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ER 건설현장.
[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에너지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핵융합에너지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핵융합 연구 후발국으로서 핵융합원천기술 확보 → 핵융합선진국 추격 → 미래 핵융합시장 기술 선도를 목표로 단계별 전략적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KSTAR를 통해 ITER 선행연구장치로서의 역할과 국내·외 핵융합 공동연구를 통한 핵융합 제반기술 확보, 부족한 국내 핵융합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한 중심장치로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이에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추진하는 KSTAR 중장기 연구계획 및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핵융합에너지의 원리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지난 1995년부터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건설, 지난 2008년 최초 플라즈마 발생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최초 고성능 초전도(Nb3Sn) 토카막 장치 보유국이 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 따르면 핵융합에너지 개발에는 장기적으로 대규모의 투자와 많은 전문인력이 소요되므로 미국·EU·일본 등 선진 7개국과 함께 ITER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2030년대 핵융합발전 실증로에 의한 전기생산 실증’과 ‘2040년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 추진 중이며 특히 중국은 지난 2011년에 핵융합 상용화의 세계 주도를 선언했다.

△핵융합에너지 개발 필요성

전 세계적으로 생존을 위한 ‘에너지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안정적인 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석유소비 세계 7위, 석유 정제능력 세계 5위, 전력소비 세계 12위의 세계 10대 에너지소비국(2014년 기준)이다.

에너지수입액만 연간 600억~700억달러에 이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9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차세대에너지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화석연료의 가격이 해가 갈수록 급등하고 있어 우리나라는 에너지비용 절감차원에서 국내 기술에 의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분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것이 핵융합에너지다.

△핵융합에너지 원리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한다. 별들의 중심은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에서는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이 융합 과정에서 나타나는 질량 감소가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방출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한다(이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E=mc²를 바탕으로 하며 이와 대조적으로 핵분열반응을 이용한 것은 원자력발전이다).

반면 지구는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고압 상태의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장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태양과 같은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핵융합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구에서 핵융합에너지를 얻으려면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수억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핵융합장치는 이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둬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핵융합장치 벽면에 직접 닿는 부분의 온도는 수천도에 육박한다. 핵융합장치는 이처럼 태양에서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고 해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토카막(Tokamak)

몇 가지 ‘인공태양’ 방법 중에 국제적인 노력으로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이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다.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토카막은 러시아말인 ‘toroiidalonaya kamera(chamber) magnitnykh(magnet) katushkah(coil)’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구소련의 탬과 사하로프가 1950년대 발명하고 아치모비치가 1968년 발표한 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작동 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대부분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ITER 국제기구 본부 전경.

△핵융합에너지 특징

핵융합은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핵융합로 내에서 삼중수소로 핵변환)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게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한 핵융합연료 1그램은 석유 8톤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며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 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핵융합발전은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원자력발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중·저준위 폐기물이 일부 발생하지만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원자력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 또한 원자로 내부에 연료를 미리 채워두고 핵분열 연쇄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핵융합로는 연료인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외부에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

핵융합 장치의 균열 등의 손상을 야기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핵융합로 내부의 진공 상태에 있는 수소에너지들이 모두 빛으로 변하면서 열을 모두 흡수해 버리는 동시에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원전과 같은 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

또한 핵융합장치를 둘러싸고 있는 초전도체는 온도 상승으로 절대 깨지지 않는 ‘온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원전 내부 온도가 올라가 폭발하는 현상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핵융합 상용화 위해 개발해야 되는 기술

핵융합 에너지 출력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의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상전도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는 높은 전류가 흐르면 저항에 의한 발열 등으로 장시간 고성능의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우리나라의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와 역시 초전도 자석으로 만들어질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운전을 통해 고성능 플라즈마를 장시간 유지하는 기술 공학적으로 실증하게 된다.

△핵융합 재료 기술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초고온의 플라즈마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초고온과 고중성자속의 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제적인 재료가 개발돼야 함에 따라 기존의 원자력 및 차세대 원전의 재료기술을 공유해 이를 통한 재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동력 변환 기술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나오는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이로 증기를 가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현재 핵융합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낸 경험이없는 상태로 이를 위해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서는 ‘블랑켓’ 이라는 동력변환 장치를 실험하게 된다.

ITER는 열 출력 500MW, 에너지 증폭률(Q) 10  이상을 달성해 에너지 생산을 실증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환하고 수송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 ITER 참여국 국기

△플라즈마 제어 기술

가장 어려운 부분에 해당되는 것은 초고온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핵융합로 내의 초고온의 플라즈마에서는 허리케인보다도 더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난류(turbulence)들이 발생해 핵융합을 방해하게 된다.

핵융합이 잘 되는 조건의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류를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 가동되고 있는 전세계 핵융합 장치에서는 플라즈마의 난류를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실험들이 활발히 수행 중이다.

△핵융합 상용화 예상 시기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 시기는 204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KSTAR 및 ITER 프로젝트를 통해 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 노심 및 장치 기반기술과 핵융합로 공학기술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DEMO 실증로에서 전기 생산 실증을 거쳐 2040년대 한국형 핵융합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 핵융합연구장치 KSTAR

우리나라는 핵융합 연구의 후발국으로 빠르게 선진국과 나란히 핵융합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21세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선도하기 위해 가장 진보된 형태의 핵융합장치인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했다.

우리나라가 에너지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될 KSTAR는 2007년 9월 건설 완공돼 종합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최초 플라즈마 발생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운영단계에 들어섰다.

KSTAR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약 25분의 1 규모로 ITER 완공 때까지 ITER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초실험 기술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제공하며 한국형 핵융합실증로 건설에 필요한 독자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핵융합장치 건설 핵심기술 독자확보 

우리나라는 설계, 개발, 제작까지 KSTAR의 전 과정을 순수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KSTAR 건설을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자석 제작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등  건설기간 동안 핵융합 관련 10대 원천기술을 획득하며 단기간에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 합류

KSTAR 개발을 통해 핵융합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게 되는 국제공동프로젝트인 ITER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KSTAR에 사용된 신소재 초전도체(Nb3Sn)는 ITER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현재까지 모든 초전도 자석이 Nb3Sn으로 만들어진 핵융합 장치는 KSTAR가 유일하다.

때문에 KSTAR는 ITER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ITER의 본격적인 운영 전에 사전 시험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략적 국제협력 통한 자원한계 극복

미국(1996년 6월), 일본(2004년 11월), EU(2006년 11월) 등과 국가 간 협력약정을 체결해 현물유치(미국 2,600만달러 규모), 부대장치(일본 2,000만달러) 공동개발 등 실질적 성과를 획득했다.

△기술자료 축적

우리나라는 KSTAR 장치 건설과정에서 파생된 기술문서 1,165여건, 학술지 400여건(SCI급 250여건), 특허출원 91건(국내 87건, 해외 4건), 특허등록 46건(국내 42건, 해외 4건) 등을 D/B로 구축했다(2008년 1월 기준).

이 자료는 향후 한국형 실증로 및 상용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기준서로 활용된다.

△기대효과

KSTAR는 기존 핵융합장치들이 해결할 수 없었던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필수과제인 ‘장시간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과 ‘제어기술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중요한 장치로 ITER 가동 전까지 세계 핵융합연구를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KSTAR 중장기 연구계획은 오는 2025년까지이며 핵융합 에너지개발 진흥기본계획에 따라 ITER 및 한국형 핵융합 실증로(K-DEMO)의 핵심기술개발을 위한 공동실험 연구장치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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