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투데이에너지] 정부가 사전에 철저한 준비 없이 지난 7월21일부터 주유소에 IC카드 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일선 주유소 현장에서는 대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이하 ‘MS카드’) 불법복제에 따른 사고를 예방을 위해 올해 1월20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제27조의 4 신용카드 단말기의 등록)를 개정해 공포했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 동안의 경과조치를 둬 7월21일 이후부터 가맹점에 단말기를 신규 설치 또는 교체 시부터 IC카드 단말기 사용을 우선 적용토록 했다.

그러나 주유소의 경우 타 업종과는 달리 정유사 차원에서 주유소 POS와의 연동 프로그램 개발 및 주유기 부착 IC전용 단말기 개발 등이 전제돼야 함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사전 개발되지 않는 상태에서 정책을 무리하게 시행함으로써 주유현장에서는 큰 혼란과 소비자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현재 주유소에 신규설치 한 IC인증 단말기의 경우 주유기에서 주유한 자료의 POS 전송 및 결제한 자료가 IC카드 단말기와 연동이 안 돼 결제처리 자료가 넘어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주유기 금액 및 주유량, 재고량 등을 일일이 손으로 눌러 수동으로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할인카드(주유 시 리터당 60~100원 할인), 멤버쉽적립, 내트럭카드(유류보전카드) 사용 시 카드사와 정유사 프로그램이 연동이 되지 않아 결제시간이 지연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전엔 주유와 함께 원스톱으로 카드결재가 진행된데 비해 주유원들이 수동결재를 하면서 카드를 이리저리 들고 다니는 바람에 정보유출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셀프주유기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법 시행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여전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IC카드 단말기는 거의 없는 상태다. 주유기업체에서 현재까지 개발을 못했기 때문이다.

주유기 업체가 단말기가 개발하더라도 정유사 POS와 연계 및 작동과정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테스트 등을 거쳐 실용화되려면 최소 3~6개월이 소요된다는 게 주유기업계의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셀프주유소의 경우 기존 MS시스템으로 개업을 준비해놓고 신규 오픈이 불가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법을 위반해 오픈을 강행할 수도 없다. 가맹점에 신규 설치되는 단말기들이 기술표준에 어긋나거나 금융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를 설치할 경우 가맹점은 최고 500만원, VAN사는 최고 5,0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법 시행에 앞서 주유소 업종 관련 당사자들을 모아 놓고 철저한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사항을 체크했어야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박겉핥기식으로 ‘법이 언제부터 시행되니 준비해라’는 정도에서 머물 뿐 적극적인 액션은 없었다.

그러한 사명을 소홀이 한 채 이제 와서 정유사와 VAN사, 주유기 제작사 등의 늑장대응 때문에 벌어진 혼란 때문이라며 그 책임을 주유소업계에 전가하는 듯 한 인상이다. 전체 카드수수료의 10% 이상을 주유소 가맹점에서 거둬들이면서도 주유소 사업자들의 혼란과 소비자 불편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한 처사다. 

금융 당국은 주유소 업계의 애로와 건의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양 협회가 건의한 대로 일반주유소의 경우는 정유사들이 주유소 POS와의 연동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는 기간인 최소 6개월 동안 유예시켜줘야 한다.

또한 셀프주유소는 정유사 POS 프로그램 개발 후 IC카드용 셀프 주유기 개발 및 보급이 이뤄져 그 전까지는 종전 셀프 주유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IC단말기의 적용을 6개월에서 3년간 유예시켜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