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영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가스정책연구본부장
[투데이에너지] 요즘 유가전망이 왜 그렇게 틀리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2014년 말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국제유가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100달러대에서 출발해 60달러대, 50달러대 등으로 추락해 이젠 두바이유 기준으로 20달러대에 도달했다. 이런 폭락에 겨우 한 해가 흘렀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추세를 제대로(비교적 근사하게라도) 전망한 기관이나 전문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무하다. 오히려 한 때 200달러를 예측하던 투자은행도 있었다. 그렇다면 유가전망이란 불가능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마치 주식가격이나 지수를 제대로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무수히 많은 연구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유가와 주가를 전망하는 자료를 내놓고 있다. 맞지도 않을 전망치를 계속 생산하고 있는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가전망이 필요한 이유는 많은 의사결정에 국제유가가 중요한 고려요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결정, 일반 개인의 자동차 구매행위에 이르기까지 유가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이다.

특히 지금처럼 유가의 변동성이 극히 높은 시기에는 여러 투자대상의 선정이나 실행여부에 있어 유가의 향배가 중요해진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지난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정책의 이면에는 고유가기조 유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 당시에 지금과 같은 저유가 국면이 임박하고 있다는 전망을 전제로 의사결정을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당시에 고려됐던 대부분의 자원개발투자는 유보됐고 지금이 되기를 기다려서 투자하자는 정책판단을 했을 것이다. 사후약방문식의 예이지만 유가전망의 필요성 내지는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산재된 상황에서도 유가전망은 계속 해야 하고 맞고 틀림을 떠나 이런 전망치는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국경제의 경·연착륙 및 원유수요, 미국의 공급증가세 둔화정도, OPEC의 대응전략 변화가능성 등 미래 유가에 영향을 줄 주요 요인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예측하기 쉬운 것이 없지만 말이다.

유가전망이 경험상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전망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유가전망치를 비교해보자. 성장률 전망치를 접할 때 사람들은 세계경제 여건을 반영한 우리 정부의 희망이 담긴 목표치 정도로 해석한다. 3%대를 목표로 했지만 실제 2015년 성장률은 2.6%로 집계됐다.

수출환경이 우리 예상보다 더 나빴던 것이 전망치에서 벗어난 주요인이다. 국제유가 전망치의 경우 목표치는 아니다. 주어진 정보 하에서 최대한 잘 맞춰보고자 하는 수치이다. 그러나 성장률에 비해 국제유가는 훨씬 예측도 어렵고 변동성도 크다.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는 목표치적 성격이 가미됐기에 가능한 이에 근접하도록 정부가 다양한 정책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반면에 국제유가에 한 나라나 기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도 거의 없다.

최적화문제에서 우리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조정변수(control variable)가 아니고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내생변수(endogenous variable)도 아니다. 미래 특정시점에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를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면 되는 외생변수(exogenous variable)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정확한 국제유가 전망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유가는 불확실하다는 경험적 특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제유가 전망치를 보는 수 밖에는 도리가 없다. 인간의 합리성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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