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원자력과 화석에너지에 집중돼 있는 전력공급체계를 개선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확대하고 보급을 활성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으며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이행할 가장 획기적인 수단으로 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부가 주도하는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의 현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보고 국내 해상풍력산업이 전세계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 전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해상풍력 세계시장 주도의 꿈, 시련을 겪다

제4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5년까지 최소 육상풍력 3GW, 해상풍력 10GW 규모로 발전단지를 건설해야 하지만 각종 입지 제한과 주민 수용성문제 등으로 인해 목표달성이 쉽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 여건상 육상풍력을 3GW까지 보급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지만 문제는 해상풍력도 쉽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남해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그동안 기업들의 사업포기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수년째 지연을 거듭한 끝에 최근 구체적인 계획실행의 윤곽이 잡힐 정도로 해상풍력발전을 설치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와 한전 및 발전6사 등이 협약해 사업을 본격 추진했던 초기에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 두산중공업, 유니슨, 대우조선해양, STX중공업 등 국내 풍력 및 해양분야 강성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세계 해상풍력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눈앞의 현실로 보이기도 했다.

반면 정부와 서남해 단지 개발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기업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면서 각종 인허가문제까지 겹치며 결국 두산중공업 1개 기업만 실증사업에 참여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국내 주력기업들의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된 국가적인 정책사업이 지연과 각종 리스크로 어려움을 몇 년간 겪고 육상풍력사업들도 각종 인허가로 지지부진하면서 이 시기는 국내 풍력산업의 침체이자 산업성장의 시간이 멈춘 시기로 남게 됐다.

■서남해 해상풍력, 본격 착공 ‘눈앞’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전북 부안군 위도 남동쪽 해상에서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으로 이 중 1단계 실증단지는 60MW 규모로 건설되며 두산중공업·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참여하는 것으로 확정됐다.

2011년 발표한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에서는 당초 1단계 사업을 2014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이 지연되고 참여기업이 대폭 축소되면서 사업 추진이 제속도를 못 내는 어려움을 겪었다. 향후 부안군이 해상시추조사를 위한 공유수면 점·사용 인허가 신청을 불허하면서 단지 설계는 예정보다 거의 3년 가까이 진행되지 못했다.

이렇게 참여기업 축소, 지역주민 반대 등으로 수년째 지지부진하던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근 한국해상풍력(사장 이승연)은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전원개발사업 추진위원회’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고 국내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전원개발실시계획을 확정했다.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이 승인되면 공유수면 점·사용 인허가가 의제 처리된다. 사업자는 별도의 행정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해상시추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단계 실증단지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이 본격 진행될 예정이다.

해상시추조사에는 두 달 가량이 소요되며 시추조사가 끝나면 이를 토대로 설계에 들어가게 된다. 기초설계와 하부구조물 공사에만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돼 서남해 해상풍력에서 풍력발전기가 구조물에 설치되기 위해선 빨라도 2017년 하반기가 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육지에 건설되는 실증센터는 올해 착공에 들어간다.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지면서 단지 건설을 위한 사업 절차가 구체화됐다. 한국해상풍력은 현재 해상시추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며 최종 준공시점은 2018년 12월로 잡았다.

한국해상풍력은 3월부터 진행한 해상시추조사를 통해 현재 지층분포와 지반 특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분석 결과는 실증단지 기초구조물 설계에 활용된다.

지난달에는 해상풍력단지의 통합감시와 제어를 위한 지상 3층 규모의 실증센터가 착공에 돌입했다. 이어 내년 3월에는 해상공사가 시작되며 10월에는 풍력터빈 3기가 우선 건설된다. 2018년 12월이면 전체 20기가 모두 준공돼 단지 건설이 마무리된다.

한국해상풍력은 해상변전소 철골조 상하부 구조물 및 자켓과 해저케이블, 변전 기기 등 주요 자재를 발주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자재계약을 체결하고 실증단지 O&M계약, 터빈 기초구조물 EPC 변경계약, 기초구조물 실시설계 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물꼬 튼 사업, 남은 과제는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말 각종 문제가 빗발치며 제동이 걸렸왔다.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꽂기 위한 인허가 과정에서 해양수산부와 이견을 빚어 법제처까지 갔고 국방부의 레이더영향평가를 협의해 최종 통과하는 데도 한참이 걸려 사업추진이 그만큼 늦어지기도 했다.

한국해상풍력은 이런 시련을 겪고 부처 협의를 마무리한 데 참여업체까지 확정된 데다가 이번 전원개발사업 승인으로 해상시추조사를 할 수 있는 인허가가 의제처리된 만큼 본격적인 단지 건설을 위한 물꼬는 텃지만 사업비 조달 등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은 총 사업비의 절반을 한전과 발전 6사가 출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한다. 4,200억원 중 2,100억원을 외부투자로 채워야 한다. 이에 투자자들에게 경제성 확보 등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6%대의 투자보수율 외에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전기연구원에서 해상풍력의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게 돼 있어 급격한 상향조정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남은 과제다. 부안 지역주민들은 해상풍력에 찬성하는 피해대책위원회와 사업에 반대하는 반대대책위원회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피해대책위는 사업을 통한 보상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반대대책위는 풍력단지 건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한국해상풍력은 지역주민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과 지원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며 어업피해를 조사하고 감정평가에 착수해 내년 연말까지 보상금 지급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 현재 착공에 돌입된 해상 풍력 실증센터 조감도.

