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천연가스차량이 기로에 서고 있다. 그동안 천연차량으로 각광을 받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동안 2000년대 도입 후 국내 대기질개선에 큰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시대흐름에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가격경쟁력과 신에너지원 차량의 등장이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천연가스충전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CNG차량에서 경유차량으로 전환된 숫자만 680여대에 달한다.

경유 자동차는 70만대가 증차됐다. 협회가 지난해 62개 시내버스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운행되는 시내버스 대·폐 차시 60%가 CNG버스에서 경유버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40%도 유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으면 경유버스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다.

이같은 결과는 CNG차량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국제유가와 관계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30∼40달러를 기록하면서 경쟁 연료인 경유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업자 입장에서 가격이 낮아진 경유를 사용하고 싶은 성향은 당연하다.

사업자 입장에서 CNG버스에서 경유버스로 회기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수소차 등 신에너지원 차량의 등장은 천연가스차량 입지를 더욱 좁아지게 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대중적인 보급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 주도하에 각종 지원정책이 쏟아지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차 보급 및 시장 활성화 계획’을 확정하고 향후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을 확충할 것으로 밝혔다.

우선 보조금 지원을 통해 현재 5,000만원대의 수소차를 2020년까지 3,00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2030 에너지신산업 확산전략’을 통해 전기차 보급도 강화한다. 정부는 대중교통,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기차 37만대를 보급하고 시내버스 3만3,000대를 2030년까지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10년 사이에 차량 연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전환될 수 있는 셈이다. 천연가스차량 업계에서는 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환경부 등은 1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경유 시내버스 2만7,000대를 CNG시내버스로 교체했다.

■ 유가 보조금 ‘형평성’ 논란

국제유가의 급락은 천연가스차량의 경쟁력에 직격탄을 불러왔다.

힘들여 조성된 CNG버스 교체 사업이 다시 경유로 돌아가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천연가스가 경유대비 가격경쟁력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가 보조금이라는 정책이 숨어있다. 

현재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은 리터당 380원, 매년 약 1조5,000억원의 유가 보조금이 지원된다. LPG 택시도 리터당 197원, 매년 약 5,000억원의 유가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CNG버스는 유가 보조금 지원이 전무하다. 국내에서 CNG가 경유 가격 보다 비싸다.

결국 경유·LPG차량에 지원되는 유가 보조금으로 인해 천연가스가 상대적으로 연료 가격이 높아지는 구조를 갖게 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천연가스에 부과되는 세금은 수입부과금 19.33원/N㎥, 안전관리부담금 3.9원/N㎥, 개별소비세 42원/N㎥, 교육세(개별소비세의 4%) 1.33원/N㎥ 등으로 총 57.89/N㎥이다.

반면 경유는 교통세 375원/L, 교육세(교통세의 15%) 56.25/L, 주행세(교통세의 26%) 97.5/L 등 총 528.75/L의 세금이 물린다. 그러나 경유는 약 380원/L의 유가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다.
다만 천연가스 차량 구입 시 세금감면제도는 2015년 12월31일에서 2018년 12월31일로 일몰 연장됐다. 세금감면은 차량 구입 시 부가가치세 10%와 취득세이다. 취득세는 취득가액의 4%를 감면했지만 4%의 85만원 감면된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특정 연료의 유가 보조금 지원이 실제 천연가스 가격경쟁력 하락의 주 원인인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천연가스차량협회의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차, LPG차에 유가 보조금을 지원했으면 CNG버스에도 당연히 유가 보조금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라며 수송연료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이같은 정책은 CNG차량 보급사업을 고사시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유 자동차는 대기환경 훼손으로 인해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징수해 그 재원으로 교통시설 확충 및 환경보전에 사용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목적에도 맞지 않게 유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친환경 CNG버스에 개별소비세, 판매 부과금 등을 부과해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형평성상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특정 에너지기업의 이익으로 인해 정부 정책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2조원씩 지원되는 유가 보조금도 석유류 대기업이 독점 판매하기 때문에 지원된다고 말한다. 운송사업자를 위한 정책이 아닌 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유가 보조금을 통해 운송사업자로부터 판매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인 셈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특정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유가 보조금 지원은 최근 환경을 중시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치될 수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CNG차량의 보급이 활발히 진행 중임에도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은 보급 확대…우리는 역행

국제가스연맹(IGU) 보고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로 전세계에서 CNG자동차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00만대→2015년 2,200만대→2020년 5,000만대→2030년 1억대 CNG차량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CNG차량의 보급이 한창이다. 미국은 2025년까지 CNG차량 250만대를 보급 하기위해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장기적 재정 지원과 규제를 완화하는 법률을 시행한다.

