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국장] 연료전지사업 정상화가 기대됐던 포스코에너지가 인원감축에 나섰다. 전체 직원 1,100여명 가운데 연료전지사업부문 470여명이 대상이다.

이를 두고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사업비중을 축소하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은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식의 카더라 소식은 그나마 넘길만하다. 혹자는 연료전지사업에서 발을 빼려는 단계적 수순일 것이라는 말도 서슴치 않는다.

언론이 나서 굳이 사기업을 두둔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러나 최근 들려오는 소문이 단지 포스코에너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료전지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는만큼 ‘딱 한 번’ 포스코에너지를 대변(代辯)하려 한다.

먼저 포스코에너지의 연료전지사업을 들여다보자. 이 회사는 연료전지기술 중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 원천기술을 확보한 미국 퓨얼셀에너지(FCE)에 지분투자하고 기술이전을 약속받았다. 세 차례 총 8,400만달러를 투자해 BOP, 스택, 셀 제조기술을 차례로 이전받아 포항에 제조시설까지 갖췄다.

국내 MCFC 발전소가 들어선 것은 포스코에너지가 지분투자를 시작한 2007년 이듬해부터다.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154MW 발전시설을 구축했다. 이러한 연료전지발전용량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 최대다. 적어도 발전용에서만큼은 세계 최고 연료전지시장이 대한민국이고 포스코에너지는 이를 가능케 한 글로벌 최대 발전용연료전지 기업인 것이다.

사실 포스코에너지는 국내 연료전지시장의 A부터 Z까지 홀로 만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업무를 내부에서 안아야 했다. 정책에서부터 사업기획,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생산, A/S 모두 포스코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이는 단 한가지 이유다.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시장을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문제도 드러났다. 연료전지 핵심 설비인 스택 수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사업 경제성을 떨어뜨린 것이 사실이다. LTSA 계약에 따라 보증책임이 있는 포스코에너지의 스택 수리·교체비용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료로 사용되는 천연가스 가격을 제외하고 포스코에너지 연료전지사업의 경제성 논란은 언급된 두 가지 이유가 크다. 또한 최근 포스코에너지가 사업수주를 멈추고 내부 고민에 빠진 것도 이를 해결하고 가야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행히 기술적 문제는 해결됐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2.8MW급 기본 용량을 2.5MW급으로 낮춘 것이 대표적이다. 단위 모듈 발전용량을 줄여 스택수명 문제를 해결했다. 또 하나 남은 것이 내부 조직의 슬림화다.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구조조정 후 회사는 연료전지사업부문을 지금처럼 안고 갈 수도 있다. 혹여 따로 떼어 분사할 수도 있다. 그 실행안이 무엇이든 결정은 포스코에너지의 몫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일부의 목소리다. 제 일도 아니니 특정 내용을 각색해 소설쓰는 재미까지야 막을 도리가 없겠지만 다분히 의도적이고 계산된 목소리가 문제다.

최근 들리는 얘기 중의 하나가 ‘거 봐라 연료전지는 미래기술로 지금은 안된다’고 하는 비아냥이다. 비아냥에 그치면 그만인데 후속 얘기가 무섭다. RPS 제도 내 연료전지가 인정받는 REC 가중치를 없애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아예 제도 내 연료전지를 배제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실제 이러한 주장이 목적을 갖고 기획된 얘기라면 대단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에너지가 부침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전문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으로 바라본다. 최적화된 구조체계를 갖출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자는 의견이다. 또 다른 이는 연료전지 사업축소를 위한 수순일 것으로 예단한다. 이는 결국 포스코에너지의 의지에 달렸다. 향후 회사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판단해 대응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이용해 연료전지산업 전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 연료전지산업은 이제 포스코에너지의 전유물도 아니다. 두산이 수백억을 투자해 시장확대에 나섰다. 오는 10월이면 국내 제조시설도 갖추게 된다. 정부가 오랜 기간 지원한 연구개발자금이 전국 주요 기업의 핵심기술로 자리잡아 시장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연료전지는 이들의 꿈을 실현해줄 기술로 국내 연료전지산업 주니어로서 성장해 가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영국 AFC에너지, 캐나다 하이드로제닉스 등 글로벌 최고 연료전지기업이 발전용 실증을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시장을 갖추니 외국기업이 제발로 오는 것이다. 글로벌 연료전지 테스트베드가 바로 여기, 대한민국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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