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생소하고 낯선 풍경은 깊숙이 각인된다. 반복된 장면은 그래서 식상하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놀라운 광경이 있다. 부럽기까지 하다면 상황은 더욱 달라진다. 전 세계 최대 수소연료전지 전시회 중 하나인 ‘FC EXPO’가 그렇다.

올해 12회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동기간 같은 장소(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하는 타 전시회의 맏형 격이다. 형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아우가 하나 둘 자리를 꽤 찬지도 모르겠다.

사정이야 어찌됐던 FC EXPO가 열리는 기간에 언제부터인가 ‘월드스마트에너지위크(World Smart Energy Week)’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동시 개최되더니 올해는 ‘전력자유화시장 박람회’까지 붙여 총 9개 전시회로 그 규모가 늘어났다. 

놀라운 건 사실 규모가 아니다. 동일한 풍경에 항상 입이 벌어지도록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관람객이다.

전시회에 출품한 기업을 방문하는 자리여서인지 일본 관람객은 대부분 정장을 고집한다. 남녀가 구별없다. 주로 검은색이다.

전시회장 문이 열리는 10시를 전후해 전시장은 검은물결을 이룬다. 도쿄빅사이트역에서 빅사이트 전시장으로 연결되는 이동경로가 검은색으로 덮인다. 그리고 행사장 중앙 로비에 이르러서는 큰 바다로 변한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 검은 물결이 출렁인다.

이 순간 머리에 오버랩되는 장면은 국내 전시회다. 일본 월드스마트에너지위크와 같이 에너지를 테마로 한 가장 대규모 전시회를 꼽으라면 정부가 주관하는 에너지대전이다. 코엑스에서 개최되던 전시회는 최근 일산 킨텍스로 자리를 옮겼다. 공간은 좀 더 커졌지만 관람객이 대폭 늘지도 않았다.

에너지대전을 탓하고자 함이 아니다. 전시회를 바라보는 인식 차이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두고 최근 업체의 관계자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결국 제조업에 대한 시장차이라는 것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다.

제조업체의 수와 종사자 규모가 다르다는 것인데 이를 제외한 주장은 서로의 동의가 어려웠다.

이 추정이 맞다해도 불만이다. 국내 내수시장과 종사자가 적다면 외국에서 올 수 있게 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술과 시장선점이 가능한 산업분야를 특화해 생각하자. 종합이 아닌 전문전시회를 고려하자. 우리에게도 전 세계 관심을 이끌고 발길을 당길 기술이 있지 않은가? 일본의 검은 물결이 아닌 글로벌 다양성이 만들어 낼 또 다른 물결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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