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봉재 한국수소산업협회 수소충전소위원장(이엠솔루션 부사장)

[투데이에너지]  2014년 1월 한국수소산업협회가 창립되면서 수소산업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업계 내부 목소리를 대변하는 소위 ‘창구’ 역할이 활발해지면서 관련산업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조성되고 마침 정부에서도 수소차 보급 정책 등이 제시돼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산업의 주체인 기업이 참여하다 보니 사업모델 제시 등의 활동은 빈번하지만 막상 사업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수소산업이 맞이하고 있는 초기시장 진입단계에서 기술력이나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수소차 보급계획을 발표하고 수소차산업 활성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방향은 제시됐다 할 지라도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웃한 일본이 수소사회 진입을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 제시에 이은 실행 노력을 지켜보고 있자니 위기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소산업, 특히 수소차 보급에 필수적인 충전인프라구축은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산업화 초기 진입단계에서는 산업 기본발전계획 수립, 예산투입, 규제해소나 법제정과 같은 기간산업에 필수적인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민간이 주체가 돼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민간이 개발을 선행하고 산업을 주도하는 분야도 물론 있겠지만 수소충전소 건설과 같은 인프라 구축사업은 기간산업의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 수소충전소, 한국형 모델을 찾자

수소차시장 진입단계에서 충전인프라 구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역할분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수소충전소 구축은 정부지원 하에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난해 발표한 정부 보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520기가 구축될 예정이다. 예산낭비를 줄이고 관련기술의 내재화와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충전소 형태와 지역별 규모, 시기별 구축수량 등을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표(각 국의 수소충전소 형식 비교)를 참조해 현재 운영 중인 유럽, 미국, 일본의 수소충전소 구축 형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충전소의 복합형 여부와 수소공급방식 및 이동형 수소충전소 구축에 대한 것이다. 아울러 수소 제조의 분산 여부 또한 중요한 관점이나 이는 나라마다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소충전소 형태에서 일본의 복합형과 유럽, 미국의 독립형을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는 복합방식이 유리할 것이다. 토지나 인력을 공유할 수 있어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존 주유소나 LPG, CNG 충전소 운영수익이 점차적으로 수소충전 수익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해 기존사업자의 사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독립형 충전소.
▲ 복합형충전소.
이동형 수소충전소는 과도기적 방식이다. 비상용 수소충전소로서 향후 충전소 형식 등을 고려한 전략적 구축계획에는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소형화하고 모듈화해 가격을 절감하는 관점에서는 기술개발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수전해 장치나 개질기를 통한 수소제조형 충전소는 유럽, 미국, 일본 모두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나 수소 공급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유용할 수 있다. 또한 향후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 연계방식의 수전해 수소제조형 충전소는 기술개발과 관련실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구축이 활성화돼야 할 형태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튜브 트레일러로 수소를 이송, 저장해 충전하는 트럭인 방식은 가장 보편화되고 구축비용이 저렴해 각광받는 방식이다. 이 경우에도 이송되는 수소의 형태가 압축(고압)인지 액체인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유럽, 미국, 일본 모두 두 가지 형태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액화수소 공급에 대한 기술이 부족하고 사례가 없어 고압수소가스 이송방식이 일반화돼 있지만 장기적으로 액체수소 방식이 필연적이라 본다.

종합해보면 향후 10년의 기간에는 주유소, LPG, CNG 충전소와 병행하는 복합형(고압가스 이송을 통한 트럭인 방식)충전소 구축이 효율적이라 할 것이다. 다만 액화기술 개발과 추이에 따라 액체수소 이송 방식의 트럭인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본 수소기업인 이와타니가 린데와 손잡고 구축한 트럭인 방식의 액체수소 저장형 수소스테이션(시바코엔 수소충전소)을 보면 액체수소 저장량이 약 2,000kg으로 가스 튜브트레일러 10대 분에 해당하는 양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4kg을 충전한다고 가정할 경우 수소차 5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로 먼 미래에도 운용 가능한 충전소의 형태라 할 수 있다. 

▲ 도쿄에 위치한 ‘시바코엔’ 수소충전소.
▲ 액체수소 저장탱크.

 

 

 

 

 

 

 

최근 정부에서 검토 중인 CNG 충전소를 단계적으로 수소충전소로 바꾸고 수소버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보면 액체수소를 공급받는 트럭인 방식 복합충전소 형태가 최적의 해결방안임을 발견할 수 있다. 

국내에는 195개소의 CNG충전소가 구축돼 있고 이를 이용하는 천연가스버스는 2만6,000여대에 이른다. 이를 평균하면 충전소당 133대의 버스가 이용한다고 볼 수 있으며 2일에 한번 충전하더라도 60여대가 매일 충전하는 수치다.

정부의 방침대로 CNG충전소가 수소충전소로 전환돼 수소버스가 상용화되면 하루 소비되는 수소량이 어림잡아도 2,000kg을 상회한다는 계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액화수소의 1회 공급량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압축방식의 가스 튜브트레일러(200kg)로 공급하면 최소 10회 정도를 반복해야 하는 비효율적 상황이 된다. 버스의 경우 일일 수소 소모량이 많아 충전소의 경제성 확보에 유리한만큼 초기 충전소 및 수소차 보급단계에서 액화수소 이용은 매우 유용한 방안이 될 것이다.

■ 수소협회 역할과 정부 제언

한국수소산업협회 내 ‘수소충전소위원회’가 새롭게 신설됐다. 수소산업이 꿈틀되는 현 시점에서 정부와 적극 보조를 맞춰 가야야 할 방향을 점검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초대 위원장으로서 몇 가지 당부의 말도 전하고 싶다.

가장 먼저 정부는 수소산업이 우리나라 미래의 주축 산업임을 산업계가 인지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섰으면 한다. 특히 컨트롤타워에 대한 기대가 높다.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등 관련 부처간 나눠진 수소산업 역할을 하나로 모으는 기구가 마련된다면 정부 정책에 따른 기술개발이나 사업화 추진은 물론 산업계와의 소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 수소산업 관련 기업을 포함해 학·연·관 전체가 참여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소충전인프라 구축 활성화를 위한 기술 및 제품 개발과 국산화 플랜을 함께 의논해 나간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수소충전인프라 확충은 주유소나 충전소 감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기존 인프라 시설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산업간 연계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끝으로 충전소만 융복합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은 물론 이산화탄소 저감기술과의 융복합 모델 개발 등 타 산업과의 연계에도 꾸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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