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욱 KOTRA 테헤란무역관 관장
[투데이에너지 조규정 기자] 경제제재 해제 이후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한 이란.

이란시장 선점을 위한 해외 국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지난달 29일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는 등 이란시장 노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법령으로 거래 과정에서 달러화 사용이 계속 금지된 점과 이란시장에 대한 정보 부족, 오랜 제재로 이란의 자금력 문제 등으로 국내기업들의 이란 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란이 핵활동 재개 등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어겼을 경우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제재 조건이 부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이란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지 김승욱 KOTRA 테헤란무역관장을 통해 현지 상황을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란 현지 상황은 어떤지

이란은 사우디, UAE에 이은 중동 3위의 건설프로젝트시장이다. 제재기간 동안 직접적인 제재분야였던 오일·가스분야는 물론 비제재 분야에서도 각종 프로젝트의 발주가 연기 또는 취소돼 왔다. 금융제재, 지속적인 경기침체 및 유가하락 등이 그 배경이었는데 올해 1월16일 제재해제와 더불어 본격적인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되고 있다.

오일·가스분야에서만도 기존시설의 리노베이션 및 신규투자에만 향후 3~5년간 1,500억달러 이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고속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노후화된 인프라스트럭처, 전력, 댐, 신재생에너지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많은 프로젝트 발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발주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EPC +F(Finance)나 BOT, BOO 등 투자사업의 형태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EPC기업들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보인다.

△이란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국들의 동향은 어떤지

이미 중국은 제재기간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이란시장에 진출해 지하철공사 등을 수주해왔다. 현재 약 80~90개의 중국건설기업이 이란시장에 진출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0억달러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 등을 내세워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IPP, 원전, 항만개발 등의 분야에서 MOU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경제제재와 더불어 이란시장을 떠났던 일본, EU기업들도 핵협상 타결(2015년 7월14일)을 계기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츠이, 마루베니 등 상사를 중심으로 IPP, 철도, 오일·가스분야 등에서 적극적인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IPP분야에서 MOU체결내용이 현지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핵협상 타결을 계기로 EU기업들도 이란시장에 대한 자세를 전환했다.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던 Obe rmeyer, Austria Rail Rhomberg 등 독일·오스트리아계 기업을 비롯해 많은 EU기업들은 역내 불경기 및 유로화 약세 등을 배경으로 이란시장에서의 수주를 위해 철도, 전력, 오일·가스분야 등에서 적극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연초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이탈리아 순방시 이탈리아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사이펨(Saipem)이 송유관 공사를 수주했으며 Total, Linde, Technip 등도 오일·가스분야에서 활발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란 바이어들이 한국기업에 요구하는 조건은

이란 바이어들이 한국기업에 바라는 것은 바로 가격경쟁력이다.

이미 한국제품의 품질, A/S 등에서는 EU제품을 대체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또한 이란-이라크 전쟁, 제재기간 중에도 이란시장을 떠나지 않고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온데 대해 높은 신뢰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기불황에 따라 구매력이 낮아진 이란 바이어들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들이 많다. 지난 1월 주요 이란 바이어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많은 바이어들(38%)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조건으로 가격인하를 꼽았다.

또한 자금력 부족을 이유로 여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합작투자를 통한 이란내 생산거점 확보를 요청하는 기업들도 많다. 이는 이란정부의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국내생산 확대 및 기술력 제고, 고용율 제고를 목적으로 한 합작투자 및 기술이전 강화, 수입억제를 위한 제반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에 대한 향후 지원계획이 있다면

이란은 시장정보는 물론 정부 통계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또한 규정이나 법규에 대한 접근도 어렵고 세부 시행령이 없어 행정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기업 D/B도 거의 존재하지 않고 기업평가기관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란과의 거래, 진출 등에서 우리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테헤란 무역관에서는 이란 시장 및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수집, 전파하는 노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 2월 이란진출가이드북을 발간했다. 4월에는 이란 프로젝트 수주가이드를 발간할 계획이며 수시로 필요정보에 대한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마케팅 기회 확대를 위해 한국상품전 개최, 무역사절단, 전시회 한국관 설치 등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지사화사업 및 바이어 찾기 서비스 이용기업을 확대코자 인력을 증원하는 한편 마케팅사업 추진시 이란상공회의소, ICT길드 등 이란의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어의 신뢰성을 높이는 노력을 할 예정이다.

4월에는 무역관 내 프로젝트수주지원센터를 설치,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 공기업등과 협력해 우리 기업들의 벤더등록, 수주활동을 포괄적으로 지원해 나갈 방침이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잠재력이 풍부한 이란시장은 분명히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지만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제재해제된 이란은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충분한 사전준비가 요구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 기회를 통한 현지 네트워크의 복원 및 신규 구축이 필요하다. 이란시장에서는 파트너의 역량이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직접 방문, 실사를 통해 현황과 경영자의 마인드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란은 아직 법규나 제도, 행정절차 등의 투명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하고 핵합의 불이행으로 언제든지 제재가 복원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위험관리를 해나가야 한다.

아울러 단순한 수출시장만으로써가 아니라 중장기적, 동반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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