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장성혁 기자] 연료전지업계가 힘 키우기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발족한 ‘SOFC 산업화 포럼’에 이어 올해 하반기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협의체가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투데이에너지가 단독으로 관련업계 움직임을 취재했다.

■ SOFC-단체 발족 후 효과 뚜렷
지난해 8월 연료전지업계 최초 공식 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STX중공업, 미코, 경동나비엔 등 10개사 모여 ‘SOFC 산업화 포럼’을 발족했다.
 
이들은 발족 두달 뒤인 10월,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1월에는 로드맵을 마련해 선포했다. 2020년까지 연료전지시장 20% 점유가 목표다.
 
단체 발족 후 약 6개월의 짧은 시간이지만 발족 효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최초 10개사로 시작한 포럼 회원사는 최근 17개사까지 늘었다. 가입시점과 참여여부를 고민하는 기업까지 고려하면 향후 회원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에는 SOFC 인증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이 발주돼 업계가 환호하고 있다. 발전시스템 성능평가를 위한 기반 구축을 목표로 KS인증 심사·성능평가기준 등이 마련된다.
 
관련업계는 KS인증 기준이 제시되면 정부의 보급사업(보조금 지원)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건물·주택용, 하반기 모습 드러날 듯
국내 연료전지시장의 주류 기술인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 업계에서도 단체설립 움직임이 포착됐다.
 
PEMFC는 주로 주택·건물용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기술로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등이 시스템공급을 맡고 있으며 한국가스공사가 개질기부문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오랜 기간 정부지원과 업계 연구개발이 이뤄진 분야로 현재 국내 보급된 발전 출력 용량 5kW급 이하 주택·건물용 연료전지는 모두 PEMFC로 봐도 무방하다.
 
업계에 따르면 연료전시시스템 업체와 소재·부품기업, 연구개발기관, 대학 등 관련산업 생태계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가 빠르면 하반기 내 설립될 것으로 전해졌다. 시스템 공급사가 단체 설립을 주도하는 가운데 가스공사가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초 상반기 중 설립을 목표로 추진돼 왔으나 외부 일정 등을 감안해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라며 “(참여사 간)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구체적인 사업·자금계획 등이 확정되면 빠른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발전용 협의체, 도시가스사가 주도
최근 주력회사인 포스코에너지 등의 부침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발전용 연료전지시장에서도 단체 설립이 추진돼 왔다.
 
특이한 점은 연료전지업계가 아닌 도시가스사가 주축이 돼 움직여왔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천리를 중심으로 전국 도시가스사 10여개사, 포스코에너지 등은 지난해부터 몇 차례 회의를 갖고 발전용연료전지시장 협의체 설립을 조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발전용연료전지시장 확대를 위해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공감은 이뤄져 있다”라며 “추진과제와 사업내용, 역할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도시가스사가 연료전지시장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연료전지발전소에 사용되는 연료, 즉 천연가스 판매 때문이다.
 
연료전지발전소는 계절과 관계없이 연중 가동된다. 그만큼 천연가스 사용량이 안정적이다. 한 분석기관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연료전지발전소인 경기그린에너지가 사용하는 천연가스 공급으로 삼천리의 연간 영업이익이 기존보다 2.5% 증가됐다는 분석도 제시된 바 있다.
 
최종 ‘연료전지협회’로 수렴 가능성 커
주택과 건물용시장에서 대규모 발전시장에 이르기까지 연료전지시장 참여사의 단체 설립이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이 단체 설립을 꾀하는 것은 결국 ‘안정적인 시장’ 구축을 목표로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주택·건물용시장 단체 설립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시장의 이해관계자가 전략적 선택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인 것은 분명할 것”이라며 “무조건 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시장현황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시장별 단체가 모습을 드러내면 가까운 시일 내 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협회 설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는 “처음부터 협의체가 아닌 협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향후 연료전지업계가 모두 참여하는 협회 설립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가장 앞서 단체를 발족한 SOFC업계에서도 협회 참여에 의욕을 보였다.

SOFC포럼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협회 창립이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라며 “기술별 경쟁보다는 우선 연료전지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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