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서른 살 천연가스산업 앞에 놓인 과제
[시평] 서른 살 천연가스산업 앞에 놓인 과제
  • 투데이에너지
  • 승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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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장
[투데이에너지] 올해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LNG를 수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스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한 지 30년째가 되는 해이다. 사람으로 치면 직장을 잡고 결혼을 생각하거나 이미 가정을 꾸렸을 나이이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가스산업은 지난 30년 동안 겪어 본 적이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00년부터만 따져도 연간 8%씩 수요가 꾸준히 성장해서 2013년에 역대 최고치인 4,000만톤의 LNG를 수입했었지만 그 이후 발전용과 도시가스용 모두 심각한 수요 부진에 빠지면서 천연가스 소비량이 매년 8%씩 하락하는 급반전이 일어났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아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요를 3,200만톤 안팎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도 작년에는 3,000만톤 수준까지 봤던 것이 상향 조정된 것이 이 정도이니 천연가스 수급 안정을 위하여 물량을 구하러 동분서주하던 시절이 꿈같은 태평연월의 이야기가 된 느낌이다.

수요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에너지부문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력과 석유제품 소비를 보더라도 지난 3년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천연가스 수요가 훨씬 두드러지게 위축된 원인은 천연가스가 우리나라 에너지믹스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가 경제와 에너지수요가 성장 가도를 달려오는 동안 미뤄 두었던 해묵은 과제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천연가스는 쓰임새가 넓고 깨끗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에너지원이다. 발전부문에서는 짧은 공기와 입지 확보의 용이성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에 가스발전이 공급 부족 사태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소방수로 투입돼 왔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정체되고 원자력, 석탄의 비중이 늘어나는 제로섬 게임의 시대가 되자 원료비 경쟁에서 밀려 가끔씩 발생하는 첨두부하만 바라보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가스 수요도 최근에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같은 가스체 에너지인 LPG, 사용 편의성을 앞세운 전기에 시장을 잃고 있다. 대기 오염 개선, 온실가스 배출 저감 측면에서 천연가스가 가진 편익이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외부성 문제가 에너지수요 증가가 주춤거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태생적인 외부성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 가스산업을 둘러싼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해외 LNG시장에서는 톤당 200달러 남짓이면 현물을 조달할 수 있다. 이 가격은 톤당 400~1,000달러 이상 수준이었던 과거 현물 가격은 물론이고 톤당 300달러에 형성돼 있는 우리나라의 평균 도입 가격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이렇게 싼 물건을 들여 오기 쉽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LNG도입 계약 대부분은 정해진 가격 공식에 따라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물량을 정해 둔 전통적 방식에 묶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낮아진 국내 수요로 인해 이 계약 물량 소화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헐값에 팔리는 LNG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직적인 LNG 계약은 오랜 기간 동안 일반적인 거래 방식이었고 늘어나는 수요 충족을 고민하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 들여야 했다. 그러나 경직적 장기 도입 계약은 의무 인수 물량의 안정적 판매를 위한 장기 매매계약 위주의 거래 관행을 국내에서도 고착화시키면서 국내 가스 거래 시장의 발달을 봉쇄해 왔다.

국내 가스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천연가스가 필요한 만큼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위해서는 LNG도입 계약 개선과 국내 거래시장 조성이라는 두 난제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는 상식대로 물건이 적으면 값이 오르고 넘치면 내리는 가스 거래시장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소매 자유화 등 가스 시장 발달로 가는 길에 본격적으로 진입한 이상 우리나라도 가스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대내적으로는 거래의 활성화, 대외적으로는 LNG 계약의 합리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 가스산업이 나이 서른에 벌써부터 중년의 만성 질환을 앓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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