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사업부진으로 부침을 겪던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가 중국 타이치그룹에 매각됐다. 전기버스 보급이 당초 계획과 달리 지연되면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매각을 시도했던 한국화이바는 결국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중국 타이치에 사업부문을 넘겼다.

이 과정에서 기술유출 등의 논란으로 어수선했던 조직 내 분위기는 지난해 10월 신규법인이 설립되고 11월 ‘티지엠(TGM)’으로 사명이 확정되면서 반전됐다. 일선 지자체의 전기버스 구입이 시작된 점도 힘을 돋았다. 그래서일까? 경남 함양에 위치한 티지엠 본사와 제조공장에서는 새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한 번 제대로 해보자’라는 임직원의 의욕이 넘쳤다. 그 현장에서 조세현 사장을 만났다.

조세현 티지엠 신임 사장은 올해가 전기버스 상용화의 원년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시범사업 등에만 투입됐지만 올해부터 주요 지자체 운수업체의 공급계약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실제 티지엠은 지난 4일 제주도 동서교통에 인도될 전기버스 2대를 출고했다. 실 도로운행을 통해 개선사항을 반영한 후 상반기까지 나머지 계약분 21대를 추가 인도할 예정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티지엠은 올해 포항(15대)과 김포(30대)에 이어 부산(30대)에도 전기버스 공급을 기대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 전기버스 지원예산이 100억원(대당 1억원) 책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숫자다.

현재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은 프리머스(플러그인), 화이버드(배터리교환식)와 올레브(무선충전) 버스로 프리머스와 화이버드는 티지엠이 직접 판매하는 제품이며 무선충전버스 역시 차체를 제작해 올레브에 공급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전기버스 모두 티지엠이 제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보급계획에 따라 조 사장은 올해 판매목표를 모두 200대로 잡았다. 여기에는 전기버스 95대 외에 CNG버스(105대)가 포함됐다. 조 사장은 “전기버스는 실증과 시범사업용으로만 국한됐고 CNG버스는 2009년 첫 제작이후 지금까지 270여대 가량 판매에 그쳤다”라며 “올해는 전기버스 상용화 원년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CNG버스 판매에도 적극 나서 모두 200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티지엠 직원들이 제주도 동서교통에 납품할 배터리교환식전기버스를 점검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플러그인 충전방식의 전기버스는 개발이 완료돼 내달 중국에서 개최되는 관련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일 계획이다. ‘T1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버스는 기존 프리머스(2010년), 화이버드(2014년형)와 다른 타입의 모델이다.

조 사장은 “가장 큰 특징은 긴 주행거리로 200km를 운행할 수 있다”라며 “LG화학 리튬폴리머전지가 탑재될 예정이며 해외수출용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지엠은 전세계 가장 큰 전기버스시장을 형성한 중국을 겨냥해 이 버스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배터리교환식 버스가 먼저 보급에 나섰지만 플러그인 충전방식을 선호하는 운수업체에게 이 버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기대되는 신제품이 CNG 고상버스와 전기트럭이다. 티지엠이 제조하는 버스는 모두 저상형 모델이다. 개발되는 CNG버스가 인증을 획득하면 첫 고상버스로 기록되게 된다.

트럭은 1~1.5톤 플러그인 충전방식의 전기트럭으로 중국 상용모델을 벤치마킹해 개발되고 있다. 출고시점은 2017년으로 택배 등 근거리수송용을 목적했다.

주제를 돌려 신임사장으로서 포부를 물어봤다. 뜻밖의 대답이 먼저 나왔다. 인수 주체가 중국법인이다보니 초기 이상한 말이 돌면서 속앓이가 심했다는 말로 시작했다.

조 사장은 “국내업체는 제 값을 쳐주지 않아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가 필요했던 중국 타이치그룹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며 “기존 직원 모두 7년 간 고용보장을 약속받았고 기술, 생산시설, 인력, 노하우 등 모든 것이 국내를 기반한 회사로 오히려 중국 관계사를 통해 중국시장 진입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어 수출물량이 크게 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티지엠은 150여명 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 수가 200여개사에 달한다. 조 사장은 “중국이라는 선입견으로 이런저런 말이 있었지만 함양의 지역경제를 견인할 조직과 협력업체를 생각하면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는 지금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지역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그는 “함양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우리가 함양에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로 (함양은) 산업규모가 크지 않은 청정지역이다”라며 “더 큰 회사로 성장해 고용창출을 이끌고 지역경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티지엠은 지난달 26명의 신규직원을 채용한 바 있다.

올해는 앞서 언급한 신차종 개발과 함께 조직안정화에 적극 나선다. 한국화이바의 차량사업부를 떼어 독립했기에 신규법인으로서 관리업무 정비가 급하다. 그는 “회사 ERP구축과 인사, 총무 등의 관리업무가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라며 “관리부서가 안정화돼야 살림살이는 물론 개발부, 생산부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4년 뒤인 2020년을 기다려달라는 말로 인터뷰를 정리했다. 그는 “계획해 추진되고 있는 목표가 하나 둘 이뤄지면 2020년 6,0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시기 쯤 기업공개해 상장할 계획도 갖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함양일반산업단지 내 위치한 티지엠의 버스제조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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