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수 소매곡리 이장은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된 후 악취가 사라지고 연료비도 절감하는 등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투데이에너지 이종수 기자] “똥통마을이 사람 사는 마을로 변했어요. 외지인들도 마을 회의에 적극 참여하는 등 마을에 활기가 가득합니다.”

국내 최초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의 지진수 이장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20여분 거리에 있는 소매곡리 마을. 마을 바로 옆에는 홍천강 물줄기가 보였고 중앙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약 49m²(1,500만평) 면적의 소매곡리 마을은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까.

▲ 퇴비·액비화시설

■ 악취가 심각했던 소매곡리 마을

지난해 12월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준공되기 전까지는 마을 입구부터 가축분뇨, 인분 등으로 악취가 심각했다. 마을 입구 바로 옆에 있는 가축분뇨처리장, 인분처리장,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악취가 풍겨져 나왔기 때문이다.

지진수 소매곡리 이장은 “인근 마을 주민들이 악취가 많이 난다고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우리 마을을 똥통마을이라고 부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주민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갔다. 이농현상 등의 이유가 있지만 악취도 영향을 미쳤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57가구(127명)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마을에는 간이 상수도시설밖에 없어 가뭄이 발생할 때는 식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주민들은 심야전기를, 일부 주민들은 LPG·기름·화목보일러를 쓰면서 연료비가 많이 들었다. 일부 외지인들은 겨울에는 난방비가 많이 들고 생활하기가 불편해 마을을 잠시 떠났다가 겨울이 지나면 다시 마을로 들어와 살기도 했다.     

마침 홍천군에서 국가적으로 추진하는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을 소매곡리 마을에 제안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반대했다. 지진수 이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하고 주민의사를 수렴해 친환경에너지타운을 성공적으로 준공할 수 있었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된 후 악취가 사라지고 마을 가구 수가 57가구(127명)에서 70가구(140명)로 늘어나는 등 냄새 나고 소외된 마을이 풍족하고 생기 있는 마을, 돈 벌어주는 고마운 마을로 변했다.

▲ 태양광발전시설

■ 민관협력+친환경+관광 결정체

130억원(국고 60억원, 지방비 60억원, 민간 10억원)이 투입된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이하 홍천타운)은 주민반대로 실패한 종전 녹색마을과는 달리 마을협동조합을 통해 마을 주민들이 주도하는 사업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환경부가 정책수립 및 예산지원, 홍천군은 부지제공, 지역 도시가스사업자인 강원도시가스는 사업비 및 기술·운영지원, 한국환경공단은 공사 관리 및 기술 지원 등 민·관 협력의 산물이다. 

홍천타운은 가축분뇨처리장 등 기피·혐오시설을 친환경에너지시설로 전환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환경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주민소득 증대도 가져오고 있다.

▲ 바이오가스화플랜트

홍천타운은 바이오가스화 플랜트, 퇴비·액비화시설, 태양광(340kW), 하수처리장 소수력발전시설(25kW)로 구성돼 있다.

강원도시가스는 일일 100톤(음식물폐기물 20톤, 가축분뇨 80톤) 규모의 바이오가스화 플랜트에서 생산된 바이오가스(일일 3,000m³)를 정제해 도시가스(일일 2,000m³, 연간 60만m³)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을 주민들은 도시가스로 편리하게 취사와 난방을 해결하고 가구당 연간 91만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지진수 이장은 “우리 집의 경우 이전에는 심야전기를 쓰면서 겨울에는 보통 한 달에 40만원 정도 연료비가 들었다”라며 “도시가스가 공급되면서 지난 동절기(2015년 12월, 2016년 1~2월)에는 일부 보조를 포함해 한 달 연료비가 약 50%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김관수 한국환경공단 수도권동부지역본부 공사관리3팀장은 “도시가스가 모두 소매곡리 주민들에게만 공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일 140m³ 정도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고 나머지(1,860m³)는 강원도시가스가 다른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시설을 통해서는 주민들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강원도시가스가 기존 하수종말처리장에 지붕형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것. 홍보관(커뮤니티센터) 2층에는 직원 1명이 상주해 매일 전기 판매물량을 확인·정산하고 있다. 

▲ 소수력발전

소수력발전시설에서는 하수처리장의 하수방류를 통해 수차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하수방류량은 일일 1만1,000톤이지만 내년에는 1만6,000톤으로 늘어난다.

김관수 팀장은 “지금은 전기 생산량이 적지만 올해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를 마치면 하수방류량이 늘어나 내년부터는 더 많은 전기가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은 태양광발전시설의 전기판매수익 5,200만원, 소수력발전시설을 통한 전력비용 절감액 3,800만원을 포함해 연간 9,0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마을의 12가구는 별도로 지붕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생산된 전기를 자체적으로 사용하는 등 그린빌리지로 조성됐다.

퇴비·액비화시설도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는 바이오가스화 플랜트와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찌꺼기)을 톱밥과 썩어 퇴비를 생산한다.

퇴비는 현재 주민들에게  1포(20kg)당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20kg 퇴비가 1포에 2,000원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하게 퇴비를 구매하는 셈이다. 

향후에는 외부에도 퇴비를 판매할 계획이다.

김 팀장은 “퇴비화시설은 20kg짜리 30만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이는 상당히 많은 양”이라며 “현재 마을협동조합이 퇴비생산자로 등록돼 있고 앞으로 사업허가증을 받아 퇴비조합에 등록되면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주민소득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액비화시설에서는 액비(액체 비료)를 생산해 인근 골프장에 판매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도시가스배관 공사를 하면서 상·하수관도 병행 설치해 수돗물 걱정이 없어졌다. 기존 하수처리장에는 상판 덮개를 설치해 냄새를 차단했다.

▲ 홍보관

커뮤니티센터도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마을 옆 홍천강변에는 꽃길이 조성됐다. 지금은 홍보관 앞에 꽃밭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꽃씨는 모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기증했다.   

마을 회의도 활성화 됐다. 원주민과 외지인들이 함께 강변 꽃길을 조성하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소통과 화합 분위기가 조성됐다.  

지진수 이장은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조성된 이후로는 외지인들도 마을 회의에 참석하는 등 마을 발전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홍천타운은 관광마을로 변모할 전망이다. 홍천군은 친환경에너지타운과 그 주변에 있는 하이트맥주 홍천공장, 홍천온천, 자연환경연구공원, 무궁화공원 등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윤데마을처럼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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