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지룡 한국가스안전공사 사고점검처장
가스호스를 절단하거나 밸브를 열고 가스를 누출, 고의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급증하여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어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금년들어 12월10일 현재 가정불화, 생활고 등을 비관하여 자해나 가해를 목적으로 가스를 이용한 고의사고가 67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20명이 사망하고 109명이 2-3도의 화상 등 부상을 입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고의사고는 2000년 36건, 2001년 43건, 2002년 38건으로 감소 추세를 보여오다가 금년들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98년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IMF직후 118건으로 최고수치를 나타난 이래 최근 3년간 가장 높은 수치이며, 11월 현재 전년동기 대비 80%나 증가한 수치이다.

주로 아파트나, 빌라, 다세대 등 공동주택이 주된 주거형태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한세대에서의 가스폭발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고의사고로 추정되고 있는 지난 11월 17일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 LP가스폭발사고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사고로 사고세대의 정씨와 정씨의 부인 등 2명이 사망하고 주민 14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사고세대를 비롯한 주변세대의 건물이 반파내지 부분파손되어 이 아파트 60가구 주민190여명이 인근교회, 학교등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한 사고여파로 선량한 이웃주민 수십세대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지난 9월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30대 초반의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던중 LP가스통을 거실로 옮겨와 용기밸브를 개방하여 LP가스가 누출·체류된 상태에서 남편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라이타를 켜는 순간 폭발, 부부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2살난 딸이 사망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자살을 하기 위하여 가스를 이용하여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의 유발자는 전신화상 또는 건물붕괴에 따른 골절 등 부상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상당한 본인이나 치료하는 의사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평생을 부상에 의한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하는 딱한 처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파괴 등에 의한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유발자가 생존시에는 이웃에 대한 피해보상은 물론 민·형사상 책임까지도 져야한다.

우리 공사는 고의사고가 염화비닐호스 절단 및 중간밸브로부터 호스 이탈과 LP가스 용기밸브 개방에 의해 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 시설적인 면에서는 호스절단 및 분리에 의한 사고유발 예방을 위해 퓨즈콕 설치, 영세민 시설개선, 기존염화비닐호스를 금속배관으로 교체, 연소기 연결부의 호스를 금속플렉시습호스 또는 금속플렉시블 내장 호스를 사용토록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호스밴드를 전용 공구로만 탈부착이 가능한 호스밴드를 사용토록 유도하는 한편 호스절단시 광케이블 등을 이용 연동차단 되는 호스·기기, 연소기 점화 소화시 실외의 가스미터기 전단에서 개폐되는 연동밸브 개발 보급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용기밸브 개방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용기보관실 설치 및 시건장치, LPG 50kg 용기로 공급 및 체적거래 시설 설치, 용기용 밸브를 과류차단기능 내장형, 퀵카플러 형식의 밸브 등 개발 보급등 시설면에서 원천적으로 고의사고를 차단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검토하고 있다.

고의사고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 사고인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책적인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제도나 시설안전에 대한 위와 같은 노력도 필요하겠으나 이에 앞서 가스를 이용한 고의사고가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 얼마나 많은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해 우리사회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지, 사랑하는 가족과 가까운 이웃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안겨주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다같이 어려운 때를 보내고 있다. 비단 가스만이 아니라 어려운 현실을 비관한 극단적인 선택은 자제해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대 공멸로 이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사고소식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