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 연료전지시장에 해외기업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지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국내 플레이어와의 짝짓기를 통해 시장참여를 저울질하는 모습이다.

국내 연료전지 개발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2000년대 들어와서야 기술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R&D지원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15년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 클리어엣지파워에 피합병 후 지난해 두산의 품에 안긴 UTC파워가 1958년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연료전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연료전지 선진기업들이 하나둘 국내시장을 찾아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 RPS로 시장형성, 연료전지기술 ‘각축장’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에서 생산한 전기가격이 고시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FIT(발전차액 보전제도)를 2012년부터 RPS(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제도)로 변경해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500MW 이상 발전시설을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강제화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연료전지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시행 첫 해 발전용량이 3MW에 머물렀으나 이듬해인 2013년 109MW로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설치 용량은 대략 160MW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용연료전지시장은 전세계 가장 큰 규모로 국내는 물론 외국 관련기업의 관심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은 포스코에너지다. 정부의 3대 신재생에너지(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육성정책에 맞춰 2003년부터 사업 검토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2007년에 일어났다. 이 회사는 전세계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최고 기술을 보유한 미국 퓨얼셀에너지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총 3차례 투자를 진행하고 관련기술 국산화에 나섰다. 이같은 결과로 2011년 BOP, 2012년 스택제조시설을 포항에 차례로 준공했다. 오는 10월 셀제조시설까지 준공되면 연료전지 전공정의 국산화가 완성된다.

투자뿐만이 아니다. 국내 설치용량의 90% 가량이 포스코에너지의 MCFC 기술이 채택됐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발전용연료전지의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결과다.

이같은 독점체제는 빠르게 경쟁체제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심에 인산형연료전지(PAFC)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 두산은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전세계 PAFC 최고 기술과 업력을 자랑하는 미국 클리어엣지파워(구 UTC파워)를 전격 인수한 것.

클리어엣지파워는 반세기 이상 연료전지기술을 개발해 온 UTC파워를 2013년 합병해 피를 섞은 바 있다. 결국 60여년의 연료전지 업력을 지닌 전통기업을 국내기업 두산이 인수한 것이다.

클리어엣지파워는 두산과의 인수합의 이전에도 국내시장에 이미 진출해 있었다.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과 국내 연료전지시스템 독점공급계약을 체결하고 PAFC 기술을 선보였다. 2010년 완공된 GS파워의 4.8MW급 발전소가 국내 PAFC 기술도입의 첫 성과물이다. 이후 분당, 안산 등의 발전소와 롯데월드, 부산국제금융센터 등 대형건물에 적용된 바 있다.

최근 PAFC 기술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부산 해운대에 30.8MW급 연료전지발전소가 들어선다. 이곳에 적용되는 기술이 두산이 보유한 PAFC방식이다. 향후 가동되면 전세계 PAFC발전시설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MCFC 기술은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와 함께 대표적인 고온형연료전지다. 전기생산과 함께 스팀이 생산된다. PAFC 역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한다. 회수되는 위치에 따라 60℃ 안팎의 중온 열과 100℃ 이상 고온 열이 나온다.

향후 두 기술은 발전용연료전지시장의 큰 틀에서는 경쟁관계를 형성하겠지만 고온의 스팀이 요구되는 산업단지는 MCFC가, 지역난방용 열공급사업에는 PAFC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1세대(PAFC), 2세대(MCFC) 연료전지기술이 발전용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향후 3세대 기술인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의 가능성도 높다. SOFC는 연료전지기술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기술이다.

이미 1kW급 전후의 가정용연료전지시스템은 다양한 모델이 개발돼 실증 및 시판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 몇몇 기업에서는 100kW~250kW급 산업용시스템 개발을 마친 것으로도 전해진다.

