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급 기운이 감돈다. 지자체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도 보급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무버(FirstMover)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도요타의 FCEV 출시와 일본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지원, 제도개선, 인프라확산 움직임 등에 이미 선두자리를 뺏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디젤게이트로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기대가 한층 커진 가운데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폴크스바겐조차 FCEV 개발·보급계획을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FCEV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최근 관련시장 이슈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1. 환경부, 수소차 보급 로드맵 단독 발표해야
2. 수소차부품 예타사업 반드시 추진해야
3. 민간-정부 수소인프라 구축 협의체 결성돼야
4. 정부, 수소관련 제도선진화 본격 나서야
5. 현대차, 수소충전 인프라에 통 큰 투자해야
 
 
수소차부품 예타사업 반드시 추진해야
 
 
초기, 완성차 경쟁…이후 부품 경쟁력이 수소차 우위 결정
 
부품산업 투자는 지금이 적기…국가적 과제로 인식해야
 
 
#1.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450만대 수준으로 5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제자리가 아니라 마이너스 성장이다. 자동차산업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투자가 이뤄져야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FCEV 생산은 새로운 제조라인 구축이 필수적이다. 신규 제조라인은 고용창출로 이어지고 결국 관련산업이 활성화된다. 이러한 순기능에 탄력을 줄 수 있는 산업이 부품산업이다. 그러나 부품산업은 기술개발과 제조시설 등에 있어 자체 전환이 매우 어렵다. 정부가 부품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함께 그리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친환경차 전문가의 말 중에서)
 
#2. 현대차는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구축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FCEV에 사용되는 부품은 협력업체 250여개사가 참여해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의 미래전략을 공유하며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현대차의 강한 FCEV 개발의지가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 주문생산이다.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이러니 차량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중견부품사 임원의 말 중에서)
 
언급된 사례는 FCEV 부품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단적인 표현들이다. 지금부터 향후 몇 년간은 완성차 역량이 시장경쟁을 좌우하겠지만 이후는 다르다. 부품경쟁력이 FCEV 완성차 우위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수한 성능의 부품조달 여부가 시장을 좌우하는 관건인 셈이다.
 
■FCEV 경쟁력, 부품산업 육성이 키(key)
세계적 조사기관인 네비건트리서치는 2030년 FCEV가 연 200만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3,50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차량의 약 18%를 FCEV가 가져간다는 전망치다.
 
여러 기관의 분석을 고려할 때 FCEV시장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시장형성기를 맞이하고 2020~2035년 성장기를 지나 2035년 이후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장형성기는 FCEV에 먼저 뛰어든 완성차업체간 기술경쟁으로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단계를 지나면 부품업체가 FCEV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부품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외의존도는 심각해지고 고가의 부품조달로 차량경쟁력을 잃게 된다.
 
최근 환경부의 FCEV관련 용역을 마무리한 구영모 자부연 팀장은 “국내의 경우 정부와 대기업(현대차) 주도로 FCEV 기술개발이 이뤄져 빠른 시간 기술격차를 해소하고 전세계 최초 양산차량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뒀다”라며 “반면 중소·중견기업 위주의 국내 부품산업 수준은 미흡해 FCEV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부품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기술개발과 시설투자 등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부품산업에 관심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때마침 충청남도는 미래 수소산업 가능성을 직시하고 특히 FCEV 부품산업 육성을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충남도가 제안한 ‘FCEV 부품 실용화 및 산업기반 육성’ 예타사업이 주무부처인 산업부 사전심의를 통과하고 기재부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돼 최종 결과를 앞두고 있다.
 
■충남道, ‘진정성·의지·환경’ 3박자 갖춰
충남도가 내놓은 FCEV 부품산업 육성방향은 크게 3가지다. 연구개발 기능을 높여 부품성능 향상과 가격저감을 꾀하고 다양한 실증과 전문인력을 양성해 FCEV 산업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완성차를 놓고 피라미드형으로 퍼져 있는 산업생태계가 아니라 중간 부품업체의 역량을 강화해 원가절감과 품질향상, 납기를 줄일 수 있는 부품기업 중심의 역할 전문화를 내세우고 있다.
 
완성차기업인 현대차도 적극 환영한다. 현대차의 관계자는 “FCEV 가능성을 가장 주목한 기업이 현대차로 그동안 기술개발과 부품개발에 많은 투자를 지속해 왔다”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FCEV 부품산업 육성에 힘을 실어준다면 완성차는 핵심기술 개발에 좀 더 집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타사업 추진과정에서도 충남도의 진정성이 돋보인다. 도는 2011년 최초 관련사업을 기획해 이듬해부터 예타사업 추진을 타진했다.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각종 위원회의 자문을 이끌어 사업방향을 구체화했다. 최근 도는 좀 더 큰 그림을 그린다. 다양한 연관산업이 요구되는 수소산업 특성을 고려해 FCEV 부품산업을 필두로 중장기 수소경제 비전을 마련키로 해 육성의지를 분명히 했다.
 
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도 우수하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위원은 “충남도는 자동차 부품·정보통신기술·소재 기업이 많아 수소차 전장부품, 소재 개발 등에 유리한 입지”라며 “특히 국내 유일의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위치해 있고 현대차 남양연구소도 가까워 연구개발 지원 기반이 가장 우수한 곳”이라고 말했다. 사업추진을 위한 환경과 진정성, 사업의지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
 
최근 FCEV는 폴크스바겐에서 촉발된 디젤게이트로 주목받고 있다. 내연기관차량의 문제로 친환경차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하는 모양새다. 이달 8일까지 개최되는 일본 도쿄모터쇼에 FCEV가 대거 출시돼 이를 확인했다. 이미 ‘미라이’를 출시한 도요타를 위시해 혼다와 렉서스가 신모델을 선보이며 FCEV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일본만이 아니다. BMW와 다임러, 포드는 물론 디젤게이트 당사자인 폴크스바겐 조차 2017년을 기점으로 차례로 FCEV에 대한 출시계획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와 도요타를 넘어서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FCEV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다수업체의 경쟁이 본격화되면 결국 부품우위가 차량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출시계획이 예정되면서 충남도의 부품산업 육성 예타사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충남도의 관계자는 “FCEV 부품산업 육성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내년 초 예정된 기재부의 최종 심의에서 예타사업 선정이 이뤄져 국내 FCEV 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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