유럽도 뜨겁다. 독일 총리의 경우 자동차 매연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10만대인 CNG차량을 2020년까지 10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은 자동차 매연과 스모그로 인해 매년 100만대 이상 CNG차량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친환경차 보급에 앞장서고 세금감면, 자동차 구입자금 보조 등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차량 보급예산을 줄이고 전기차·수소차 지원 예산을 확충하는 등 천연가스차량의 대당 구매 보조금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환경부의 CNG버스 신규차량 보조금이 대당 1,85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줄었다. 연 보조금 지원 대수도 2,000대에서 900대로 감소했다.

■ 최근 CNG하이브리드차량 전환 대세

이제 CNG하이브리드차량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대세로 잡히고 있다. 정부는 올해 CNG하이브리드차량을 300대 보급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이다.

환경부는 2016년 CNG버스 보급 예산으로 153억원을 집행한다. CNG버스 200대, CNG하이브리드버스 300대 기준이다.

특히 CNG버스의 지원 수준은 지난해대비 20% 수준으로 축소되는 등 기존 CNG차량은 점차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운수업자가 CNG하이브리드차량 구매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원금은 대당 3,000만원으로 여기에 각 지자체가 대당 3,000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실제 지원금은 총 6,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대당 4,000만원과 비교하면 50% 증가한 수치다. 

그 결과 가시적인 보급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울산광역시 버스운수업체인 남성여객자동차가 권역 처음으로 CNG하이브리드버스를 도입하는 등 보급이 확대 추세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2024년까지 시내버스 1,000여대 모두를 CNG하이브리드버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CNG하이브리드버스 가격이 고가여서 보급을 위해 보조금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라며 “버스를 운영하는 운수사업자에게는 구입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CNG하이브리드차량 보급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의 이 같은 결정은 시대적 대세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친환경 자동차에 관심이 높아지고 전기차, 수소차에 대한 개발 성과가 나오는 과정에서 기존 CNG의 장점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환경부가 고심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향후 신에너지원 차량으로 넘어가기 위한 과도기 에너지차량의 보급이 절실하다. CNG하이브리도차량도 이런 과도기에 필요한 선택인 것이다.

또한 친환경 역시 장점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 정책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결국 2020년 이후 HCNG(수소-천연가스 혼합)차량 시대를 대비해 과도기의 중간 역할을 맡기겠단 의도다.

다만 비싼 차량 구입비용이 보급에 걸림돌이다. 또 개발된 차량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다. 현대자동차의 CNG하이브리드버스 가격은 대당 2억7,500만원으로 이마저도 저상버스 뿐이다.

다행히 올 초 일반용 버스가 개발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가격은 대략 1억7,500만원으로 기존의 저상용 보다 1억원 정도 저렴하다.

인하된 가격으로 인해 운수업자의 구매 부담비용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관계자는 “개발은 됐지만 아직 시판 시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문량이 제한적이고 주문 후 제작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시판 시기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금과 더불어 버스 가격의 하락에 따른 구매비용 절감으로 향후 보급사업의 활기를 띄울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CNG하이브리드차량은 출발이나 가속할 때 전기모터와 엔진의 동력으로 운영된다. 정속 주행할 때는 엔진을 가동하며 감속할 때는 발전과 배터리 충전을 한다. 그 결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적다고 효율성도 뛰어나다. 기존 CNG버스보다 연료비가 적게 드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 CNG충전소
■ CNG충전소 역시 위기

환경부의 노력으로 CNG차량 보급사업은 연관 사업의 성장을 촉진한 계기가 됐다. CNG차량을 비롯해 CNG충전소 등이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다.