관련업계에서는 향후 SOFC가 연료전지기술 가운데 가장 큰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온형타입으로 재료의 물성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소재 개발만 이뤄진다면 연료전지 기술 가운데 가장 높은 효율과 다양한 연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MCFC 강자인 포스코에너지는 2007년부터 SOFC 개발에 뛰어들었다. MCFC가 기술이전 방식이라면 SOFC는 독자적인 연구개발로 기술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스택개발을 완료하고 실증을 통한 데이터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발전용뿐만이 아니다. SOFC 기술의 상용화가 국내에서 본격 점화됐다. 지난 8월25일 STX중공업, 미코 등 10개 기업이 중심이 돼 산업화 촉진을 목적한 ‘SOFC 산업화 포럼’이 발족됐다. 시스템기업과 관련 소재부품기업이 참여한 포럼은 올해 중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산업화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기업의 국내 연료전지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태리 SOFC 전문기업인 솔리드파워는 1.5kW급 연료전지시스템(사진) 개발을 완료하고 국내 파트너와 합작법인 설립 후 제품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외국기업, 국내시장 잇단 진출

국내 연료전지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도 줄잇고 있다. 이미 휴대용연료전지 강자인 호라이즌퓨얼셀과 스웨덴 파워셀이 4세대 기술인 고분자전해질(PEMFC) 기술을 앞세워 관련시스템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켓연료인 알카리(AFC) 기술을 보유한 영국 AFC에너지가 국내기업과 손잡고 상업용발전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독일에서 진행되고 있는 1MW급 실증사업 최종 데이터가 곧 오픈될 예정이어서 이 결과에 따라 최초 5MW급을 시작해 최종 50MW AFC발전소가 국내(대산)에 들어선다.

기존 국내 플레이어(Player)와의 짝짓기를 통한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4월 연료전지시스템 독자 기술을 보유한 현대제철(구 현대하이스코)는 미국 플러그파워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연료전지시스템을 개발해 실증까지는 벌였지만 상업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현대제철은 플러그파워와의 MOU를 계기로 본격적인 시장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7월1일 현대하이스코 합병완료 후 최근까지 사업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올해 말 또는 내년부터 연료전지시장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2012년 LG는 4,500만달러를 투자해 영국 롤스로이스 자회사 롤스로이스퓨얼셀시스템즈 지분 51%를 인수했다. 이후 LG퓨얼셀시스템즈(본사 미국 소재)로 사명 변경 후 국내에 LG퓨얼셀시스템즈코리아 자회사를 두고 있다.

LG퓨얼셀시스템즈가 확보한 기술은 SOFC타입이다. 현재까지 연구개발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1MW급 모듈화된 SOFC시스템이 미국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는 업계의 소식이고 보면 빠른 시간 내 최초의 SOFC타입 발전소 등장이 기대된다.

60년 이상의 업력을 보유한 캐나다 하이드로제닉스도 합작법인 형태로 국내에 진출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코오롱워터앤에너지와 합작법인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를 출범시켰다.

하이드로제닉스는 PEMFC 스택 제작기술은 물론 세계 최고의 수소발생장치(수전해방식) 제조기업으로서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하이드로제닉스는 1MW급 PEMFC 실증용발전시설을 구축 중에 있다. 시설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의 부생수소를 연료로 한 발전시설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몇몇 기업이 국내시장 활동을 준비 중에 있다. SOFC 기술과 가정용열병합발전시설인 m-CHP에 관심이 높은 영국 세레즈파워는 이미 국내 영업에 돌입했다. 국내에서는 m-CHP를 국책과제로 개발한 경동나비엔과의 협력이 기대된다.

최근에는 이태리 SOFC 전문기업인 솔리드파워가 대성히트펌프, 에이치앤파워와 공동으로 본지가 주최한 ‘2015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의 수소연료전지 특별관에 부스를 마련해 참여함으로써 본격적인 국내활동을 예고했다.

이 기업은 1.5kW급 주택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시판 중이며 2.5kW급 상업용 시스템은 필드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향후 국내 관계기업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국내 영업을 본격화 할 것으로 기대된다.

■ 국내시장, 연료전지 全 기술 상용화 ‘눈앞’

국내 연료전지시장은 발전용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주택·건물용이 시장확대를 꾀하는 형국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GS퓨얼셀의 연구인력을 흡수한 에스에너지가 지난해 에스퓨얼셀을 설립하고 건물용시장 최전방에 나서고 있다.

역시 지난해 두산에 피합병된 퓨얼셀파워는 국내 주택용시장의 최강자로서 최근 건물용시장 진출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기술은 PEMFC로 촉매로 비싼 백금을 사용하는만큼 백금을 대체할 촉매개발과 백금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개발을 통해 연료전지시스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시장확대의 키(Key)로 인식되고 있다.

