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LPG시장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E1이나 SK가스 등 LPG수입사는 수입사대로, 충전 또는 판매소는 판매소대로 감소하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LPG수요가 증가하던 1980~1990년대만 하더라도 LPG업계는 가스를 더 많이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것에만 열심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LPG시장은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용기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LPG시장이 소형LPG저장탱크라는 매개체가 등장하면서 자본력은 물론이고 더 많은 거래처를 필요로 했다.

일반 주택이나 음식점 등에 LPG를 공급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면 이후 산업체, 골프장이나 빌라, 군부대 등을 중심으로 소형LPG저장탱크를 설치하는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체계적인 관리와 전국 각 지역의 다양한 정보가 없으면 거래처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및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LPG용기 사용도 앞으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시간과 인력 및 비용측면에서 LPG용기에 비해 소형LPG저장탱크의 필요성과 보급 확산은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및 보급 확대는 LPG시장에 많은 변화를 불러 왔다.

E1, SK가스 등 LPG수입사는 물론이고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충전소의 기능을 약화시키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부지 비용을 비롯해 인력 및 관리비 등 충전소를 유지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데 그 기능이 사실상 약화되거나 아무런 의미가 없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LPG자동차 충전소의 경우 도로변이나 허가가 어려운 도심 지역에 위치할수록 더 많은 판매량과 수익을 보장받겠지만 LPG용기를 중심으로 한 프로판 충전소는 어디에 있는지의 문제보다 산업체나 많은 거래 LPG판매소에 LPG를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앞으로는 존립 기반조차 보장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LPG수입 및 정유사나 충전소보다 LPG를 판매할 수 있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LPG판매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도화 시설을 갖춘 정유사에서 생산되는 LPG물량이 넘쳐 나고 한화토탈, 포스코에너지 등에서는 열량조절 또는 납사 대체 연료용 LPG를 자체 조달하면서 LPG공급물량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나 캐나다 등 북미산 셰일가스에서 생산되는 LPG물량도 늘어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중심의 LPG가격과 공급물량도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LPG판매소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 세계 LPG시장 전망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셰일가스 영향으로 LPG공급량이 소비량을 초과하는 현상이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셰일가스 개발 확대에 따라 LPG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북미산 LPG수출량 또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미지역 및 중동지역의 LPG생산량 증가로 2025년에 이르면 LPG공급량이 소비량보다 2,500만톤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LPG수출 규모는 2017년 말까지 4,0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파나마운하가 오는 6월26일 완공 후 개통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후 4만5,000톤급 안팎의 VLGC(초대형 가스선)를 통한 아시아로의 수출 증가가 기대된다.

북미 LPG생산 증가에 따라 세계 LPG수출 구조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북미산 LPG수출이 본격화된 2013년 LPG수출량은 중동은 18%, 알제리는 8%, 서아프리카는 20% 감소한 반면 미국은 83% 증가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및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한 LPG수요는 꾸준히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LPG수요처인 가정·상업용 수요는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석유화학용 수요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석유화학용, 동남아시아 및 인도는 취사용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은 석유화학용 중심, 미국 및 유럽은 석유화학용과 수송용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LPG시장 현황과 향후 전망

국내 LPG공급량은 지난 2010년 931만톤의 최고수준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LPG도입량은 국내 수요 감소에 따라 2011년 이후 하락한 반면 정유사의 LPG생산물량은 고도화 설비 증설 영향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

국내 LPG수요는 2009년 929만톤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가정 및 상업용 수요의 경우 도시가스에 밀려 2000년 이후 감소했지만 농어촌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이 추진되면서 지난해부터 소폭 반등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수송용 수요는 LPG차 등록대수 감소 영향으로 2011년 이후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량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추가 감소될 것이 유력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 LPG시장 변화로 엇갈리는 사업방향

국내 LPG수요 감소로 LPG수입사의 사업방향이 엇갈리고 있다.

고도화시설 확대와 정제마진이 높아지면서 정유사가 가동률을 높이면서 LPG생산량이 늘어나고 이를 LPG시장에 공급하면서 LPG수입사의 해외 수입 물량은 감소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약 35%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SK가스(대표 김정근)는 국내 LPG시장에서의 시장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됐다.

가격을 비롯한 거래조건을 앞세워 수요 확보에 나서는 E1이나 정유사의 적극적인 영업활동에 기존 LPG시장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가스는 전국 각 지역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과 밸류체인 확대를 바탕으로 한 LPG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한편 신사업으로 석탄발전사업과 프로필렌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상하류 시장에 진출을 본격화했다.

