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상우 기자] 울산 한화케미칼 폭발사고가 원·하청 관계자 1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사법처리되면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한화케미칼 회사 자체에 대한 관련자 처벌과 과태료만 부과할 뿐 강력한 행정조치가 없어 또다시 대기업 봐주기라는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0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통해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장 유모씨 등 원청 관계자 5명과 숨진 근로자들이 소속된 현대환경산업 현장소장 김모씨 등 6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현대환경산업 대표 이모씨 등 원·하청 관계자 6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공장 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와 안전교육, 현장 감독 업무를 소홀히 해 근로자 6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울산 한화케미칼 폭발사고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나 정작 한화케미칼 회사 자체에 대한 아무런 행정적 조치가 없어 또다시 대기업에서 일어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 묻기가 유야무야 묻힐 것으로 보인다.

▲ 사고 때마다 처벌에서 자유로운 대기업

매번 대기업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관련자들이 사법처리 되지만 정작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없다.

SK하이닉스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스누출 사고가 3건이 발생해 작업자 3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때마다 SK하이닉스는 강력한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나 말뿐이었고 정부는 지난 4월에 발생한 질소누출 사고에 대한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과태료만 부과했을 뿐 강력한 행정조치도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였다.

또한 정부가 울산 한화케미칼 사고 직후 관련자 혐의 조사와 사고원인의 대한 조사만 이뤄졌을 뿐 관련 행정적 조치가 미비했다. 

지난달 27일 한화케미칼은 19년 전 녹색 기업 인정서를 받았던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녹색 기업 지정서’를 자진반납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가 녹색 기업 인증을 취소해야 할 사유는 아니지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화케미칼 사고 원인 중 하나로 녹색기업제도 문제점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행정조치로 회수한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부정적 여론을 진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반납하는 꼴이 됐다.

또한 2013년 잔류가스 폭발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한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경우 조사 결과 사전에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보건·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는 등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함이 드러났음에도 처벌은 공장장 징역 9월과 벌금 3,500만원이 전부였다.

같은 해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경우 임·직원들이 안전 관련 사내규정과 관련법규 숙지를 게을리하고 사고 위험성을 신중히 받아들이지 않아 발생했음에도 관련자 6명에게 300만원에서 700만원의 벌금만 부과했을 뿐 삼성전자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이처럼 해마다 대기업에서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에 의해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함에도 정부는 보여주기식 원인 조사와 관련자만 소환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뿐 정작 회사자체에 대한 강한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우리나라 사례 <<<
2013년에 발생한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로 6명이 사망했으나 회사는 공장장 징역형과 벌금 3,500만원의 처벌만 받았다.

▲ 외국의 기업책임법제 도입 검토해야

미국, 유럽 등은 기업에서 안전사고나 금융범죄 등이 발생한 경우 단순히 개인에게만 형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법인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기업(법인 혹은 단체)형사책임법’ 혹은 ‘단체형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엄격한 기업의 감시와 준법경영을 위한 조치를 위해 사업주나 경영인의 종업원 등에 대한 책임, 조직의 상급자의 책임, 사용자책임 등 다양하게 옮겨지는 원리에 기초해 기업의 종업원이나 피고용인이 행위, 작위 또는 부작위로 죄를 범한 경우, 적어도 부분적으로 기업을 위해 행위 함으로써 죄를 범한 경우, 그 행위가 고용의 범위와 본질적인 부분 내에 있다면 그 기업이 형법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켰다.  

대표적인 예로 2009년 9월에 제약회사인 화이저(Pfizer)는 Bextra라고 하는 진통제를 불법유통시켜 13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10년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해 근로자 11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다쳤으며 멕시코만 주변 5개주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한 5개월 동안 수억 배럴에 이르는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사법당국은 이 사고의 기업이었던 영국의 석유회사 BP에게 189억달러(한화 약 21조원)를 배상토록 했다.

프랑스는 형법 제121-2조에 국가를 제외하고 기업을 위해 그 기업의 기관이나 대표자들이 범한 죄는 그 법인이 형법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으며 법인의 기준을 회사(companies), 협회(association), 조합(union), 공공단체(public entities, 공기업이나 조직, 지역 사회까지 포함) 등 적용해 법인 혹은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법적 책임이 인정될 경우 △기업의 해산 △영구적 혹은 5년 이하의 일정 기간 동안 직접 혹은 간접적인 영업영위의 금지 혹은 전문적 혹은 사회적 활동의 금지 △5년 이하 일정 기간동안의 국가, 지방정부, 그들의 기구들 혹은 그룹들에 의해 제공되는 공적 부조의 수령금지 및 공공서비스 업무를 하는 사인에 의해 제공되는 어떠한 재정지원의 수령금지 등 다양한 제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의사결정권자, 즉 기업의 경영진이나 임원진, 중요한 직위를 차지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자들의 고의 또는 과실의 단체관련성이 있는 위반행위에 대해 법인이 책임을 지도록 명시해 벌금과 유죄판결을 공시하도록 더나아가 해산 명령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기업책임법제를 적용해 기업이나 법인 등에서 위반행위나 범한 죄를 형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 외국 사례 <<<<<
BP사의 석유시추선 딥워터호리즌 폭발로 원유가 유출돼 BP사는 약 21조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 강력한 처벌을 통해 안전관리에 많이 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 안전관련 전문가는 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를 정부가 강도 높은 처벌 없이 넘어가기 때문에 기업들이 안전투자는 그때뿐이고 또 다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기업이 안전관리에 시간과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사고 수습 비용보다 낫다는 인식을 주고 확고한 안전관리가 회사가 살아나는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적용하는 기업책임법제처럼 기업자체에 대한 해산이나 무거운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을 통해 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게끔 강력한 경고를 줘야 한다.

일부에서는 강력한 처벌이 기업의 존립을 위협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국가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안전사고를 발생시키는 기업의 존립이 위협받고 그 기업의 활동이 위축된다는 것은 우려할 일이 아니라 조기에 해산시켜 건전한 기업이 존립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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