휴대용과 특수목적용으로 사용되는 직접메탄올연료전지(DMFC)분야에서는 프로파워가 국내 유일하게 관련기술을 확보하고 적극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 기업은 2008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1kW급 DMFC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다양한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 통신회사의 이동통신중계기 백업용 수출을 위해 현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약 5,000억원 상당의 시스템 수출이라는 대규모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들 연료전지기술은 결국 수소경제시대를 앞당기는 ‘첨병’ 역할을 한다. 수소를 스택에 공급해 전기를 만든다는 점에서 다양한 연료전지시장 형성은 수소 사용량을 늘려 수소제조, 이송, 저장 등 수소관련 기술개발 촉진과 산업화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산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일반 시민이 에너지원으로서 수소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수소연료전지차(FCEV)가 전면에 나설 경우 사정은 달라진다. 차량은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지닌 상품 중 하나로 FCEV가 대중화로 접어든다면 수소경제시대는 그만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FCEV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기업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갖추고 한국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 15개국에서 판매(리스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가 양산에 나선 FCEV ‘투싼ix’ 모델은 100kW급 PEMFC 스택을 사용한다. 아직 충전인프라가 미흡하고 차량가격이 높아 내연기관 차량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엄격해지는 환경규제에 따라 빠른 시장 개화가 전망된다.

지난해 말 도요타는 세단형 FCEV ‘미라이’를 출시해 FCEV시장도 경쟁시대를 맞았다. 일본의 다른 완성차기업인 혼다와 닛산은 물론 다임러, BMW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FCEV 모델 출시를 예약해 놓았다. 수소경제시대를 열어 젖힐 FCEV에도 시동이 걸린 셈이다.

▲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FCEV) ‘투싼ix(사진)’ 양산체제를 갖춘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일본 도요타가 시장출시에 나섰으며 세계적인 완성차기업의 출시계획도 줄잇고 있다. 현재 투싼ix에는 PEMFC타입 100kW급 스택이 사용된다.

현재 개발된 연료전지기술은 6개 타입으로 분류된다. 1960년대 로켓용 연료와 군사용으로 AFC가 개발된 이후 1세대 연료전지로 불리는 PAFC(1970년대 개발)와 2세대 기술 MCFC(1980년대 개발), 3세대 기술 SOFC(1980년대 후반), 4세대 타입인 PEMFC(1990년대 개발)가 차례로 개발됐다. 여기에 차량용으로 개발된 DMFC가 휴대·특수목적용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적용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연료전지기술 가운데 국내에서 상용화된 기술은 MCFC(발전용), PAFC(발전·상업용), PEMFC(주택·자동차용)다. 최근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진출 소식을 더하면 SOFC타입도 시장진출이 이뤄졌다. 이제 남은 것은 AFC와 DMFC다.

그러나 이들 기술도 곧 시장에 나설 전망이다. AFC는 5MW급 발전용시장 진출이 예정됐다. 빠르면 올해 말 기술을 보유한 영국 AFC에너지는 국내 삼영기업, 창신화학과 함께 법인설립 후 착공까지 스케쥴을 마련해 놓았다. 실제 건설되면 AFC타입의 상업발전용은 전세계 최초다.

DMFC타입의 휴대용 외국제품이 일부 유통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DMFC시스템을 지게차에 탑재해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프로파워에 따르면 현재 제품을 인증할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관련기관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언인만큼 내년 하반기 상용화가 점쳐진다.

이렇듯 개발된 연료전지의 모든 기술이 상용화 또는 시판을 앞두고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10여년 전 연료전지 기술의 변방에서 이제 중심국으로 올라섰다. 적어도 기술 상용화면에서는 그렇다.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역시 발전용이 대세다. 발전용으로 최적화된 MCFC를 선두로 AFC, PEMFC, SOFC 타입 등이 발전용연료전지의 상업화를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RPS라는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장치가 구비된만큼 관련기술의 발전용 가능성을 실증하고 상용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는 해외기업의 국내시장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기술의 실증과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발걸음에 더해 주택·건물용시장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고 완성품을 들여오는 경우라 하겠다.

이제 국내 연료전지시장은 외국기업에게 기회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량의 제품판매로는 당장 기대할 수 없어도 최소 개발된 기술의 테스트베드로서 위상은 대단하다.  제품 개발 후 실증에서 상업화 시운전은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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