독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져 원·하청간의 안전관리 협력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볼 수 있다.

또한 SK하이닉스와 안산 도장공장의 경우 사망한 협력업체 직원들이 방독면과 같은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은 하청업체가 이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하청간에 안전관리시스템을 공유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의 사내 하청업체에 대해서는 대·중소기업의 공동책임제도가 운영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은 하청업체와 안전관리 시스템 등을 지원·공유를 하지 않고 있어서 시급히 협력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원청은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투자와 상태를 철저히 점검해 수주를 줄 때 불이익을 주고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제도 사각지대 없애고 중복규제 통합해 업계 부담 줄여줘야

▲ 지난 1월 발생한 LG디스플레이 사고현장
현재 국내에서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안전관리법령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과 ‘화학물질관리법’을 비롯해 위험물안전관리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 수 많은 각 정부부처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법령이 있다.

또한 공정안전관리보고서, 장외영향평가서, 위해관리계획서, 화학사고 안전관리계획서 등 사업장에서 작성해야 하는 안전관리계획서도 있다.

이밖에도 안전교육·근로환경·산업재해를 관리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소방시설 관리법, 전기사업법 등 분야별 법령 등이 많다.

이처럼 분야별 법령관리를 받고 관리계획서를 작성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이유는 각 법령과 제도에 사각지대가 많아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울산 한화사고가 이런 안전관리제도의 허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996년 녹색기업제도를 통해 녹색기업으로 지정됐다. 녹색기업으로 지정되면 지도·점검이 면제되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점검을 실시하는데 이 점 때문에 한화케미칼은 19년간 폐수관리와 관련한 행정관청의 지도점검을 받아오지 않았다.

또한 공정안전관리(PSM)제도를 통해 한화케미칼은 매번 최고등급인 P등급을 받아 안전관리가 우수한 사업장으로 인정받았지만 이번 사고 조사에서 형식적인 문서작성만 하고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개선점을 보완하지 않은 점도 드러났다.

아울러 이천 SK하이닉스는 화관법 규정에 따라 지난 4월 사고를 포함해 올해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3회나 발생해 첫 행정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4월에 일어난 사고가 유해성이 없는 질소 질식사고로 결론나면서 1,000만원 미만의 과태료만 부과 받았다. 파주 LG디스플레이 사고도 똑같은 적용을 받아 화관법에 대한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처럼 수많은 안전관리제도가 있음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해 끊임없는 안전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에 안전관리제도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각 정부부처마다 있는 안전관리제도를 통합·운영해야 한다. 현재 안전관리제도를 환경부, 산업부, 안전처 등 정부부처가 특성에 맞게 관리·운영하고 있지만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공무원에게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화평법·화관법·산안법·가스 안전법·유독물 관리법·소방법 등 관련 공무원이 한 달에 여섯차례 이상 기업을 방문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부분을 통합하고 법은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시행 규칙에서는 세세한 규제를 없애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다.

또한 기업에게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맡기는 만큼 정부에서는 관리물질 범위확대와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이 안전관리에 부담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근로자와 기업이 안전교육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근로자와 기업은 안전의식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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