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차(FCEV) 보급 기운이 감돈다. 지자체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도 보급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 FCEV 양산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자동차 역사상 처음으로 퍼스트무버(FirstMover)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도요타의 FCEV 출시와 일본 정부의 다각적인 정책지원, 제도개선, 인프라확산 움직임 등에 이미 선두자리를 뺏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마침 디젤게이트로 친환경차에 대한 시장기대가 한층 커진 가운데 게이트의 중심에 있는 폴크스바겐조차 FCEV 개발·보급계획을 내놓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FCEV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최근 관련시장 이슈를 통해 짚어본다. / 편집자주
 
1. 환경부, 수소차 보급 로드맵 단독 발표해야
2. 수소차부품 예타사업 반드시 추진해야
3. 민간-정부 수소인프라 구축 협의체 결성돼야
4. 정부, 수소산업 제도선진화 본격 나서야
5. 현대차, 수소충전 인프라에 통 큰 투자해야
 
 
현대차, 수소충전 인프라에 통 큰 투자해야
 
 
충전소 ‘구축’ 아닌 ‘운영’에 우선순위 둬야
 
충전인프라 협의체 설립에 현대차 ‘역할’ 필요
 
 
“정부에서 발표하는 로드맵은 2030년까지의 큰 그림이다. 시기별 수소차 보급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충전인프라 구축계획을 통해 관련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해달라”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이달 중 ‘수소차 로드맵’ 발표가 예정됐지만 ‘세부적인 지원내용’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로드맵은 관련산업에 대한 정부의 청사진으로 시장에서 믿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시 말해 민간에서 시장참여와 투자를 고려할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수소차는 차량과 충전인프라가 맞물려 가야하기에 정부의 보급계획 정도에 따라 차량 제조사인 현대차의 시장전략이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 차량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품 및 소재기술 개발·투자 시기는 물론 신규모델 출시일정, 소비자 홍보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다른 무엇을 기대하는 눈치다.
 
■충전소 ‘구축’ 아닌 ‘운영’에 투자해야
정부의 로드맵 발표로 현대차의 투자계획이 빠른 시간 제시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정부에서도 내심 바라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정부의 관계자는 “차량제조사인 현대차가 부족한 충전인프라 투자에 나선다면 시장활성화는 그만큼 빨라지지 않겠는가”라며 “실제 현대차그룹 내 투자계획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의 충전인프라 구축목표는 이번 로드맵 발표에서 제시될 것이 분명하다. 과거 ‘그린카로드맵’에서도 수소차·충전소 보급계획의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됐지만 정부는 이행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대차를 위시해 도요타가 수소차 상용시장을 열었고 내년부터 줄줄이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수소차 출시가 예정됐다. 시장선점에 따른 경쟁력 확보라는 당위성은 물론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는 점을 정부 역시 인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차량 제조사의 충전인프라 투자결정은 정부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좀 더 빠른 인프라구축이 가능해 정부가 목표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제조사가 인프라사업에 뛰어들기는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직접 충전소를 구축할 경우 운영법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1기 구축당 평균 40~50억원에 육박하는 건설비용이 만만찮다.
 
미국 테슬라와 같이 일부 전기차 메이커가 충전인프라를 건설해 자사 자동차판매 마케팅과 연결시키고 있지만 전기차와 수소차의 충전인프라는 규모와 건설금액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마침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수소충전소 구축’ 전문가 토론에서 제기된 의견은 참고할 만하다.
 
산업계와 관련단체, 학계 등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 정부의 초기 인프라구축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민간의 충전소 투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오히려 시장초기부터 도입기까지 약 5년간의 충전소운영을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수소충전소 1기당 연간 운영비가 3,000~4,000만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충전소 1곳당 연간 최대 2,200만엔을 지원한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3사는 60억엔의 공동펀드를 조성해 운영 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지원액은 충전소 1곳당 연간 최대 1,300만엔이다.
 
결국 초기 충전소 사업자의 운영비 부담을 정부와 민간의 보조금으로 커버해 안정적인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수소충전인프라 투자는 이 같은 방향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의 한 임원은 “향후 몇 년간 충전소 운영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라며 “운영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인프라 구축투자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는 일본과 달리 차량 제조사가 현대차 1곳으로 지원규모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자금 운영 주체다.
 
■협의체 발족에 현대차 ‘역할’ 필요
연재기사 3편에서 ‘수소충전소 구축 협의체’ 설립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본 HySUT을 표방해 국내에서도 수소충전인프라 구축을 주도하는 단체가 나와줘야 한다. 다행히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설립 움직임이 보이고는 있지만 상당기간 진통도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단체 설립 모임에 참여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다”라며 “단체 설립에 현대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간다면 참여기업의 동의를 쉽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단체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 HySUT에는 일본 자동차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또 3사가 공동으로 조성한 운영자금 역시 이 단체에서 운영한다.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참여한 HySUT은 내년 3월까지 수소충전소 83기가 정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로드맵 목표치와 유사한 범위다. 다양한 충전 모델 실증과 비즈니스 환경 정비에 나서고 있는 HySUT의 공로로 인정된다.
 
수소차충전인프라 구축은 정부의 지원정책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정부는 수소차산업 미래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시장참여를 이끌고 민간 역시 정부의 협력파트너로서 조력이 필요하다. 충전 협의체 구성은 이러한 협력파트너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단체 설립 추진에 현대차의 ‘역할’이 기대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