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교수 중앙대학교 기계공학부
[투데이에너지] 2010년 8월 서울 행당동에서 CNG 버스 용기 파열 사고가 발생한 직후, 원인 조사 착수 전 고육지책으로 시행했던 CNG 감압 충전이 사고 원인도 밝혀지고 검사 제도가 개선됐지만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감압 충전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과 이에 대한 버스운송업계의 불만이 기사화되기도 하고 감압충전의 불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제기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논란은 또다시 흐지부지 됐다. 

CNG 용기의 첫번째 사고는 2005년 1월 H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신차의 CNG 충전 중 발생했다. 그해 8월 전북 전주 덕진의 CNG충전소에서 CNG 버스 용기가 파열됐다. 정부는 대중교통인 CNG 버스 파열사고라는 점에서 사고원인 규명에 따른 후속대책을 내놓기 전 단계로 감압충전을 실시했다. 첫 감압충전은 이듬해 3월까지 거의 7개월간 유지됐다. 이후 CNG 버스 사고가 발생하면 마치 감압충전을 하지 않으면 사후대책을 하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던 중 발생한 2010년 행당동 사고 이후 감히 누구도 감압충전 시행을 유보할 엄두를 못 내게 됐다. 여기에 매년 여름에는 정기적으로 감압 충전을 하는 것과 같은 인식이 형성됐다.

올해까지 6회 실시한 감압충전 일수는 일년 평균 63일이다. 버스운수회사는 감압충전으로 충전횟수는 증가하고 이에 따른 운행거리 단축, 감압 충전 중 위험성 증가 등으로 경영상·안전상 어려움을 얘기하고 있다. 당연히 버스운수회사들은 정부에 감압충전의 폐지 검토를 요청하지만 대중교통인 버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당국은 감압충전을 자신있게 없애기 또한 어렵다.

공학적인 관점이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감압충전이 실질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용 압력이 훨씬 더 높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용기를 비교해 봐도 충전압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용 압력에 맞게 설계된 용기의 설계와 제작공정의 신뢰성 확보가 핵심이다.

CNG 버스 내압용기는 여름철 30℃를 넘는 온도에도 버티도록 설계돼 있고 제품 시험도 거치게 돼 있는데 사용 온도가 올라가니 연료를 10% 줄여서 충전한다고 하면 설계 조건과 성능 시험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충전 압력을 207bar에서 180bar로 줄여 충전하지만 실제적인 안전성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감압충전은 사실 응급조치였던 셈이다. 정부가 2008년 CNG 버스 용기사고 후속조치를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니 즉각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이 바로 감압충전이었다. 실질적 효과보다는 일반 국민들의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가장 단순하지만 설득력 있는 처방, 즉 ‘줄여서 충전하면 좀 안전하지 않겠어?’ 라는 처방을 선택한 것이었던 것 같다.

최근 5년간 CNG 버스 용기 사고가 한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발 방지 노력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CNG 내압용기 재검사제도 등 다양한 실질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또한 제작기술의 발전 및 관리 기관의 행정적 관리도 내압용기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처럼 제도개선과 기술발전을 통해 CNG 버스의 안전성은 높아졌다.

이제 감압충전 효율성에 대한 기술적 검토 및 재시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내년 여름에도 감압충전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할 시기는 지금이다. 다시한번 각 부처간 적극적 협력, 또는 관련 전문기관 및 전문가의 중지를 모아 존치여부를 결정하면 좋겠다.

버스운송업계와 국민이 만족할 대안이 필요하다. 감압충전을 유지한다면 그 근거에 대해 버스업계에 설명하고 폐지한다면 국민이 안전하다는 것을 전문가적 판단으로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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