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 한국가스연맹 사무총장 · 전 그리스 대사
얼마 전 김용옥 교수가 열강하는 노자 관련 TV 강좌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노자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위자연이 아닌가 싶다. 물질문명이 극에 달하고 유전자 조작으로 생명의 신비가 깨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양의 정보와 자금이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다시 노자 사상이 각광을 받는 것이 아이러니컬한 점도 있다.

만행이라는 책이 화제를 낳는다.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한 벽안의 청년이 삭발을 하고 산사를 떠돌며 구도의 길에 정진하고 있다.

과연 인생의 행복은 어디서 오고 인생의 참뜻은 무엇인가? 현대 문명으로부터 소외된 저 부탄의 시골마을에서 부처 앞에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는 촌로는 세기를 앞서가는 최첨단 주택에서 살며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빌 게이츠보다 덜 행복한가?

물 한 양동이를 얻기 위해 아이들을 둘러 업고 수십리를 왕복하는 저 아프리카 오지의 아낙네가 어쩌면 수도꼭지만 틀면 깨끗이 정수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서울의 현대식 빌라에 사는 사모님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 행복은 그만큼 상대적일 것이다.

하지만 개발은 멈추지 않는 수레와 같은 것이 아닐까? 인간이 아무리 자연상태에서 자연과 동화돼 살기를 원해도 문명과 개발은 물이 낮은 곳을 향해 흐르듯 거스를 수 없는 순리이다.

개발에 뒤지면 뒤질수록 개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한 나라의 명운과 장래도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가 급속도로 좁아져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상황에서 저개발 국가가 느끼는 빈곤감과 박탈감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되리라고 본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 정보사회에서 지금 뒤진 나라는 영원히 뒤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은 물론 국가간에도 지식의 격차가 빈부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다.

전 세계 인구 60억명 중 80%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이들 중 15억명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나간다. 1달러는 단돈 1,000원 남짓하다.

우리나라에도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면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먼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굶주림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나 똑같이 고귀한 생명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식의 선진화는 우리에게 무엇보다도 긴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이익, 내 가족의 행복 같은 좁고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 남의 고통, 거기서 더 나아가 남의 나라의 어려움에도 눈을 돌리고 세계와 함께 호흡하는 열린 사고를 갖추는 일, 그리고 도덕적으로 성숙한 나라가 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고의 바탕 위에서만 모든 사회규범과 제도도 형식만의 차용이 아니요 그 내용과 실질면에서도 선진화되고 정상적으로 가동하게 될 것이다.

다행히 최근 봉사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혈연과 지연을 벗어나 가난과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주위사람에게 온정을 보내는 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도 TV에서 음성자동응답시스템(ARS) 모금을 하면 금세 전화 다이얼을 누르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시야를 전 세계로 넓혀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어느 나라도 혼자서 살 수 없다. 개도국의 안정없이는 세계의 평화도 없다. 개도국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일, 그리고 개도국의 발전을 돕는 일, 그것은 우리의 안녕과 발전을 위한 투자다.

그런 면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기타 개발 비정부기구(NGO)들의 국제협력활동에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굶주림에 퀭한 눈으로 죽어가는 아이가 없어질 때 우리는 진정한 목소리로 ‘세계는 하나(We are the world)’를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