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상우 기자] 환경부가 지난달 31일 화학물질 조사결과 및 정보공개제도 운영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이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민회관에서 기업·시민단체 등을 대상으로 관련 설명회를 개최해 공개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제출서류 작성기준 등을 알렸다. 이날 설명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해 정보공개제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설명회에 참여한 이들은 제출서류 작성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듯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물어보면서 예정했던 질의응답시간이 훌쩍 뛰어넘어 끝났을 정도로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 중 세 가지 질문이 중점적으로 나왔는데 이를 통해 기업의 입장과 환경부의 향후 제도 운영 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 과연 비밀이 지켜질까?

설명회 질의응답 중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 영업비밀이 과연 지켜지느냐이다.

화학법령이 시행되기 전부터 기업들은 자료 제출에 따른 영업비밀 누출을 걱정했고 시행 후에도 끊임없이 영업비밀 보장을 촉구했다. 이는 경쟁업체에 관련 정보가 유출될 경우 상당한 타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정보공개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니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제도에 따라 사업장이 공개해야 하는 정보의 범위는 △사업장의 일반정보(업체명, 대표자, 소재지, 관할환경청, 산업단지 등) △유해화학물질 최대 보관·저장량 및 화학사고 발생현황(보관·저장시설의 최대규모, 화학사고 발생건수 등) △화학물질 취급현황(제품별 명칭, 혼합물여부, 물질별 연간 입고량 및 사용·판매량 등) △배출량조사대상 화학물질별 배출·이동량(대기·수계·토양 배출량, 자가매립량, 폐수·폐기물 이동량 등)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판매하는 제품명칭은 영업비밀보호 불가라고 했는데 만약 OEM이나 CMO를 하는 경우에는 B2B 비즈니스 즉 고객에게 맞춰 생산하기 때문에 제품생산에 앞서 비밀조항 등을 체결하는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물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관계자는 “그럴 경우에도 영업비밀 심사를 요청하면 된다”고 답했다.

또한 다른 기업의 한 관계자는 “화평법,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환경정보공개 시스템 등에서 영업비밀 보호 심의위원회 결과 어느 한 곳이라도 공개될 경우 과연 비공지성이 유지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물었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처음 심의 신청서 기준에 ‘다른 공공기관의 기업비밀을 요청한 사실과 결과’라는 항목이 있었는데 상당수 업체들이 과거에 정보보호인정을 못 받은 사항이 들킬까봐 꺼려해 항목에서 빠졌다”라며 “그래도 정보보호 이유서를 낼 때 추가적으로 그러한 사실을 적시하면 심의 할 때 감안해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제출서류 기한이 너무 짧다

화관법에 따라 통계조사표나 배출량조사표를 작성·제출했는데 자료보호를 요청하는 사업장은 오는 2월29일까지 자료보호요청서 및 심의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요청서 및 신청서 자료제출은 지난달 31일 관련 규정이 고시되면서부터 시작됐으며 제출기한은 25일 현재 23일정도 남은 셈이다.

기업은 기간이 짧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국에서 화학물질을 수입해서 쓰는 기업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외국기업의 협조여부에 따라 상당한 기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무일수로는 30일도 채 안 남았는데 우리 회사는 심의신청서를 내야하는 물질이 수백종이며 제출서류 작성 위해 7~8개 부서간 협의를 거쳐 사장님 결재를 받는 등 물리적으로 힘들다”며 “또 경제성, 유용성,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등을 상세히 작성하기 위해 세밀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간 내에 일단 제출하고 이를 개선해나가겠다고 했는데 그러다 보면 업체 입장에서는 영업적 피해가 클 수 있어 완전히 개선사항이 파악된 후에 시행하는게 낫지 않냐”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관계자는 “일단은 기간 내에 보호받고자 하는 정보를 분명하게 기간까지 제출하고 추후 심의 중 소명절차 때 필요한 서류가 있다면 보완해달라”고 전했다.

■ 화평법과 겹치는 것 같다

한 기업 관계자는 “화평법에서 등록면제신청 시 정보보호를 신청해 통과될 경우 5~15년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이번 통계조사에서 정보보호를 하는 것이 겹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화평법 제45조에는 환경부장관은 자료를 제출한 자가 비밀의 보호를 위해 화학물질의 성분 등에 대한 자료보호를 요청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료보호기간 동안 자료를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화평법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환경부장관은 제출받은 자료를 5년 동안 공개할 수 없으며 자료를 제출한 자가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료보호기간의 연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5년씩 두 번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이러한 조항 때문에 이번 정보공개제도가 화평법의 정보보호와 겹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화평법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 환경정보공개 시스템 등에서도 하는데 굳이 또 해야하느냐”며 반발했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화평법의 자료제출은 정부가 기업들이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그에 대한 독성정보를 관리하기 위함인데 그 법에 정보공개한다는 명시가 없다”라며 “반면 이번 정보공개제도는 기업들이 취급하는 정보를 정부가 조사해 국민에게 알리기 위함이고 화관법에서 정보공개가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화학물질을 판매하는 외국기업들이 비협조적일 것이라는 주장과 심의신청서에 작성하는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성·유용성 등의 기준이 애매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처럼 기업들이 많은 질문과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영업비밀이 누출될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많은 환경제도를 통해 화학물질 정보조사를 받다보니 업무부담이 증가되는 것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화학물질정보를 조사하는 이유는 대형재난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함이다.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끊임없이 논쟁하며 실용성 높게 만들어야 한다.

환경부가 이번에 시행될 정보공개제도를 기업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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