김정근 SK가스 사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LPG시장을 지켜 나가는 한편 석탄화력발전과 프로필렌사업, 정관 개정을 통해 탄소배출권의 거래 및 이에 수반되는 사업, 시장조사 경영자문 및 컨설팅업 등 신규사업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85만3,000톤을 판매해 24.6%의 LPG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구자용 E1 회장은 △LPG사업 경쟁력 강화 △각 해외 지사를 거점으로 한 네트워크 확대 및 트레이딩 품목 다변화를 통해 해외 사업 역량 강화하는 한편 일본 Astomos, 중국 DHE 사업파트너와 전략적 제휴 관계 공고화, 구매처 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강화 △경영 Risk 관리 강화 △LPG수요 지속 증가가 예상되는 아시아 내수시장에서 2nd Home 개발 및 셰일가스 관련 사업 확장 기회 모색 등을 통한 수익성 있는 신사업 발굴을 경영 방침으로 정했다.

이같은 방침에 비춰볼 때 E1은 국내 LPG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한 충전소 유치 및 산업체에 대한 LPG공급량 확대를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유사에서 생산되는 물량과 중동 등 해외에서 수입한 프로판 물량은 크게 등락이 없는 반면 부탄의 경우 고도화시설을 갖춘 정유사 생산물량이 확대되고 있어 LPG수입사와 정유사간 LPG시장을 지키기 위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톤당 900달러대 안팎에 형성됐던 납사가격이 같은 해 하반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400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추락해 석유화학원료인 납사를 대체한 LPG공급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수송용을 비롯해 산업체, 가정 및 상업용을 중심으로 한 LPG공급물량 확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충전, 판매 등 LPG유통시장에 부는 변화는?

충전, 판매 등 LPG유통시장에는 양극화가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 시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및 보급이 확대되면서 산업체는 물론 가정 및 상업용을 중심으로 한 거래처 확보 및 영업망 확대를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될 경우 LPG수입 및 정유사의 직영충전소과 자영충전소간 판매량 유지 및 확대 경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점진적으로 LPG판매 감소 시기에 접어든 LPG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용기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던 전국의 231개 프로판 충전소는 4,532개의 LPG판매소와 거래관계를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기울여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됐다.

2012년 400개던 벌크로리를 통한 LPG판매사업 업체가 2013년 454개, 2014년에는 63개 업체가 늘어난 517개 업체로 지속 증가하는 것도 충전소의 입장에서는 고려 대상이 되고 있다.

벌크로리 이충전 판매업체의 경우 월 평균 LPG판매량이 적게는 500톤에서 많게는 2,000톤을 넘어서는 업체도 적지 않아 아직 E1이나 SK가스 등에서 충전소를 거치지 않고 직접 LPG를 공급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까지 외면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충전소와 벌크로리 이충전 LPG판매업체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고도화시설을 갖춘 정유사에서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LPG공급에 나서게 될 경우 LPG수입사와 정유사간 거래처 유치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LPG수입 및 정유사에서 매월 발표하는 LPG가격에 대비할 때 수도권의 경우 공장도가격보다 kg당 100~120원, 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에서는 kg당 140원 안팎이나 그 이상 저렴하게 LPG를 공급받을 수 있는 시장 여건이 조성돼 있어 충전, 판매 등 LPG유통업계의 수익은 점차 확대되는 반면 LPG수입 및 정유사의 실적에는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 전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이달부터 4만톤 프로판 LPG저장시설을 갖춘 한화토탈, 5만톤의 포스코에너지, 4만5,000톤의 GS에너지 등에서 자체 소비하지 못한 프로판을 충전, 판매 등 LPG유통시장에 공급하게 될 경우 공급가격은 더 낮아지게 되는 반면 기존 거래처 이탈에 따른 LPG판로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5~6개 이상 LPG판매소가 지분 투자를 통해 LPG충전사업에 진출하는 현상이 앞으로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LPG수입 및 정유사가 보유하고 있는 프로판 충전소를 판매량이 많은 충전, LPG판매소에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사례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LPG산업 현황과 앞으로의 기대  

외형적 성장을 거듭해 왔던 LPG산업이 수요 감소기에 진입하면서 앞으로는 안전문제를 비롯해 사무관리를 통한 내실을 본격적으로 다져 나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개별적으로 충전, 판매사업을 해 왔던 업체들은 자본력과 투자 여력 강화를 위해 규모의 경제를 더 키울 수밖에 없다.

학교 또는 산업체나 빌라, 마을단위 LPG배관망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공능력은 물론 연간 매출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영업 마케팅을 통해 LPG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구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및 보급이 확대되면서 일부 LPG판매소는 판매량이나 자본력 측면에서 충전소를 뛰어 넘는 곳이 전국적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LPG수입사는 물론 충전, 판매 등 전 업계가 변화의 기류에 빠져 있는 실정이며 정확한 LPG시장 예측과 판단 아래 투자와 시장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키워 나가야 실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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