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급 기운이 감돈다. 지자체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도 보급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무버(FirstMover)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도요타의 FCEV 출시와 일본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지원, 제도개선, 인프라확산 움직임 등에 이미 선두자리를 뺏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디젤게이트로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기대가 한층 커진 가운데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폴크스바겐조차 FCEV 개발·보급계획을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FCEV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최근 관련시장 이슈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1. 환경부, 수소차 보급 로드맵 단독 발표해야
2. 수소차부품 예타사업 반드시 추진해야
3. 민간-정부 수소인프라 구축 협의체 결성돼야
4. 정부, 수소산업 제도선진화 본격 나서야
5. 현대차, 수소충전 인프라에 통 큰 투자해야
 
 
정부, 수소산업 제도선진화 본격 나서야
 
 
충전인프라 구축비 부담, 제도선진화로 낮출 수 있어
 
정부, 규제완화 검토 시작…실증 후 기준 마련키로
 
 
완전한 병설은 아니었다. 기존 CNG충전소 주차장을 활용해 수소충전소가 구축됐지만 충전소간 담을 뒀다. CNG 저장용기와 수소충전소 내 차량충전 디스펜서와의 거리는 10m가 채 되지 않았다. 이종 가스간 디스펜서 거리도 15m에 불과했다. 또 충전소와 20m 떨어진 곳에 연립주택이 위치해 있다.
 
일본 최초 상업용 온사이트형 수소충전소인 오사카 키토(Kito) 수소충전소 모습이다. 충전소는 배관으로 공급된 도시가스를 개질해 현장에서 바로 수소를 제조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수소연료전지차(FCEV)에 우선 공급하고 수소실린더에 담아 주변 이동형수소충전소로 보내진다. 시간당 6대를 충전할 수 있고 12시간 운영 시 70대 이상 충전이 가능하다.
 
언급된 충전소를 국내 실정에 반영하면 최대 규모의 설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옮겨 놓을 수조차 없다.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인프라 확대 걸림돌, 어떤 규제 있나
오사카 키토 수소충전소를 국내에 그대로 건설한다고 가정 시 각종 규제를 점검해 봤다. 국내에서는 병설설치를 위한 기준이 없다. CNG, 수소 충전소별 각각의 기준을 맞춰야 한다.
 
국내 수소충전소 시설기준에 따르면 아파트, 연립주택, 병원, 경로당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축물에서는 50m 이상 떨어져야만 구축이 가능하다.
 
도시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제조하는 방식 역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국내는 관련된 설치 규정이 없다. 액법 시행규칙(별표3.2의 5항)에 따라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모듈화된 대형 도시가스 개질기 제품조차 없다. 충전소 내 개질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증 및 기준 등 제도보완이 우선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주택가 인근에 위치한 키토충전소를 국내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온사이트형 충전소가 없기에 관련 규정 및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결국 키토충전소를 그대로 옮긴 제2의 키토충전소는 국내에서 기대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최근 업계에서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자주 언급된다. 토지구입비 등을 포함할 경우 대략 40억원 안팍인 수소충전소 구축비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동형의 경우 구축비용의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동형은 규제를 빗겨갈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액화수소 이동식 충전소가 개발 중이다. 현재 관련설비 설계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설비가 완성된다고 해도 직접 차량에 충전할 수가 없다. 관련 규정이 없다.
 
정부가 충전소 구축 상당비용을 지원하는 일본의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자 선정결과를 보면 올해 이동형(모바일)이 전체 충전소 숫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막 수소차 상용시장이 열린 일본에서도 초기 충전인프라 구축에 효과적인 이동형 충전소를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봐 진다. 관련제도 정비로 초기 구축비용을 낮추고 수소차 초기시장 활성화도 꾀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외에도 수소충전소 구축을 어렵게 하는 규제는 허다하다. 도로교통법에 의거한 ‘도로’에서는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없다. 차량이 오고가는 곳에 충전소가 위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 실정에서는 외곽으로 숨어 들어가야만 한다.
 
또한 충전소 안전거리와 별개로 충전설비와 경계간 이격거리, 방폭 등 안전규제, 충전 및 압축·저장 설비의 규격·인증마련 등이 해결될 우선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제도선진화 선행돼야 충전인프라 확충 가능
수소충전소 구축을 수소차의 보완 관계로만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차량이 있어야 충전소를 구축하지’, ‘충전소가 구축돼야 차량을 보급하지’라는 논란이 그렇다.
 
다른 효과를 간과한 말이다. 다양한 형태의 충전소 보급은 관련 설비와 부품산업에도 큰 힘이 된다. 충전소의 다양한 모델을 위해서는 우선 관련 규제를 손봐야 한다. 이렇게 각종 규격과 인증마련 등 제도선진화가 이뤄지면 관련산업의 기술개발로 연결돼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다. 결국 충전인프라 구축비용을 줄여 초기 인프라 확충 부담을 경감시킨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충전소 설비·부품 국산화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현대차가 수소차의 핵심부품인 MEA 국산화 성공 후 100% 수소차 자립기술을 확보했다고 홍보한 결과와 비교하면 충전설비 자립화는 턱없이 낮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수소충전소 구축 활성화’ 포럼에서도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발표자와 패널로 참여한 각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수소충전소 구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닭’과 ‘달걀’의 관계로 볼게 아니라 ‘꽃(충전소)’이 있으면 ‘벌(차량)은 찾아온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도 이같은 업계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정부는 수소충전소용 저장용기로 복합재료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 현재 Type1(금속재)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저장용기를 복합재료(Type3·4)까지 허용범위를 넓혔다. 이 같은 제도선진화로 충전소 건설비용을 낮추고 저장용량 확대, 수소차 충전시간 단축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주목할 만한 소식도 들린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수소융합충전소 실증 모델 및 기준 개발 연구’라는 정책과제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CNG충전소나 주유소 등에 수소충전을 병설할 수 있도록 관련 실증을 벌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증과제 진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 특례기준이 우선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에 대한 업계관심도 요구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은 CNG+수소, 주유소+수소, 이동형 1기 등 3개 모델 실증이다. 정부가 우선 예산을 반영하겠지만 민간의 사업참여가 필수적이다. 또 사업제안에 따라 타 유형의 모델 실증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측 입장인만큼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제도선진화는 선순환의 출발점이다. 소재와 설비·부품 개발로 관련산업 활성화를 촉진한다. 다양한 충전유형이 가능해 입지에 따른 최적의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또 충전소 건설비용을 줄여 초기 인프라구축에 효과적이다. 빠른 제도선진화가 기대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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