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한국지열에너지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전체 에너지원의 97% 이상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여건상 가장 효율적인 냉난방시스템을 찾으라면 기존 공기 열원 열펌프식 냉난방시스템대비 30% 이상의 에너지절감이 가능한 지열 냉난방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지열은 지중의 열을 활용하므로 재생에너지 중 유일하게 기후에 관계없이 항시 사용이 가능하다.

공기 열원식 열펌프의 열저장조인 대기의 경우 여름에는 온도가 높고 겨울에는 낮아 열저장조로는 불리하다. 이에 반해 지중은 1년 내내 약 14℃의 일정한 값으로 유지된다. 지중에 매설된 열교환기를 통해 열을 흡수하고 방출한다고 해도 적절한 설계와 운영이 된다면 주변 지중과의 열교환으로 온도 변화 폭이 크지 않다.

열의 체적당 저장 능력인 밀도와 비열의 곱인 열용량도 공기는 1.22 kJ/(m³℃)이지만 지중은 1,307로 땅이 공기대비 1,000배 이상 높다. 그러나 공기는 열전달 방식으로 유체의 유동인 대류를 이용하므로 열전달 효율이 높은 반면 지중은 열전도율이 낮고 유동이 불가한 흙의 전도에만 의존하므로 효율이 낮다. 따라서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중 열교환기의 설계와 시공이 매우 중요하다.

수직형 지중 열교환기의 경우 깊이 100~300m를 시추해 폴리에틸렌 배관을 매설한다. 배관을 고정하고 지중과 배관 사이의 열저항을 줄이기 위해 뒤채움(grouting)을 하는데 이 공정이 잘 돼야 열교환기가 파손 없이 지중과 효율적인 열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땅 속의 공사이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 부실한 시공이 종종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지중은 공기보다 온도와 열용량 측면에서 크게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부실하게 시공된다면 그 이점을 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운영단계에서 간단하면서도 공정하게 시스템의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면 부실 시공은 자연적으로 퇴출될 것이고 성능이 좋은 시스템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 수 있다. 결국 공정한 심판이 이뤄지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지열 이용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냉난방시스템의 성능시험인 경우 시험규격에서 정하는 시험조건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지열에너지학회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을 현장에서 간단하면서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지열 이용 시스템의 올바른 정착과 발전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는 이러한 지열에너지학회의 노력을 적극 동참 및 지원해 줬으면 한다.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는 지열이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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