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크로리를 이용해 LPG충전소에서 가스를 이충전하고 있는 모습.
[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한국LPG벌크협동조합이 2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단체로의 출범을 앞두면서 벌크로리를 통한 LPG판매시장이 양분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관련 기관의 인가절차를 마치게 되면 LPG벌크협동조합은 앞으로 중소기업중앙회와 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단체로 등록된 한국LPG판매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 벌크위원회와 함께 공식단체로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벌크협동조합과 LPG판매협회중앙회라는 양단체가 공식 기구가 되면 정부는 물론 용기, 소형저장탱크 제조사 등 관련업계에서는 어느 단체와 거래를 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셈법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형저장탱크 등 LPG관련 제조사는 판매량이 많거나 판매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정부로서도 LPG판매관련 정책을 협의할 때 양 단체 모두 또는 둘 중 어느 곳을 대화 파트너로 선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벌크로리를 통한 LPG시장이 양분이 가능하게 된 것은 광역 시도로 지역제한이 된 LPG용기 시장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벌크로리를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소형저장탱크를 설치해 LPG를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양분 앞둔 LPG벌크시장 성장통 또는 위기?
벌크협동조합과 LP가스판매협회중앙회 벌크위원회가 이원화될 경우 긍정적 측면과 함께 부정적 측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양 단체가 주도권 싸움에 빠지면 물량유치와 가격 경쟁에 치중하게 돼 LPG판매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

용기판매사업자는 판매량 감소는 물론 LPG공급 가격이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지만 벌크사업자는 판매량을 추가 확보하고 LPG수입 및 정유사 또는 충전소로부터 더 낮은 가격으로 LPG를 공급받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간 이해대립과 상호 경쟁은 물량 확보를 위한 가격 경쟁에 빠지게 만들어 LPG판매량 확보는 고사하고 종전 비싸게 판매한 LPG가격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불신을 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물량유치와 가격 인하 경쟁에 치중할 경우 LPG판매량 감소로 수익이 떨어진 LPG판매사업의 경영환경을 더 취약하게 만들 우려가 높다. 

반면 양 단체가 상호 협조와 발전적 구조로 가져간다면 LPG수입 및 정유사나 충전소로부터 공급받는 LPG가격을 현재보다 낮출 수 있다.

또 LPG판매량도 더 증가시켜 충전과 판매로 양분된 LPG시장의 한계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로 인해 LPG가격이 크게 낮아져 산업체 등을 중심으로 도시가스와 등유 등 경쟁연료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LPG물량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LPG시장 변화 촉발시킨 소형저장탱크
광역 시도로 LPG판매시장이 제한된 용기 시장과 달리 소형저장탱크는 지역제한이 없어 전국을 무대로 LPG를 대량으로 판매가 가능하다.

용기의 경우 적은 자본으로 주택, 음식점 등에 LPG를 판매하면서 충전소 공급가격에 비교적 높은 마진을 붙여 LPG를 판매해 편의점 또는 동네 슈퍼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반면 소형저장탱크는 벌크로리와 이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소형저장탱크 구입 및 설치비용 등 투입되는 자본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충전소 등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LPG를 공급받고 사용량이 많은 대량 소비처와 거래하기 때문에 마진이 적더라도 판매량이 많아 수익을 올리는 대형마트와 유사하다.

용기는 충전소에서, 벌크로리 LPG판매사업자는 충전소 또는 LPG수입 및 정유사로부터 LPG를 공급받기 때문에 공급받는 가격에서도 차이가 벌어진다.

이같은 현상을 격화시킨 것은 셰일가스로 인해 LPG가격이 낮아졌고 LPG공급량도 초과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도화시설을 갖춘 정유사도 공장도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LPG를 공급하면서 낮은 가격의 상당 물량을 이들 벌크사업자가 구매해 이득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환경도 갖춰졌다.

공장도가격보다 더 저렴한 스팟성 LPG물량은 수요가 많지 않은 비동절기에 주로 LPG시장에 유통됐다면 벌크로리 LPG판매가 활성화되면서 연중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한화토탈, 포스코에너지의 LPG저장시설 구축이 완료되는 내년 상반기중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회와 위기 교차, 선택 LPG사업자 몫
LPG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LPG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LPG판매량과 가격에 대해 우위에 서 있던 LPG수입 및 정유사보다는 충전소가, 충전소보다는 LPG판매소가 더 유리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얘기다.

벌크로리를 중심으로 한 LPG판매시장이 비록 2개 단체로 양분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지만 LPG판매업계 전체가 이익을 얻는 구조로 탈바꿈시키지 않으면 이같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에 설치된 LPG소형저장탱크는 가격 조절기능과 물량 확보 기능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가격이 쌀 때 용기에 비해 많은 양의 LPG를 저장하고 비쌀 때 적게 구매할 수 있어 LPG판매에 따른 수익 증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용기에 비해 LPG판매량이 많아 LPG수입 및 정유사 또는 충전소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LPG를 공급받게 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싸게 LPG를 공급받을 수 있어 종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고 LPG를 판매할 수 있게 된 대신 소비자에게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LPG판매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공동화에 나서 區내 통합을 이뤘던 LPG판매업계가 광역 시도별 통합이나 규모를 더 확대해 전국 각지의 충전소 2~3개를 함께 또는 각자 운영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현 LPG판매시장에서 어떤 변화와 선택이 이뤄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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