■해상풍력 세계 3위 도약-이제부터 시작

한국해상풍력은 정부의 ‘해상풍력 Global Top 3 강국 도약’ 정책에 부응해 해상풍력을 지역발전과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 전라남·북도, 한전 및 발전회사, 터빈사 등이 ‘서남해 해상풍력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해 만들어졌다.

한국해상풍력은 한전 및 발전회사가 출자해 정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 중 1단계(실증단계) 및 2단계(시범단계)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3단계는 민간사에서 진행하게 된다.

실증단계는 2018년 12월 실증단지 개발사업 준공을 목표로 전라북도 부안과 고창해안 7.5km² 부지에 풍력발전기간 이격거리 800m 기준으로 총 발전용량 8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로 건설된다. 우선설치가 가능한 두산중공업의 3MW급 20기 60MW를 먼저 조성하되 향후 추진과정에 따라 20MW 규모 추가 설치를 고려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 기조구조물 실시설계와 해상변전소 제작설치에 돌입한 후 전기공급설비 착공에 돌입한다.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위한 본격적인 해상공사를 2017년 3월부터 진행한다. 이후 2018년 12월까지 총 20기(60MW)의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단지 구축사업 준공이 완료된 이후 2단계 시범단계에서는 트랙레코드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지원하게 된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진행하며 발전용량은 400MW 규모다. 2단계 사업인 시범단지 건설은 국내 풍력발전기 제작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며 실증단계의 건설 및 운영 경험과 연구개발 결과가 크게 활용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3단계인 확산단계에서는 2GW로 대규모 단지개발과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되며 2020년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민간기업이 사업주체가 되며 해외기업들의 사업참여도 가능해진다.

■어떤 발전기 설치되나

1단계인 실증단계에서는 향후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테스트베드 구축과 핵심기술 개발에 주안점을 두는 가운데 두산중공업은 최근 개발한 TC-Ⅱ 발전기와 TC-S 등 풍력발전기 2종류로 실증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TC-Ⅱ 풍력발전기는 높이 80m에 로터 직경 100m로 중량 354톤 규모다. 이용률은 27%며 설계수명 20년을 기준으로 제작됐다. 이번 발전기에는 유섬유 복합재를 사용한 블레이드가 설치되며 길이 48.34m, 최대폭 4.1m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이번 실증사업에서 총 7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TC-S 풍력발전기는 높이 90m, 로터 직경 134m로 중량 448톤 규모며 이용률이 38%대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수명은 20년으로 특히 탄소섬유 블레이드를 사용한 최신 기술을 보유한 발전기다. TC-S 발전기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블레이드는 길이 65.5m에 최대혹 4.0m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낙뢰방지시스템이 설치돼 일반적인 낙뢰로부터 시스템을 보호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실증사업에서 총 13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해상풍력사업에서 타워는 원뿔모양의 스틸타워가 설치되며 안정성을 위해 내부의 나사로 고정된 플랜지로 설계된다. 타워내부는 낫셀 내부로의 접근을 위한 리프트와 사다리가 설치되며 사다리는 추락방지를 위해 보호장치가 설치된다.

타워는 플랜지 연결부위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하고 있으며 각 타워 섹션에는 휴식공간과 비상등이 마련됐다.

■전세계 해상풍력 필요성 인식 확대

전세계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채택한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한 상태에서 당시 온실가스 배출량 1, 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의무감축에 참여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했지만 이번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세계 195개 참가국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 없이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도록 됐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탄소배출량 저감목표를 달성하려면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필요하며 그 대안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 12GW가 설치된 해상풍력을 유럽에서는 2020년까지 40GW까지 설치하고 아시아국가 중 중국이 30GW를 설치할 것으로 로드맵을 설정해 추진 중에 있다.

이들 해상풍력선진국가인 유럽과 중국 외에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자국의 탄소배출량을 저감하기 위해 대규모 해상풍력의 설치를 추진 중에 있으며 자국의 해상풍력산업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더 멀고 깊은 지역에 더 큰 용량의 해상풍력발전기를 경제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을 생산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 여러 에너지 관련 기관에서는 해상풍력에 대한 세계시장이 향후 지속적으로 크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있고 평지가 적은 것을 고려하면 육상풍력에 비해 해상풍력의 입지여건이 우수하다. 국내 조선산업, 중공업 및 첨단정보통신기술이 해상풍력산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국가 신성장동력 산업 창출은 물론 탄소배출량 감축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서남해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어려움을 겪어 사업이 축소돼 시작했지만 향후 추가적인 기업들의 참여를 위한 사업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주도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도 대규모 해상풍력을 적극 추진 중에 있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해상풍력시장은 매년 30조원의 규모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30조원이 넘는 풍력산업의 성장을 이끌어낼 해상풍력산업의 기술과 가격 등 대외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가 시급하다. 우리나라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실제 해상풍력사업을 진행 중인 영국 등 유럽국가에서도 단지조성은 진행됐지만 수많은 리스크와 장애요인 발생으로 효과적인 전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기술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향후 전세계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는 대외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지금이며 그 노력의 결과가 산업성장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도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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