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현대자동차가 상용화에 나선 수소연료전지차(FCEV)의 핵심부품인 막전극접합체(MEA: Membrane Electrode Assembly) 국산화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FCEV 대중화의 걸림돌 중 하나였던 높은 차량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자동차는 14일 10여년의 연구개발을 통해 MEA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개발된 MEA는 21일 충청남도에 인도되는 FCEV 투싼ix 3대부터 우선 적용됐다. 또 연구개발을 이어가 2018년 양산이 예정된 차세대 FCEV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MEA 국산화는 연료전지 핵심부품을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해외 몇몇 기업만이 지닌 독점기술을 확보했다는 것 외에도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러나 미완의 성공이다. MEA를 구성하는 소재·부품의 일부는 여전히 해외기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다. 국내기업의 개발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인 FCEV 국산화 100% 달성이 멀지 않았다.
 
■MEA 국산화, FCEV 완성의 핵심
현대자동차가 첫 FCEV를 선보인 것은 2001년이다. 싼타페가 최초 모델이다. 이후 2004년 FCEV 투싼과 스포티지를 잇달아 개발하고 그해 미국 연료전지시범사업에 투입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까지는 핵심부품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FCEV 개발에 뛰어든 것이 1998년으로 개발기간이 5년 남짓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개발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2006년이다. 이 시기에 FCEV 핵심인 스택 국산화가 이뤄졌다.
 
FCEV 핵심부품을 분류하면 연료전지부문(스택중심), 제어기술, 운전장치, 구동장치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연료전지의 스택은 기능면에서도 가격면에서도 FCEV의 꽃이다.
 
스택은 한 마디로 전기생산장치다. 동력원인 셈이다. 현대차가 10여년간 개발을 추진해 국산화 성공을 거둔 MEA가 스택의 핵심부품 역할을 한다.
 
MEA는 전기가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곳이다. 구성을 보면 수소이온과 물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전해질막(분리막)이 있고 양측에 촉매층과 가스확산층(GDL)으로 구성된다.
 
외부에서 수소가스가 들어오면 촉매와 반응해 수소이온과 전자로 분해된다. 이때 전자는 외부회로를 통해 전류를 만들고 수소이온은 분리막을 통과한 뒤 공기 중 산소(전자와 결합된)와 반응, 물로 바뀌게 된다.
 
흔히 연료전지 원리를 설명할 때 공급된 수소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전기와 물을 생산한다고 간단히 정리하는데 MEA가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MEA의 국산화는 큰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핵심부품 제조능력을 갖춤으로써 성능향상을 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MEA의 기술적 지표는 단위면적당 출력성능과 내구성이다. 현대차는 MEA 국산화를 발표하면서 4년 8만km 주행을 보장해 기존제품 대비 1.5배가량 내구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2018년 차세대 FCEV 양산 전까지 10년 16만km로 현재의 2배 이상 내구성을 확보할 계획도 덧붙였다.
 
다음으로 가격경쟁력이다. MEA는 연료전지시스템 전체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가의 부품이다. 이는 MEA 전극촉매로 귀금속인 백금이 사용되고 Gore, 3M 등 소수기업이 MEA 공급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백금을 줄이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MEA 국산화를 계기로 향후 양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제조원가를 낮출 계획이다.
 
■핵심부품의 핵심, 분리막과 GDL
MEA 제조기술을 확보해 국산화를 이룬 것은 현대차의 FCEV 개발역사에도 쾌거로 기록될 만하다. 그러나 아쉬운 대목은 MEA를 구성하는 분리막과 GDL은 여전히 외국부품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FCEV에는 분리막으로 고분자전해질막이 사용된다. 전극사이 수소이온을 전달하고 수소와 공기가 바로 섞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해질막은 현재 불소계 고분자를 이용하는데 대표적인 소재가 ‘PTFE’로 미국 듀폰(Dupont)사의 ‘나피온’을 들 수 있다.
 
이 분야의 국산화에는 2개 기업이 뛰고 있다. 세계 4번째 PTFE 소재개발에 성공한 코멤텍과 손잡은 시노펙스가 불소계 분리막개발에 나섰다. 올해부터 3년간 46억원을 투입해 소재부터 양산기술까지 모두 국산화하겠다는 각오다.
 
시노펙스보다 앞서 개발을 추진한 기업은 코오롱이다. 코오롱은 불소계를 대체할 수 있는 탄화수소계 분리막으로 승부하고 있다. 성공하면 불소계수지 대비 최고 1/10 수준까지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어 기대가 높다.
 
코오롱은 2010년부터 개발사업에 나서 상당한 수준까지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이미 실증단계까지 와 있어 향후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리막보다 조금 빠른 국산화를 기대할 수 있는 MEA 핵심부품이 GDL이다. 이미 현대차와 공동 실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전언이고 보면 성공적인 실증결과를 보일 경우 당장 내년부터라도 양산을 기대할 수 있다.
 
GDL의 이러한 성과는 한 중소기업의 노력이 컸다. 제이엔티지(JNTG)는 10여년간 200~3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GDL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같은기간 관련 매출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간 투자만 지속해야 하는 연구개발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최근 주택용연료전지와 MEA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GDL 성능이 우수하다는 입소문이 외국까지 퍼지면서 찾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제이엔티지는 현대차의 FCEV용 GDL 실증테스트를 주목하고 있다. 성공하면 당장 내년부터 FCEV용 실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공급가능한 양산능력도 키울 방침이다.
 
현대차의 MEA 국산화는 자체 제조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완의 성공이다. 코오롱, 시노펙스, 제이엔티지의 부품개발 노력이 FCEV 국산화 100%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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