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투데이에너지] 지난 20일에 있었던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에는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의 자원개발 추진체계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도대체 왜 지금같이 자원개발공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반성 없이 대안이 아닌 뜬금없는 방안만 제시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모두가 자원개발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에너지자원 공기업은 현재 어려움에 처해있을까? 오직 한국의 에너지자원 공기업만 어려움에 처한 것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세계 대부분의 에너지자원 기업은 자원가격의 하락으로 현재 손실을 보거나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인력감축, 자산매각, 생산비 절감을 통해 이 위기를 넘기고 살아 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운이 없게도 한국의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자원가격이 높은 시기에 생산광구 매입 위주의 대형화 전략을 단기간에 추진하다보니 자원가격 변동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게 됐다.

자원개발 후발 주자들의 서러움인 셈이다. 그러면 우리도 외국의 다른 기업들처럼 동일한 방식의 생존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것인가? 이를 위한 답은 에너지자원개발의 특징과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가능할 것 같다.

한국은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자원의 빈국이다. 국민의 삶과 모든 산업의 지속적 유지 발전을 위해서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공급과 확보가 필수적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해외자원개발 뿐이다.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이 다양한 국가를 대상으로 이뤄지면 에너지 자원 도입선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자원비축의 성과도 동시에 달성해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수급에 기여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해외에 확보된 생산 광구는 수십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므로 해외 비축기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자원개발의 특성은 높은 위험성, 높은 불확실성 및 높은 초기투자비가 필요한 장기적인 사업이지만 성공하면 장기간에 걸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자원 미보유국의 입장에서 국가의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추진체의 대형화, 참여사업의 다각화, 장기적 접근과 기술력 확보가 동시에 충족돼야하며 철저한 공공성, 전문성,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부실투자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자원개발의 근본적인 사항들이 소홀하게 취급되고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조급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원개발은 국영회사를 비롯한 대규모 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우연히 아니다. 자원개발의 특징인 고위험성과 장기적인 사업 추진 및 산업 사이클을 고려하면 생산수익을 탐사에 재투자해 감소하는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갖춘 회사들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런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자원개발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없던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 일관성 부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관성을 갖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단기적인 성과에 유혹받기 쉬운 정치, 행정에서 독립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줘야 하며 이것이 확보되지 않으면 어떠한 형태의 자원개발 체제개편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 에너지자원 안보차원에서 국가가 필요한 최소한의 자원 확보라는 공공성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갖춰지기 전까지는 공기업 위주의 해외자원개발 형태가 적합하며 민간부분의 투자를 활성화 통한 에너지자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고 추진돼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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