CNG충전소의 CNG차량의 보급을 위해 필수인 만큼 초기 부지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성장했다.

2014년 말 기준 전국 192개의 충전소 중 도시가스가가 직접 운영하는 충전소는 91개에 이르며 이를 이용하는 천연가스버스 역시 약 2만대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도시가스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1개의 CNG충전소 구축비용에 약 12억∼14억원이 소요된다. 전국 CNG충전소 비용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 셈이다.

다만 CNG차량 보급의 부진으로 인해 관련 충전소 역시 그 수가 정체 상태다. 이에 충전소 설치 지원금 역시 점차 줄고 있다. 

정부가 CNG충전소 보급·확대를 위해 실시 중인 융자지원이 매년 감소 추세다. 2014년 120억원, 2015년 84억원으로 최근 2년간 매년 40억원 남짓 지원액이 줄었다. 동기간 지원 업체수 역시 2014년 13업체, 2015년 7업체 등으로 그 수가 절반이나 줄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관계자는 “해마다 융자지원금이 줄고 있는 이유는 충전소의 보급이 일정부분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충전소 보급 사업 지원은 지속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충전소 업계의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천연가스충전협회의 관계자는 “충전소 보급이 일정괘도에 올라 융자지원 신청자도 줄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다만 하이브리드 등 대체 에너지원으로 공급선이 바뀔 경우 충전소 사업자의 경우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이라고 말했다.

■ 연관 산업 근심만 늘어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천연가스버스를 전량 전기차로 교체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천연가스차량의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

여기에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등 각 부처마다 차량에 대한 정책이 제 각각이다. 이로 인해 연관 산업이 경기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CNG충전소시스템, CNG차량 개조, CNG연료 공급자 등 모든 연관 사업이 정체 및 하락세다.

특히 CNG연료 공급자의 경우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등 세심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만큼 피해가 우려되는 업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의 관계자는 “신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차량 제조업체 등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CNG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라며 “정부가 타격이 우려되는 기업들에 대한 자구책도 함께 강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근본적인 대안 제시돼야

관련업계의 협력 강화도 아직은 아쉽다. 천연가스차량협회를 중심으로 연관 업계가 산업 활성화를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협회의 경우 천연가스와 경유 혼소 차량 실증 연구용역 사업과 CNG충전소에 수소를 결합시킨 융합충전소의 안전·효율 타당성 연구용역 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전기·수소 등 신에너지원과의 융합을 통해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차량협회의 관계자는 “신에너지원 차량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천연가스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증연구를 통한 데이터가 확보되는 게 급선무”라며 “이를 토대로 천연가스차량의 단점을 보완하고 향후에도 일정 비율로 운송비율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의 부족으로 다양한 연구용역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무부서인 환경부 역시 지원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기질개선의 효과에도 기획재정부로부터 천연가스차량에 대한 지원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게 환경부의 전언이다.

환경부의 관계자는 “대기질개선이 필요하고 보급률이 떨어지는 광역시를 중심으로 CNG버스를 보급해야하지만 차량구매 지원금의 예산이 줄어 보급에 한정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신에너지원 차량의 시류에 맞춰 천연가스차량의 보급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분위기다.

가스공사, 도시가스사 등 연관 업계의 움직임도 아쉬운 대목이다. 업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여론마다 온통 전기·수소차 얘기 뿐 업계가 천연가스차량의 현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이에 대해 천연가스차량협회의 관계자는 “협회를 중심으로 대정부, 국회 등 대외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도 위촉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라며 “가스공사, 도시가스사 등 우리 업계는 시대적인 흐름이 천연가스차량에 불리한 상황에도 분명히 천연가스가 맡아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도 상황은 좋지만 않다. 뚜렷한 해법 없이 정부의 차량보조지원금 및 유가 보조금 등에만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천연가스차량이 기존 전통 연료인 경유·LPG차량과 신에너지원인 전기·수소차 등에 끼여 찬밥신세가 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이는 전기·수소차의 보급이 해마다 확대될수록 더욱 커질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업계의 근본적인 대안 제시가 필요할 때다.

향후 업계가 앞으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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