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원전 핵심설비와 품질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일부 고위직들의 방사선 피폭량이 ‘0’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정희 의원은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룔르 분석한 결과 2002년부터 올해 8월까지 13년8개월 동안 한수원 원자력직군 1(갑)직급 이상인 23명 중 9명의 누적 피폭선량이 ‘0mSv(밀리시버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방사선에 노출될 기회가 없었거나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극히 미미한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9명 중에는 엔지니어링본부장과 발전소장 3명이 포함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원전설비를 총괄하고 발전소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조차도 현장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총 27건의 원전 정지사고 가운데 5건은 방사선 관리구역 내 설비 고장이 원인이었지만 이 기간 동안 23명의 고위직 모두 피폭선량이 ‘제로’여서 유사시에도 최고 책임자들은 현장에 없었던 셈이라고 질책했다.

반면 최근 5년간 원전 정지사고가 13건으로 가장 빈번했던 2002년 한수원 내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연평균 피폭선량은 0.71mSv로 1(갑)직급 이상 원자력직군 23명의 평균 피폭선량(0.005mSv)의 142배에 달했다. 한수원 전 직원의 평균값(0.14mSv)과도 28배의 격차를 보였다.

전 의원은 이처럼 고위직들의 피폭선량이 거의 없다시피 한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현장 근무 경력이 짧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엔지니어링본부장은 발전소(상업운전)에서 근무한 경력이 3.3년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부품의 품질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품질보증실장 역시 2.4년을 근무하는데 그쳤다.

전 의원은 “2014년 10월 증기발생기 세관 누설로 정지된 한빛3호기 사례만 보도라도 이를 점검하러 3분만 수실에 들어갔다면 피폭량이 최소 5~6mSv는 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 얘기”라며 “그런데 고위직 23명 중 1mSv를 넘는 사람이 단 2명, 그것도 13년 넘는 누적치가 그렇다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원전 설비의 잦은 고장과 각종 품질관련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한수원 고위직들의 현장경험 부족, 현장과의 소통부족, 현장설비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라며 “한수원이 진정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원전의 안전성과 현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인적쇄신부터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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